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긴 여행 떠나는 하야부사2호
다시 긴 여행 떠나는 하야부사2호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21.02.15 17:10
  • 조회수 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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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2호는 지난해 12월 6일 소행성 류구(Ryugu)로부터 채집한 표토의 지구 귀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참고: 하야부사2호의 귀환). 호주 사막에서 회수하여 JAXA로 가져온 귀환 캡슐을 열어본 결과 놀랍게도 처음 목표였던 0.1g의 50배가 넘는 5.4g의 소행성 표토가 담겨 있었다1). 과거 인류 최초로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온 하야부사 탐사선의 이토카와(Itokawa) 소행성 표토는 수 마이크로그램의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여러 괄목할만한 과학적 성과를 도출했고 지금도 연구가 진행되고 논문이 출판되고 있다. 이런 사례를 비추어 보더라도 이번 류구의 표토 시료 분석 결과는 더 큰 기대가 된다.

소행성 류구 표토 시료 일부. 출처: JAXA
소행성 류구 표토 시료 일부. 출처: JAXA

하야부사2호의 샘플 귀환 캡슐이 지구에 도착하고 약 열흘 뒤 일본국립천문대(NAOJ: National Astronomical Observatory of Japan)는 홈페이지를 통해 또다시 한 장의 영상을 공개했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정상에 위치한 수바루(Subaru) 망원경이 촬영한 이 애니메이션은 3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붙여서 만들었다. 영상의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 지난 글 하야부사2호의 귀환에서 공개했던 수바루 망원경을 촬영한 하야부사2호보다 훨씬 더 희미하게 보인다. 시안(cyan) 색 막대기로 표시해 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경의 노이즈와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이 천체는 바로 하야부사2호 다음 행선지인 소행성 1998 KY26이다2).  

수바루 망원경으로 촬영한 소행성 1998 KY26. 출처: NAOJ

지난번 공개한 영상(https://www.nao.ac.jp/en/news/topics/2020/20201126-subaru.html)에서 측정된 하야부사2호의 등급은 24.6등급이었던 것에 비해 위의 영상에서 촬영된 소행성은 무려 25.4등급이다. 이는 밝기로는 약 2.5배나 어둡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별인 6등급보다는 무려 약 4000만배나 어두운 밝기다. 참고로 지금까지 지상 망원경으로 촬영된 가장 어두운 소행성은 유럽남방천문대(ESO: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의 초거대망원경(VLT: Very Large Telescope)이 관측한 2012 TC4로 2017년 7월 27일 촬영된 영상 분석 결과 27등급으로 측정됐다3)
 

수바루 망원경으로 하야부사2호를 촬영한 영상을 통해서 일본이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증명한 것이라면 이번 1998 KY26 영상은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엿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야부사2호의 소행성 1998 KY26 도착은 지금부터 10년 뒤인 2031년 7월 예정이다. JAXA 하야부사2 과학임무팀에서는 하야부사2호가 류구에 도착해서 임무가 한창이었던 지난 2019년 중반 지구 귀환 과정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연료가 남아 있음을 깨닫고 연장임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한 하야부사2호는 이전 하야부사호가 시료 채집 캡슐을 가지고 탐사선 본체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했던 것과는 다르게 캡슐만 지구로 귀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하튼 하야부사2호의 연장임무 탐사 대상 선정 논의 결과 지구 귀환 이후 연료 효율, 타당성 검증 및 후보 소행성들에 대한 과학적 가치 등을 평가해 지난 2020년 9월 소행성 1998 KY26으로의 비행을 연장임무로 결정했다4). 특히 항해 경로에 따른 탐사선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는데, 연장 임무로 고려됐던 것 중 하나인 금성 근접통과(fly-by)는 탐사선의 열적 설계와 궤적 변경에 따른 위험 때문에 배제됐다.

하야부사2호 연장임무 대상 소행성 선정 과정. 출처: JAXA

소행성 1998 KY26은 때마침 2020년 말에 관측기회가 있었고 크기가 약 30미터 밖에 안되는 매우 작은 크기여서 수바루, VLT 등 주로 대형 망원경을 활용한 관측 캠페인을 진행했다5). 1998 KY26은 아직 류구와 같은 공식 이름은 없지만 그 임시번호에서 알 수 있듯이(참고: 소행성 발견의 역사와 명명법) 지난 1998년 5월에 발견된 소행성이다. 처음 발견은 미국의 아리조나주 킷픽(Kitt Peak) 국립천문대에서 미국의 근지구소행성 탐사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페이스와치(Spacewatch) 전천탐사 프로그램에서 이뤄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크기는 직경 30미터로 소행성 류구에 비해 1/30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크기다. 궤도 장반경은 1.23 AU, 공전주기는 1.37년인 전형적인 아폴로(Apollo) 족인 이 소행성을 하야부사2호의 연장 임무 대상 천체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행성 1998 KY26의 레이다 형상 모델. 출처: NASA/JPL
소행성 1998 KY26의 레이다 형상 모델. 출처: NASA/JPL

소행성 1998 KY26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자전주기로 약 10.7분에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소행성의 자전주기가 수 시간인 것에 비해 이 소행성은 매우 빨리 회전한다. 소행성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중력적으로 느슨히 결합된 돌무지구조(rubble pile) 소행성인 경우 이렇게 빨리 자전하게 되면 중력이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소행성이 깨어져 버린다. 대부분의 소행성이 이런 돌무지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1998 KY26처럼 빠르게 자전하는 소행성들은 아마 단일암석(monolithic)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빠르게 자전하면서 깨어져버린 소행성의 일부 조각이거나 충돌에 의해서 깨어진 커다란 암석의 일부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인류가 탐사선으로 방문한 소행성 중에서 이렇게 작고 빠르게 회전하는 천체는 없었다. 더구나 1998 KY26의 구성성분은 류구나 오시리스-렉스의 탐사 대상 소행성인 베누(Bennu)와 같은 탄소질 소행성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이들과의 비교 분석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탐사선이 방문한 소행성과 혜성 사진. 가운데 상단에 류구와 베누가 보인다. 출처 :  NASA / JPL / JHUAPL / SwRI / UMD / JAXA / ESA / OSIRIS team / Russian Academy of Sciences / China National Space Agency
현재까지 탐사선이 방문한 소행성과 혜성 사진. 가운데 상단에 류구와 베누가 보인다. 출처 : NASA / JPL / JHUAPL / SwRI / UMD / JAXA / ESA / OSIRIS team / Russian Academy of Sciences / China National Space Agency

하야부사2호는 소행성 1998 KY26으로 항해하러 가는 도중에 또다른 작은 크기의 소행성 98943 (2001 CC21)에 근접비행(flyby)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2026년 7월 중에 실시할 예정이며 2001 CC21은 직경 700미터의 비교적 큰 천체로 분광 표면 특성 분류로는 태양계소천체 중에서 비교적 드문 L-형 소행성이다. L-형 소행성은 크게는 석질(규소질) 소행성으로 분류되지만 태양계에서 가장 원시적인 소행성 물질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역시 아직까지 탐사선의 방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2001 CC21는 2001년 2월 미국의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인 LINEAR(Lincoln Near-Earth Asteroid Research) 프로그램으로 발견됐고 소행성 1998 KY26과 마찬가지로 아폴로 족 소행성이며 자전주기는 약 5.02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하야부사2호는 소행성 2001 CC21 근접비행 이후 아래와 같이 2번의 지구 근접통과(swing-by) 후 1998 KY26으로 향한다. 약 5년 반 동안의 항행모드(cruise operation) 기간에는 황도광 및 외계행성 관측도 수행할 예정이다. 소행성 류구 탐사를 통해 이미 수많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표토 시료 캡슐의 귀환 임무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한 하야부사2호! 지금껏 인류가 한번도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하지 못한 미지의 소행성들을 향해 다시 긴 여행을 떠나는 그 길을 응원한다!

 

하야부사2호 탐사임무 홈페이지 화면 캡쳐(2020년 2월 14일 기준). 출처: JAXA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0/12/19/national/science-health/hayabusa2-asteroid-soil/

2) 소행성 1998 KY26의 수바루 망원경 관측 영상:
https://www.nao.ac.jp/en/news/topics/2020/20201218-subaru.html

3)소행성 2012 TC4의 VLT 망원경 관측 영상:  https://www.eso.org/public/images/ann17052b/ 

4) 하야부사 2호 연장임무 대상 소행성 선정:

http://www.hayabusa2.jaxa.jp/enjoy/material/press/Hayabusa2_Press_20200915_ver9_en2.pdf 

5)http://www.hayabusa2.jaxa.jp/en/enjoy/material/press/Hayabusa2_Press_20201224_ver7_en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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