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왜 푸른색인가
지구는 왜 푸른색인가
  • 함예솔
  • 승인 2021.04.13 17:20
  • 조회수 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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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임무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사진이 있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불리는 지구의 사진인데요. 1990년 2월 14일 NASA의 보이저 1호가 태양으로부터 약 60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당시 NASA 당국을 설득해 보이저 1호의 방향을 지구로 돌려 포착한 사진입니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에 이 사진을 찍었다고 잘 알려져 있죠. 그래서 이 이미지의 타이틀에 영감을 준 건 칼 세이건의 책 제목인 ‘Pale Blue Dot: A Vision of the Human Future in Space’이라고 합니다.

보이저1호가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이미지를 NASA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좀 더 선명하게 보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사진. 출처: NASA/JPL-Caltech
보이저1호가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 이미지를 NASA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좀 더 선명하게 보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사진. 출처: NASA/JPL-Caltech

이렇게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파란색인데요. 지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 붉은색과 검은색이었고, 40억년 이상 푸른 색을 띠어 왔습니다. 물론 중간에 빙하로 뒤덮힌 ‘스노우볼(snowball) 지구’ 시절엔 하얀색을 띨 때도 있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행성 중에서 표면에 영구적으로 액체 상태의 물을 가질 수 있는 천체는 지구, 오직 하나뿐입니다. 지구는 표면에 있는 액체 상태의 물 덕분에 40억년 이상 동안 푸른 빛을 띨 수 있었습니다. 지구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온실효과와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의 액체상태의 물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출처: 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Reto Stöckli
온실효과와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의 액체상태의 물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출처: 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Reto Stöckli

로렌 대학교(Université de Lorraine)의 지구화학자인 Guillaume Paris와 우주화학자인 Laurette Piani이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구의 이 놀라운 특성은 물의 순환과 판구조론의 상호작용과 온실효과, 태양계의 배열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지구의 평균표면온도는 15℃로 금성(465℃)보다는 춥고 화성(-60℃)보다는 따뜻합니다. 지구에서는 해수면기준으로 0℃에서 물이 얼고 100℃에서 물이 끓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0℃와 100℃ 범위가 커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행성과 비교하면 지구 표면온도 범위는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수 십억년 동안 이러한 상태를 고수해왔습니다. 

 

지구가 물을 품을 수 있던 이유, 온실가스 

 

행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행성마다 크게 다를 수 있는데, 다음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 두번째는 태양 복사를 얼마나 반사하는지를 의미하는 표면의 알베도(Albedo)이며 세번째 요인은 지구 대기권 내에 태양 복사를 가두어 놓는 온실가스입니다. 만약 지구에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 표면은 약 -15℃ 온도로, 아마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태양, 알베도, 온실 가스 사이의 상호작용은 지구에 최초의 바다가 나타난 이후로 꽤 일정한 에너지 균형을 유지해왔습니다. 지구 역사 초기에, 젊었던 태양은 덜 밝았고 지구에 더 적은 에너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을 가지고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표면 온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온실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제거될 수 있는 과정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표의 물 속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되며 해양은 산성화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칼슘이 배출되게 됐습니다. 칼슘은 용해된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주요한 카본싱크(carbon sinks) 중 하나인 석회암과 같은 탄산염 암석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퇴적암 속에 저장된 유기탄소 역시 주요한 카본싱크 중 하나였는데요. 육지와 해양의 유기체들은 광합성을 하는 동안 유기물을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사용합니다. 그 중 일부는 그 유기체가 죽을 때 바다 밑에 축적됩니다. 그곳에서 이 유기물들은 퇴적암에 통합돼 수백만 년 동안 저장될 수 있습니다. 

 

판구조론이 없으면 해양도 없다, 해양이 없으면 판구조론도 없다 

 

카본싱크가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 일부를 저장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화산과 해령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되돌려놓습니다. 이러한 전달은 판구조론을 통해 지속되는데요. 오랜 기간동안 판구조론은 지구의 표면 온도범위를 지표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는데요. 물과 판구조론의 존재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물과 판구조론, 이산화탄소 간의 상호작용. 출처: the Conversation/Guillaume Paris, Author provided
물과 판구조론, 이산화탄소 간의 상호작용. 출처: the Conversation/Guillaume Paris, Author provided

대양저는 해양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해양판은 지구를 가로지르는, 사슬처럼 연결된 해저 화산인 해령으로부터 멀어지며 이동하게 되고 섭입을 통해 지구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수억 년 동안 바다를 가로지르는 동안, 해양판은 수화되게 되는데요. 해양판의 광물에는 물이 포함돼 있고 이는 해양판의 역학적 성질을 바꿔놓게 됩니다. 해양판들이 섭입됨에 따라 해양판에 포함돼 있던 물은 빠져나가게 되고, 방출된 물은 결국 대륙의 기반인 화강암을 형성하는 마그마를 생성하게 됩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없다면, 판구조론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대륙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오래된 해양판이 맨틀로 재활용 때문에 새로운 판들은 해령에서 분출되는 물질들로부터 계속해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맨틀을 통해 올라오며 해양저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온실가스 농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은 수 십 억년 동안 그래왔듯이 액체 상태로 남아있고 지구는 푸른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검은색과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지구에 액체상태의 물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구에서 물은 태초에 어떻게 생겨나게 된 걸까요?

 

과학자들은 외부 태양계에서 온 물이 풍부한 천체가 형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구로 물을 가져왔을 것이라고 오랫동안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Science’에 게재됐는데요. 이 연구에 따르면 수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는 물은 지구를 형성하고 있던 암석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구가 45억년 전 처음 형성됐을 때 표면에서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기에는 아마도 너무 뜨거웠을 겁니다. 만약 그때 바다가 존재했다면, 44억년 전 원시지구와 충돌하며 달을 탄생시켰던, 테이아(Theia) 충돌 때 모두 증발해버렸을 겁니다. 테이아는 화성만큼 큰 천체였기 때문에 당시 지구에 가해진 충격은 엄청났기 때문인데요. 충돌 후 시간이 지나며 지구 표면은 서서히 냉각되고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지표는 생명체도 물도 없는, 어두운 현무암으로 뒤덮여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그마는 냉각되며 물과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분자를 포함한 기체를 방출했는데요. 이 분자 안에는 수소, 산소, 탄소와 같은 성분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따라서 최초의 바다는 충돌 후 비교적 빠르게 형성됐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처음 알려진 광물들은 액체상태의 물과 상호작용을 했다는 화학적 서명(chemical signature)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어쩌면 지구는 거의 44억년 동안 푸른색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장 오래된 바다의 흔적. 38억년 된 베개라바. 출처: the Conversation/Guillaume Caro, Author provided
가장 오래된 바다의 흔적. 38억년 된 베개용암. 출처: the Conversation/Guillaume Caro, Author provided

한편, 지구표면에 해양이 있었다는 최초의 명백한 증거는 그린란드 이수아(Isua)와 아킬리아(Akilia), 그리고 캐나다의 누부악잇턱(Nuvvuagittuq)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해양퇴적물과 가장 오래된 베개용암인데요. 참고로 베개용암은 마그마가 물 속에서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모양을 가진 암석입니다. 모두 38억년 된 것들입니다. 

하와이 근처 수중에서 형성된 오늘날 베개용암. 출처:  NOAA
하와이 근처 수중에서 형성된 오늘날 베개용암. 출처: NOAA

오랫동안 지구를 푸르게 만들었던 해양, 38억년이든 44억년이든 해양의 역사는 지구의 생명체와 관련돼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활동은 해양을 더 산성화시키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활동으로 해양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해양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인간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화산 배출량을 70배만큼 초과했고 지구 표면에서 작동하는 프로세스와 지표 아래 작동하는 프로세스 사이의 균형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보이저호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사진을 포착했던 이유에 대해 다시 상기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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