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꿀 수밖에 없는 이 기술
미래를 바꿀 수밖에 없는 이 기술
  • 함예솔
  • 승인 2020.12.08 17:50
  • 조회수 119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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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에서 카페인 없앴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뇌를 민첩하게 만들고 일의 수행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아침을 향긋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들이나 청소년, 임신부의 경우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커피숍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팔기도 하지만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커피 향~긋. 출처: fotolia
커피 향~긋. 출처: fotolia

맛도 일반 커피와 좀 다릅니다. 추가적인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에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시작은 모두 로스팅 전 초록빛이 나는 생두(green bean)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커피콩을 물에 담가 화학약품을 이용해 카페인을 분리하는 방법부터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카페인 용해 방법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커피의 풍미를 지키며 카페인만 제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생두에서부터 카페인 제거할 준비 시작됩니다. 출처: AdobeStock
생두에서부터 카페인 제거할 준비 시작됩니다. 출처: AdobeStock

그런데 영국의 스타트업 트로픽 바이오사이언스(Tropic Biosciences)가 자연적으로 카페인 없는 커피콩을 만드는 유전자 편집 방법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카페인 만드는 유전자를 차단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의 CEO인 Gilad Gershon는 언론 인터뷰에서 "디카페인의 문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상대적으로 지나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은 맛과 영양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 "카페인 없이 원두를 재배하거나 카페인 함량이 적은 원두를 재배하면 일반 커피에 훨씬 가까운 맛을 내는 최종 제품을 얻을 수 있으며 커피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건강에 좋은 화합물 햠량을 더 많이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질병에 강한 바나나 

 

책 <다가온 미래>에 따르면 현재 바나나 재배자들은 생산 비용의 4분의 1을 살충제나 살진균제 구입에 사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바나나를 시들어 죽게하는 곰팡이 병(TR-4)이 인도네시아, 호주, 남미 등지의 농장에 퍼졌습니다. 전 세계 바나나 수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바나나 품종, 캐번디시(Cavendish)는 멸종 위기 종이 됐죠. 살충제를 쓰는 건 생태계도 파괴할 뿐더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습니다. 이에 바나나 멸종을 막기 위한 연구가 한참인데요. 

기후변화가 바나나를 멸종시킬지 모릅니다. 출처: fotolia
기후변화가 바나나를 멸종시킬지 모릅니다. 출처: fotolia

트로픽 바이오사이언스(Tropic Biosciences)에서는 CRISPR을 사용해 질병에 강한 바나나도 개발 중입니다. 모든 식물들은 자신의 유전자 중 일부가 활동하는 걸 조절하는 작은 RNA 가닥을 만듭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RNA 가닥 중 일부는 때때로 병원균의 유전자를 억제해 침입자를 제압한다고 하는군요.

 

트로픽 바이오사이언스는 CRISPR를 이용해 캐번디시의 RNA 가닥을 편집합니다. 이를 통해 TR-4의 유전자를 통제합니다. 바나나가 아닌 병원체의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는 겁니다. 때문에 바나나의 맛에서부터 자라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바나나의 주요 특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 미래 바꾼다

 

카페인 없는 커피콩과 질병에 강한 바나나 연구에서 모두 등장한 기술이 바로 유전자 편집인데요. 유전자 편집은 생물의 DNA나 유전자 구조를 바꾸기 위해 유전 공학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책 <다가온 미래>에 따르면 생물의 DNA 및 유전체(genome)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유전체학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7년에서 2025년 사이 140억 달러(약 16조 8천억원)에서 320억 달러(약 38조 4천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 형질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출처: fotolia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 형질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출처: fotolia

모든 살아있는 세포는 형질을 결정하는 DNA를 가집니다. 세포 분열 과정 중 DNA 염기 서열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알레르기, 음식 과민증, 유전병에 DNA 염기 서열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DNA 사슬에서 일부를 물리적으로 잘라내어 DNA를 변형시킬 수 있는데요. 식물의 경우 이런 변형을 가하면 잎의 수나 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키나 눈의 색깔을 바꾸고 당뇨병에 걸릴 확률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트로픽 바이오사이언스에서 사용한 기술은 모두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인데요.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나내는 기술이죠. 이는 2012년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CRISPR-Cas9같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작물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로 여겨지지 않는다?! 출처: AdobeStock
미국에선 CRISPR-Cas9같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작물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로 여겨지지 않는다?! 출처: AdobeStock

하지만 유전자 조작과 편집에 관해서는 무수한 윤리적, 법적 문제가 제기됩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연합의 다수 국가는 동물 사료용 유전자 식품 수입을 제외한 유전자 편집 작물의 경작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중국과 일본,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유전자 편집 식품의 경작은 허가하지만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반면 미국, 브라질, 호주, 인도, 스페인에서는 유전자 편집 식품 경작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CRISPR-Cas9 같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작물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섞어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트로픽 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바나나나 커피콩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규제를 덜 받을 것 같습니다.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다면..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다면..

책 <다가온 미래>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 트랜드를 준비하는 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합니다. 인류는 미래에 암을 제거하거나 질병에 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프로그램된 '맞춤 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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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2020-12-12 09:06:37
가끔씩 커피가 먹고 싶지만, 그곳에 들어있는 카페인때문에 먹기가 망설여졌던 것이 몇번있었는데, 이러한 불편함이 현재 발전되고 있는 유전자조작기술로 극복가능하다니 다행입니다. 물론,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앞으로 많은 사람과 연구진들이 노력해서 꼭 좋은 방향으로 발전되기는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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