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태풍, 미 허리케인에 영향 줘"
"한반도 태풍, 미 허리케인에 영향 줘"
  • 함예솔
  • 승인 2021.01.19 20:45
  • 조회수 2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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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초 허리케인급 강풍이 로건 시티의 공동묘지에 피해를 입혔다. 출처:Utah State University/Dennis Hinkamp.
2020년 9월 초 허리케인급 강풍이 로건 시티의 공동묘지에 피해를 입혔다. 출처: Utah State University/Dennis Hinkamp.

미국 서부 유타 주에서 최근 허리케인급 강풍으로 약 20만 가구가 정전되고 수 천그루의 나무가 쓰러졌으며 광범위한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에서는 때 아닌 강풍으로 인해 거대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이 미국 유타주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허리케인급 강풍을 촉발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2020년 9월 2일, 한반도를 강타한 3개의 태풍 중 두번째 태풍인 메이삭의 모습. 출처: NASA
2020년 9월 2일, 한반도를 강타한 3개의 태풍 중 두번째 태풍인 메이삭의 모습. 출처: NASA

연구진에 따르면 2020년 초가을, 2주 이내로 잇따라 한반도에 불어 닥친 3개의 태풍은 제트기류를 교란시킬 정도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 에너지는 북미 서부를 가로지르는 강풍의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대기의 '파열(wave trais)'을 형성했습니다. 참고로 제트기류란 대류권 상부나 대류경계면 부근에 존재하는 초속 30m/s 이상의 강한 편서풍대를 의미하는데요.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부는 좁고 강한 공기의 흐름입니다.

지구의 제트기류 Credit: NASA/GSFC
지구의 제트기류. 출처: NASA/GSFC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유타주립대학교(Utah State University)의 박사과정 학생인 Jacob Stuivenvolt Allen는 "처음에 이것은 무너진 도미노처럼 보였고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흥미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하지만 그 일련의 사건들이 태평양 전체를 가로질러 연결돼 있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고 영향력이 강한 기후 사건들"이라며 "따라서 이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잇따른 3개의 태풍

연구진은 2020년 8월 26일, 9월 2일, 9월 6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바비(Bavi), 마이삭(Maysak), 하이선(Haishen)의 영향에 대해 조사했는데요. 이 태풍들은 한반도에 광범위한 홍수, 산사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태풍 바비는 지난해 8월 26일 흑산도에서 최대 순간풍속 47.4m/s을 기록했는데요. 초속 40m정도의 바람은 달리는 차도 뒤집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합니다. 태풍 마이삭은 최대풍속이 45m/s를 기록하며 역대 태풍 최대풍속 순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마이삭의 최대 순간 풍속은 49.2m였다고 합니다. 태풍 하이선 역시 한반도에 상륙했을 땐 위세가다소 완화돼 초속 40m대의 태풍이 됐지만, 일본을 지날 당시에는 최대 순간 풍속이 60m/s를 가진 초강력 태풍이었습니다.

 

매년 이 정도 규모의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는 일은 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주 안에 잇따라 강한 태풍이 3개가 연속적으로 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제스기류. 출처: NASA
제스기류. 출처: NASA

유타주립대학교 기후과학과 교수인 Simon Wang는 동아시아의 태풍 사건과 북미 강풍 사건 시기에 주목했고,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태풍은 결국 소멸하지만, 제트기류에 도달할 만큼 북쪽으로 충분히 이동했다면, 태풍이 방출한 에너지가 서풍 기류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구팀은 멀리 떨어진 태풍을 포함한 예측모델과 제외한 예측 모델을 사용하며 북미 전역의 극 을 순환하는 대기파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유타주립대학교의 박사과정인 Matthew LaPlante는 "태풍이 포함되지 않은 예측에서, 미국 북부를 가로지르는 폭풍의 가장 강력한 동인은 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이클론이 제트 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예측 데이터와 비교할 때 원인과 결과의 증거가 설득력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풍의 경로와 태풍이 제트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출처: Utah State University
태풍의 경로와 태풍이 제트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출처: Utah State University

Stuivenvolt Allen는 "우리가 만든 시간 상의 차이는 매우 간단하지만, 이러한 사이클론의 영향을 시각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이클론들은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잠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제트기류가 더 쉽게 동요하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가 이러한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따뜻해진 바다가 높은 위도까지 태풍이 도달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태풍이 제트기류와 만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NOAA-NASA 인공위성은 2020년 8월 말 캘리포니아 화재와 미국 서부 전역의 산불로부터 나온 에어로졸을 미국 전역에 걸쳐 추적했다. 출처: NASA Earth Observing System Data and Information System.
NOAA-NASA 인공위성은 2020년 8월 말 캘리포니아 화재와 미국 서부 전역의 산불로부터 나온 에어로졸을 미국 전역에 걸쳐 추적했다. 출처: NASA Earth Observing System Data and Information System.

연구진에 따르면 치명적인 기상재해가 아주 먼 지역에서 완전히 다른 재해를 촉발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미래에는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발생함에 따라 그리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언젠가는 어느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재앙을 보고 곧 다른 지역에서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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