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핵의 탄생 순간 세계 최초 관찰
결정핵의 탄생 순간 세계 최초 관찰
  • 함예솔
  • 승인 2021.02.03 23:55
  • 조회수 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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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린 눈과 바다로부터 얻은 소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입자로부터 시작돼 큰 덩어리를 이룬다는 점입니다. 가령, 대기 중의 수증기는 얼면서 '눈핵'이라는 아주 작은 입자를 만듭니다. 이후 주변 수증기들이 달라붙으며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결정이 커집니다. 이처럼 원자가 모여 물질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핵생성(nucleation)'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핵생성의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눈송이는 액체 상태의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며 형성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지만, 눈송이가 살아있는 건 아니다. 출처: GettyImages
눈송이는 액체 상태의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며 형성된다. 출처: GettyImages

그런데 핵생성에 관한 세기에 걸친 난제를 해결한 기초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원철 한양대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함께 세계 최초로 핵생성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Science'에 게재됐습니다. 

 

물질 성장의 신호탄

전통적인 핵생성 이론(A)과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핵생성 과정(B). 출처: IBS
전통적인 핵생성 이론(A)과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핵생성 과정(B). 출처: IBS

원자가 모여 결정을 처음으로 이루는 핵생성 과정은 1800년대 후반부터 그 이론이 연구돼왔을 정도로 중요한 과학적 현상입니다. 하지만 원자의 크기는 수 옹스트롬(Å․백억 분의 1m) 수준으로 작고, 밀리 초(ms․1000분의 1초) 단위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핵생성 과정을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습니다. 핵생성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이 등장했지만 실험을 통한 증명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공동 연구진은 핵생성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우선, 원자 한 개 두께의 얇은 그래핀 막 위에 전자빔을 받으면 금 원자를 방출하는 나노 물질을 합성했습니다. 이후 합성된 시편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보유한 세계 최고 성능의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하며 금 결정의 형성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습니다.

금 나노결정의 탄생 순간을 촬영한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 영상. 출처: IBS
금 나노결정의 탄생 순간을 촬영한 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 영상. 출처: IBS

투과전자현미경의 전자빔을 받고 방출된 금 원자는 그래픽 박막 위에서 뭉치며 나노결정을 형성합니다. 관찰 결과, 안정적인 결정핵이 탄생할 때까지 원자들은 무질서하게 뭉친 덩어리 구조(비결정상)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결정상)의 두 상태를 가역적으로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결정핵의 크기가 성장함에 따라 가역적인 반응은 비가역적으로 변했습니다. 결정핵이 처음부터 규칙적으로 정렬된 결정상으로 성장한다는 전통적인 핵생성이론과 상반되는 결과입니다.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 관찰한 금 나노결정의 탄생 과정. 출처: IBS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 관찰한 금 나노결정의 탄생 과정. 출처: IBS

박정원 IBS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위원은 "원자 몇 개가 뭉친 정도의 초기 핵생성 단계에서는 결정상과 비결정상을 오고가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두 상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결정핵의 크기가 성장함에 점점 결정상 상태로 머무르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지름이 약 1nm일 때는 10%의 확률로 결정상 상태를 가졌지만, 지름이 약 2nm를 넘어가면 90% 이상의 확률로 결정상으로 존재했습니다. 즉, 처음엔 대부분 비결정상이었던 결정핵이 성장해 최종적으로는 결정상 상태를 이루는 겁니다.

 

또한 연구진은 결정핵이 결정상으로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더 큰 크기의 나노결정이 형성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예컨대, 2nm2 면적의 나노결정이 형성될 때는 절반 정도의 시간만 결정상 형태로 있었지만, 4nm2 면적의 나노결정이 형성될 때 결정핵은 대부분의 시간을 결정상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의 모습. 출처: IBS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의 모습. 출처: IBS

박정원 연구위원은 "물질 성장의 신호탄인 핵생성 과정의 새로운 원리를 발견함과 동시에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라며 "핵생성에 관한 새로운 열역학적 이론을 제시했다는 학문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원철 한양대 ERICA캠퍼스 교수는 "박막 증착 공정의 극 초기 상태를 실험적으로 재현하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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