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조선 좀비' 닮은 감염병?!
킹덤 '조선 좀비' 닮은 감염병?!
  • 함예솔
  • 승인 2021.02.10 17:50
  • 조회수 5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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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조선시대 배경에 좀비를 더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즌 2까지 마무리됐고 시즌 3가 지난해 말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다시 기대감를 모읍니다.

 

'킹덤' 속 등장인물들이 쓴 '갓'을 비롯해 다양한 콘셉트가 이용자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드라마 속 조선 좀비의 독특한 설정도 극의 흥미를 더합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읽고 싶은 분만 보세요 : ) >

 

'킹덤' 속 좀비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잠을 잡니다. 등장인물들은 좀비와 싸우고, 낮엔 휴식을 취하며 밤에 이어질 좀비의 공격에 대비하는데요.

 

“역병은 생사초로 죽은 자를 되살리면서 생겨났습니다. 생사초에 낳은 충의 알이 천곡을 조종하여 죽은 자를 되살리는데, 이렇게 되살아난 자는 이지를 잃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산 사람의 피와 살만을 탐하게 됩니다”

출처: Netflix Korea
출처: Netflix Korea

“역병 환자들은 낮에는 시신이 되었다가 밤에만 움직이며 물과 불을 두려워한다. 이 점을 이용하면 그들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햇빛이 아니었어. 온도였어

대낮에도 좀비가 세자 무리를 공격해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등장인물과 이용자들은 킹덤 속 좀비가 활동하는 조건이 '빛'이 아닌 '온도에 따른 반응'이란 점을 알게 됩니다.

 

“찬 성질을 좋아하여 더운 기운이 강한 봄, 여름에는 발병하지 못하고, 가을과 초겨울에는 해가 있는 동안만 발병하지 못하고, 1년 중 가장 찬 동지부터 입춘까지는 낮밤 모두 깨어납니다”

출처: Netflix Korea
출처: Netflix Korea

 

즉, 킹덤 속 좀비는 특정한 온도가 갖춰지지 않을 때엔 휴면 상태에 들어가 시체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 활동하기 적절한 특정 온도가 갖춰지면 깨어납니다. 마치 세균이 배양배지에서 증식하듯 좀비는 사람들을 물어뜯으며 자신들의 개체 수를 늘려갑니다.

 

킹덤 속 '역병'의 창궐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도 조선 좀비의 특성과 유사하게, '죽었지만 죽지 않은' 휴면 상태에 있다가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인간을 공격하는 전염병이 있습니다. 바로 '콜레라' 입니다. 

 

전염병 유행하지 않을 때 콜레라균은 어디로 사라질까

 

책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에 따르면 콜레라는 전 세계 해상과 철도 무역로를 따라 발생하는 19세기 전염병입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과거에는 이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습니다. 

콜레라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출처: AdobeStock
콜레라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출처: AdobeStock

그러던 1854년, 콜레라가 서유럽을 휩쓸고 갔을 때였습니다. 피렌체의 의대생 필리포 파치니가 처음 콜레라의 원인균인 콜레라균을 발견합니다. 같은 해 영국 의사 존 스노는 콜레라 관련 사망자수가 높은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봤는데요. 다수의 희생자가 한 지역의 펌프에서 길어온 물을 마셨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감염되는 수인성 질환이란 점을 밝혀낸 겁니다.

 

의학이 조금씩 발전하며 음식이나 식수가 콜레라 환자의 분변으로 오염되면 이 질병이 퍼진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1959년에 이르러서야 인도의 미생물학자가 콜레라 균이 인체를 공격하는 정확한 방법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콜레라는 수 킬로미터, 수개월, 심지어 수십 년의 간격을 두고 발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전염병이 시체처럼 잠을 잘 때, 즉 유행하지 않을 때 이 콜레라 균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있지만 배양이 안 된다

 

이에 미생물학자인 리타 콜웰(Rita Colwell)은 콜레라 병원균의 근원지를 찾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문제는 자연에서 채취한 콜레라균을 실험실로 가져와 배양액에 넣으면 자라거나 증식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없다면 그 세균이 죽은 세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실험실에서 배양되지 않는거야.. 출처: AdobeStock
왜 실험실에서 배양되지 않는거야.. 출처: AdobeStock

하지만 콜웰 박사는 세균이 죽은 것처럼 보이거나 실험실에서 배양되길 거부할 수 있지만, 여전히 살아있으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콜레라균이 자연 환경에 서식할 수 있고, 특정 조건에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콜레라균을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없는 이유도 콜레라균이 ‘휴면’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가설은 당시 과학적 풍토에 비춰봤을 때 인정받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정설에 따르면 생애 주기에 포자 단계가 있는 세균만이 휴면 상태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즉,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 콜레라균은 휴면 상태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캐나다 퀘벡시에서 열린 학회에서 한 영국인 남성은 "저런 인형 같이 귀여운 새가 우리를 인도하는군요"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학회에서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가 술에 취해 "리타는 그냥 어린 소녀일 뿐이야"라고 웅얼댔습니다. 콜웰 박사에게 논문 지도를 받던 대학원생들은 여성 교수에게 논문 지도를 받는다며 놀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콜레라 균.. 휴면상태 빠지나. 출처: AdobeStock
콜레라 균. 출처: AdobeStock

또 다른 문제는 '추운 날씨'입니다. 자연에서 채취한 물 표본 속 콜레라는 기후가 따뜻한 곳에서 발견됐지만 차가운 물 표본에선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도 일단 세포가 저온에 노출되면 증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죽은 상태는 아니었죠. 하지만 콜웰 박사는 겨울철 생존 메커니즘으로 콜레라균이 숙주에 붙어 침전물 속에 숨어있다가 조건이 갖춰지면 소생해 성장한다. 그리고 증식하며 다시 치명적인 병원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타 콜웰 박사는 콜레라균이 새 영양분이 공급되고 세포가 다시 복제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는데 이 현상을 '살아있지만 배양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한 연구를 통해 '살아있지만 배양할 수 없는 상태' 가설이 옳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주변 환경이 불리해지면 콜레라균을 비롯해 포자를 만들지 않는 다른 세균이 염분이 있는 물 속에서 휴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주변 여건이 좋아지면 세균들은 다시 살아나는데요. 이때 이 물을 인간이 마시면 감염됩니다. 마치 '킹덤' 속 좀비가 낮에는 시체가 되었다가 적절한 온도가 되면 이에 반응해 깨어나는 것과 유사한 대목입니다.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 리타콜웰의 이야기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 리타콜웰의 이야기

책<인생, 자기만의 실험실>의 저자인 리타 콜웰은 콜레라 연구를 통해 전염병이 어떻게 전파되고 날씨 패턴과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어떻게 전염병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도출했는데요. 그녀는 '콜레라 예보 시스템'을 구축해 발전시켰습니다. 정확도를 92%까지 높힌 이 예보시스템은 유니세프와 여러 구호단체가 구호활동을 선정하는 작업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리타 콜웰. 출처: Purdue University
리타 콜웰. 출처: Purdue University

리타콜웰은 세계 기후가 변화하며 바다가 따뜻해짐에 따라 콜레라 예보 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합니다. 따뜻해진 바닷물이 콜레라균의 숙주가 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에서 콜레라 유행은 점점 더 빈번하고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출처: Netflix Asia
출처: Netflix Asia

킹덤 속 역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콜레라균 역시 늪지, 강바닥 침전물 어딘가에 숨어 틈틈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상태로 말이죠.


##참고자료##

 

  • 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머스트리드 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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