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中)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中)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20.12.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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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4월 13일 금요일 세계시각(UT)으로는 밤 9시 46분. 바로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31,000킬로미터 상공까지 접근한다. 앞선 글(참고: 지구위협소행성 아포피스上)에서 언급한대로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처음 발견했을 때인 2029년 4월의 지구 충돌 확률은 1/37 무려 2.7%였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토리노척도 4를 기록할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인 추가 관측으로 궤도가 정밀해짐에 따라 2029년의 지구 충돌 확률은 배제 되었다. 충돌 확률이 배제되었다는 의미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소행성 아포피스 궤도의 불확실성 크기(그림에서 흰색 막대로 표시됨)를 고려하더라도 지구로 표현된 초록색 원의 어느 곳과 접촉(충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실제로는 3차원 공간상에서 소행성 궤도 불확실성 타원체와 지구 구(球)와의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의 지구 근접(2005년 2월까지 계산된 궤도 정밀도를 토대로 그린 그림). 출처: Wikipedia,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의 지구 근접(2005년 2월까지 계산된 궤도 정밀도를 토대로 그린 그림). 출처: Wikipedia,

그러면 약 16년 전. 지구 충돌 확률이 오르락내리락했던 2004년 12월 상황은 어땠을까? 아래 그림에서 흰색 점들로 표시된 아포피스 궤도의 불확실성의 크기가 지구-달 사이의 거리보다 열배가 넘었던 때에는 아포피스의 2029년 예상 궤도중의 하나가 지구와 충돌했던 것이다! 소행성 궤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은 추가 관측을 통해 궤도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 당시 NASA를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소행성 연구자들은 지상의 모든 망원경을 동원해서 아포피스를 관측하였다. 하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충돌 확률은 12월 27일 미국 아리조나 투산 근처 킷픽(Kitt Peak) 천문대의 스페이스와치(Spacewatch) 프로그램에서 같은 해 3월 15일에 촬영한 영상에서 아포피스를 찾아냄으로서 0.004%로 줄어들었다1). 아포피스를 처음 발견한 날짜가 6월 19일이므로 3개월 이전의 관측자료를 포함하게 되어 소행성 궤도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토리노척도는 1로 줄어들었다2)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의 지구 근접(2004년 12월 23일까지 계산된 궤도 정밀도를 토대로 그린 애니메이션). 출처: NASA/JPL,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의 지구 근접(2004년 12월 23일까지 계산된 궤도 정밀도를 토대로 그린 애니메이션). 출처: NASA/JPL,

2004년 6월 발견 이후로 6개월 넘게 충돌 확률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천문학자들은 물론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 소행성은 2029년의 충돌확률이 사라졌지만 2029년도 지구 근접 통과시 작은 중력 열쇠구멍(gravitational keyhole)을 통과할 경우, 2036년 충돌확률이 올라갈꺼라는 결과가 나온 2005년 8월의 어느 날 뉴욕 타임즈 사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2005년 8월 4일 뉴욕 타임즈 사설. 출처: 뉴욕타임즈
2005년 8월 4일 뉴욕 타임즈 사설. 출처: 뉴욕타임즈

아포피스가 발견된지 어느덧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 때 당시에는 25년 뒤였던 2029년은 앞으로 9년 뒤다. 2029년 4월 13일 아포피스는 지구와 약 31,000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통과한다. 31,000킬로미터라는 거리는 지구-달 사이 거리의 1/10 보다도 가까운 거리다. 태양계에서 이 정도 거리는 문자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나라 통신위성인 무궁화 위성, 기상 관측위성인 천리안 위성 등 정지궤도 인공위성의 고도가 약 36,000킬로미터 이므로 거리상으로는 정지궤도 인공위성 영역 안쪽까지 접근하는 것이다(물론 아래 동영상에서 보듯이 정지궤도 벨트를 통과 하지는 않는다3)).

https://photojournal.jpl.nasa.gov/archive/PIA23195.mp4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의 지구 근접 시뮬레이션. 파란 점들은 인공위성이고, 지구 가까이에 있는 분홍색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출처: NASA/JPL,

지름 300미터급 소행성이 지구에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1000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사건으로 2029년 4월 13일 세계시각(UT)으로는 밤 9시 46분 전후로 아포피스는 맨 눈으로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한 3.1등급까지 밝아진다. 지구 최접근시 맨 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지역은 서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대륙 전체를 포함하고 있어 약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세기적 이벤트라 할 만한 소행성과의 조우를 감상할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은 아포피스가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지구를 스쳐지나가지만 지구 중력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는 처음 그림에서 보듯이 소행성의 궤도 자체가 변하게 된다. 아래 그림처럼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궤도 안쪽에 있는 아텐족(Atens) 소행성에서 그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궤도 바깥쪽에 있는 아폴로족(Apollos) 소행성으로 바뀐다4). 근지구소행성의 특성상 수년에 한 번씩 지구에 주기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아포피스의 2029년 지구 근접시 변화된 궤도로 말미암아 2036년, 2068년 접근 더 나아가 충돌확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처럼 궤도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2005년 8월에는 2029년 지구 접근 시 폭 1킬로미터보다 좁은 중력 열쇠구멍을 통과할 경우, 2036년 충돌 확률이 상향 조정되기도 하였다.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 전후의 궤도 변화. 노란 점은 태양, 파란 선은 지구의 공전궤도를, 붉은 선은 소행성의 궤도를 나타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4월 13일 전후의 궤도 변화. 노란 점은 태양, 파란 선은 지구의 공전궤도를, 붉은 선은 소행성의 궤도를 나타냄.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두 번째 아포피스 변화는 바로 표면과 내부 구조의 변화다. 아포피스는 다행히 지구의 로슈 한계(Roche limit)까지 접근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구 중력에 의해 파괴되지는 않는다. 로슈 한계란 행성에 접근하거나 주변에 위치한 천체가 모행성의 중력에 의한 조석력의 영향으로 파괴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한계 거리로 지구의 경우 달이나 소행성과 같은 천체는 지구 반지름의 약 1.5배인 9,500킬로미터, 일반적인 혜성의 경우에는 지구 반지름의 약 2.8배인 17,90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게 되면 파괴된다. 

1992년 목성의 로슈 한계 안쪽으로 진입하여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슈메이커-레비 혜성. 출처: Wikimedia Commons
1992년 목성의 로슈 한계 안쪽으로 진입하여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슈메이커-레비 혜성. 출처: Wikimedia Commons

지구를 스쳐지나가는 동안 아포피스는 파괴되지는 않겠지만 표면과 내부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느슨히 결합되어 있는 지역은 붕괴될 것이고 급격한 경사를 갖는 지형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한마디로 소행성에서 산사태와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 어번대학교(Auburn University)의 김예지 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29년 지구 최근접시 아포피스 표면 지형 기울기의 최대 변화는 약 2도 정도 될 것으로 보이며 자전축 방향보다는 형상에 의한 표면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5). 앞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上)>에서 언급한 대로 아포피스의 접촉 쌍소행성(contact binary)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포피스 2029년 지구 접근시 표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예상 지역. 출처: 김예지 외 (2020),
아포피스 2029년 지구 접근시 표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예상 지역. 출처: 김예지 외 (2020),

마지막 세 번째로 예상되는 변화는 자전속도와 자전축 방향의 변화다. 앞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上)>에서 설명한대로 아포피스는 약 263시간으로 매우 긴 자전주기로 회전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세차주기는 약 27시간으로 자전보다 세차가 더 빨리 진행되는 텀블링(tumbling) 운동을 하는 소행성이다. 이러한 비주축자전체(non-principal axis rotator)의 자전속도와 자전축 방향 변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분야로 이번 2029년 아포피스 접근을 많은 천문학자들이 세기의 실시간 실험실로 기다리며 기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https://cneos.jpl.nasa.gov/news/news148.html

2) 같은 이유로 수십 년 뒤에 충돌 확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던 소행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즉 후속 관측이 이루어지면서 충돌 확률이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흔히 일어난다.

3) https://photojournal.jpl.nasa.gov/archive/PIA23195.mp4

4)  https://solarsystem.nasa.gov/asteroids-comets-and-meteors/asteroids/apophis/in-depth/

5) https://www.hou.usra.edu/meetings/apophis2020/pdf/200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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