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
  • 함예솔
  • 승인 2021.02.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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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요? 출처: pixabay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요? 출처: pixabay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만약 이웃님이 도시의 불빛에서 벗어나 하늘을 본다면 별들 사이의 하늘은 정말로 어둡게 보일 겁니다. 지구 대기권 상공의 우주공간은 더욱 어두워지며 칠흑같이 새까맣게 희미해 질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가 완전히 검은 건 아닙니다. 우주는 셀 수 없이 많은 먼 별들과 은하로부터 나온 희미한 빛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자 로버트 윌리엄스(Robert Williams) 역시 텅 비어 있는 듯 보이는 하늘을 관측하면 무엇이 보일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1995년 12월 18일과 28일 사이, 보름달 너비의 30분의 1정도밖에 안 되는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근의 작은 하늘을 무려 100시간 동안 응시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허블 망원경은 이 관측에서 총 342장의 사진을 찍었는데요. 알고 보니 텅 비어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던 그곳엔 실제로 은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딥 필드(Hubble Deep Field)’ 이미지 입니다.

허블 딥필드 이미지는 10센트짜리 동전만한 하늘의 극히 작은 한 점을 담고 있지만 그 곳에는 적어도 1500개의 다양한 진화 단계를 가진 은하들이 들어있었다. 출처: R. Williams (STScI), the Hubble Deep Field Team and NASA/ESA 
허블 딥필드 이미지. 적어도 1500개의 다양한 진화 단계를 가진 은하들이 들어있었다. 출처: R. Williams (STScI), the Hubble Deep Field Team and NASA/ESA 

천문학자들은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이미지에서 눈에 보이는 은하의 수를 세어봤는데요. 이후 하늘 전체의 면적을 곱해 눈에 보이는 총 은하의 수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다른 은하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희미해서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희미한 은하들을 세어 볼 순 없었지만, 그 은하들의 약한 빛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뉴 호라이즌스호, 우주의 밝기 알려주나

 

그 희미한 빛을 측정하기 위해, 천문 관측 위성은 먼지를 반사하는 햇빛에 의해 야기되는 내태양계의 광공해와 내태양계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한 연구팀이 우주 전체의 빛(cosmic optical background, COB)의 밝기를 밝혀내기 위해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를 탐사한 NASA의 뉴 호라이즌스 미션의 관측을 이용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호. 출처: Joe Olmsted (STScI)
뉴호라이즌스호. 출처: Joe Olmsted (STScI)

허블망원경은 강력하지만, 이러한 관측을 하는데 적합하진 않았습니다. 허블망원경이 우주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광공해를 겪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내태양계는 분해된 소행성과 혜성에서 나온 작은 먼지 입자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햇빛은 이 입자들을 반사시켜 지상의 관찰자들도 관찰할 수 있는 황도광(zodiacal light)이라 불리는 빛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황도광(zodiacal light)이라 불리는 빛. 출처: STScl/Z. Levay
황도광(zodiacal light)이라 불리는 빛. 출처: STScl/Z. Levay

황도광의 빛을 피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내태양계를 벗어난 관측자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운 좋게도 명왕성과 카이퍼벨트의 눈사람처럼 생긴 천체 ‘아로코스(Arrokoth)’를 관측한 덕분에 우주 전체의 빛(cosmic optical background, COB)을 측정하기에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과 아로코스를 관측했을 때 지구로부터 약 64억 k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었는데요. 덕분에 허블 망원경이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하늘보다 약 10배 더 어두운 주변 우주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국립과학재단(NSF) 광-적외선 천문연구소(NOIRLab)의 Tod Lauer는 “이런 종류의 측정은 매우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측정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뉴호라이즌스호는 우리에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우주 전체의 빛(cosmic optical background, COB)을 더 잘 측정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을 제공해 줬다”고 전했습니다.

 

연구팀은 뉴호라이즌스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분석했습니다. 희미한 배경 빛을 알아내려고 애쓰며 여러 다른 요소들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너무 희미해서 식별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하들의 빛은 제외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수정은 은하의 별에서 성간 먼지로부터 반사돼 카메라로 들어온 빛을 제거하는 작업니다.

 

비록 극도로 희미하긴 했지만, 나머지 신호들은 여전히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의 마크 포스트맨(Marc Postman)은 이것을 도시의 불빛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에 사는 것과 비교했는데요. 밤에 커튼을 열고 침실에 누웠는데 만약 길 아래 1마일 떨어진 이웃이 야식을 찾아 냉장고를 열었고, 냉장고에서 나오는 불빛이 침실 벽에 반사된다면 그것은 뉴호라이즌스호가 감지한 배경만큼 밝을 것이라고 말이죠.

 

생각보다 은하 수는 더 적었다

 

연구 결과 희미해서 셀 수 없던 은하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상한선이 설정됐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약 2조개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 수가 불과 수천억 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1월 13일 미국천문학회(American Astronomical Society) 회의에서 발표됐으며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됐습니다. 마크 포스트맨(Marc Postman)은 "이것은 알아야 할 중요한 숫자"라며 "우리는 단순히 2조개의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초기 추정치는 NASA 허블 우주망원경의 딥 필드 관측으로부터 이뤄졌습니다. 허블 망원경이 관측하기에 너무 작거나 희미한 은하의 수를 추정하기 위해 수학모델에 의존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우주의 은하 90%는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허블의 능력을 벗어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 뉴호라이즌스 호 미션의 측정치에 의존했던 이번 연구에서는 훨씬 더 적은 수의 추정치를 제시했습니다. Tod Lauer는 “허블 망원경이 볼 수 있는 모든 은하를 두 배로 늘려 보라. 이것이 우리가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고 말합니다.

: 플랑크가 촬영한 우주배경복사 CMB. 블랙홀의 중력이 우주배경복사를 한대 모아 항성처럼 밝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br>
플랑크가 촬영한 우주배경복사 CMB. 블랙홀의 중력이 우주배경복사를 한대 모아 항성처럼 밝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이 밝히고자 했던 연구팀이 우주 전체의 빛(cosmic optical background, COB)은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에 상응하는 가시광선 입니다. 참고로 우주배경복사는 별들이 존재하기 전 빅뱅 자체에 의한 약한 잔광을 말하는데요. 포스트맨 박사는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첫 45만 년의 시간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반면, 우주 전체의 빛(cosmic optical background, COB)은 그 이후 형성된 모든 별들의 총계에 대해 말해준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이것은 생성된 은하의 총 수와 그것들이 제 시간에 존재할 수 있던 곳을 제약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연구진들이 찾으려 노력했던 이 빛의 잔재들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상대적으로 가까운 우주에 있는 왜소은하(dwarf galaxies)가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는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별들로부터 발산되는 후광(halos)이 예상보다 밝을 수도 있습니다.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떠돌이 천체와 은하계 사이의 별들이 많은 걸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론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희미하고 멀리 떨어진 은하계가 더 많이 존재할 것이란 겁니다. 이는 지금까지 측정된 은하 크기의 매끄러운 분포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시스템 너머로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해변에 바위보다 더 많은 조약돌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NASA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곧 그 수수께끼를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미한 은하일 경우 개별 은하가 원인일 수 있으며 웹 우주망원경의 울트라 딥 필드 관측은 이를 탐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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