영화 속 범죄 피의자를 조사하는 장면에서 안에서는 밖에 보이지 않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는 취조실의 스마트 유리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른 색인 투명한 유리는 만들 수 없을까요? 앞면의 색이 붉은색이라면 뒷면에서 봤을 때도 그 색이 투과되어 붉은색이 보일 수밖에 없어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유리 양면에 서로 다른 이미지와 색을 표기할 수 있는 유리를 개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한쪽 면에만 나타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어 유해 가스에 반응하여 경고 문구가 나타나는 유리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유용상 박사팀이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이승열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양면에 다른 색이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고, 외부 환경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투명 유리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는 <Light: Science and Appl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환경에 따라 색 변화하는 투명유리
KIST-경북대 공동 연구팀은 머리카락의 1/1000 두께인 30나노미터 수준의 초박막 유전체-금속 구조를 이용했습니다. 이 구조의 상부 금속층과 하부 금속층을 구성하는 나노층의 구성비를 다르게 제작해 유리의 양면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광학야누스 효과'를 구현했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가스나 각종 용액 등 유체가 금속층 사이로 스며들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외부 환경에 반응하여 색이나 이미지, 메시지, 심볼 등의 정보를 나타내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초박막형 양면 반전 유리 기술은 고비용의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한 증착 공정을 통해 나노구조를 만들 수 있어 제작 단가를 획기적으로 절감시켰습니다. 덕분에 상용화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또한,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는 기존의 컬러 유리와는 다릅니다. 반영구적으로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구현된 색은 공작새의 깃털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화려하게 달라집니다. 인테리어용 컬러필터로도 활용할 수 있겠죠?
KIST 유용상 박사는 "이번 성과는 양면 반전형 정보를 제공하는 유리창 기술로, 정보의 불균형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신기술이다"며 "관찰하는 면에 따라 보이는 이미지가 다른 이 기술은 광학 스위치, 광소자 저장기기로도 응용 가능성 매우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외부가스, 액체, 온도, 습도에 따른 색상변화를 일으키는 유리창 제작과 같은 형태로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수소의 유출을 감지할 수 있는 수소저장용 유리 창고 및 수소 센서로 사용하기 위한 추가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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