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금속 화합물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조에 인위적인 '원자 구멍'(공극결함, vacancy)을 만들어 전기적·물리적 특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습니다. 이 기술은 화합물 합성에 투입하는 액체 원료 비율을 조정함으로써 합성 과정 중에서 공극결함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기존 방식과 달리 단번에 공극결함이 균일하게 분포된 전이금속 화합물을 상용화 가능한 큰 크기로 만들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UNIST 박혜성·김진영·곽상규 교수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2) 구조 내부에 공극결함(황 원자의 빈자리)을 균일하게 '도핑(doping)'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황화몰리브덴은 차세대 반도체· 촉매 재료로 꼽히는 2차원 전이금속 화합물의 한 종류입니다. 연구진은 액체 원료를 사용해 도핑 농도를 쉽게 조절하고, 공극결함의 분포가 불균일하다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 이 방식은 물질 합성 과정과 도핑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 공정단계 단축을 통한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 도핑(doping)
본래 물질의 전기적·물리적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물질을 첨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물질에 공극결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이물질을 도핑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 전구체(precursor)
화학반응 등에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원료)입니다.
원 스텝(One-step) 합성법
기존의 공극결함 도핑 방식은 고체 전구체를 이용해 전이금속 화합물을 먼저 합성한 뒤 여기에 다시 600도(℃)이상의 고온 열처리나 플라즈마 처리 같은 후처리 공정 거쳐 원자를 '뜯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공정 단계가 복잡하고 합성 면적이 넓어질수록 공극결함 분포가 불균일해집니다.
연구진은 몰리브덴(Mo)과 황(S) 원소가 각각 포함된 두 종류의 액상 전구체의 비율을 조절해 공극결함이 균일하게 도핑된 대면적 이황화몰리브덴을 얻었습니다. 황 원소가 포함된 액상 전구체 비율이 낮으면 이황화몰리브덴 합성 과정에서 내부의 황 성분이 부족해져 저절로 황 원자 자리가 비는 공극결함이 생깁니다. 전구체에 포함된 액체 성분은 저온 가열을 통해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 액상 전구체를 기판 위에 올린 뒤 기판을 빠르게 회전시켜 균일하게 도포하기 때문에 큰 면적으로 합성해도 공극 결함 분포가 균일합니다.
새로 개발된 합성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황화몰리브덴을 물에서 수소를 얻는 화학 반응 촉매를 썼을 경우, 공극 결함이 전하 이동 등을 촉진해 수소 생산 성능이 우수했습니다. 제1저자인 이정현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합성법은 이황화몰리브덴 외에도 다양한 전이금속 화합물의 물성 조절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UNIST 신소재공학과 박혜성 교수는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전이금속 화합물 합성법은 대면적 합성과 물성 제어가 동시에 가능해 전기화학촉매 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트랜지스터, CMOS(씨모스)와 같은 다양한 반도체 소자 재료 개발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ACS Nano'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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