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는 1년에 해가 한 번만 뜨고 집니다. 남극의 여름일 때에는 태양 빛을 받는 낮이 지속되고 남극의 겨울일 때에는 24시간 내내 어두운 밤이 계속됩니다. 남극의 한겨울은 7월 초쯤 시작되는데요. 남극대륙 평원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로 굉장히 춥다고 합니다.
남극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연구소 운영을 위해 남극의 지독한 겨울에도 그곳에 머물게 되는데요. 만약 갑작스럽게 의료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도와줄 의료진이 남극 연구기지에 있긴 하지만 전문가는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 긴급구조를 해야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구조 비행기를 보낼 순 없습니다. 남극의 겨울철 그곳을 비행한다는 건 너무나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남극에서 스스로를 치료하다
외상 수술과 치과 치료와 같은 다양한 수술을 할 수 있던 의사 제리 닐슨(Jerri Nielsen FitzGerald)은 1999년 남극 연구기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요. 남극에 도착한지 몇 달 지나지 않은 5월 말, 그녀는 오른쪽 가슴에서 혹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미국에 있는 종양학자와 세포학자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안내 받았는데요. 닐슨은 스스로 조직 검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남극 연구기지에서 의료 훈련을 받은 사람은 유일하게 제리 닐슨 본인 뿐이었기 때문에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료훈련을 받지 않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동료였던 한 용접공은 쪼그라든 사과에 바늘을 찔러 넣는 연습을 했고,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을 도왔습니다.
비행기 연료가 젤리처럼 변하는 극지방의 한겨울인 7월 10일, 미국국립과학재단(NSF)는 빙하 위로 항암화학요법에 필요한 약품들을 공중 투하했습니다. 하지만 닐슨 박사는 화학요법 부작용으로 더 약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졌고, 종양도 계속해서 커졌습니다. 하지만 7월은 남극의 한겨울로 그녀를 구출하기 위한 구조 비행기를 띄울 수도 없었습니다. 몇 달이 더 지나 마침내 10월이 됐고 남극에 봄이 찾아왔고 영하 118도까지 떨어졌던 기온은 영하 6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에 NSF에서는 주방위공군 비행기를 남극에서 착륙시키는, 당시 남극에서 가장 추운 착륙 작정이 펼쳐졌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무사히 구출돼 귀국했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얼음에 갇히다:남극에서 벌어진 한 의사의 생존을 위한 분투(Ice Bound: A Doctor’s Incredible battle for survival at the pole)’이란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이 책은 이후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영화 ‘델마와 루이스’란 영화로 유명한 배우 수전 서랜던이 영화에서 닐슨 박사를 연기했습니다.
남극 구조 임무 어려운 이유
그렇다면 남극의 겨울철, 구조 임무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바로 온도 때문일 겁니다. 남극대륙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일 뿐만 아니라 가장 건조하고,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대륙입니다. 극심한 추위는 공기 중의 수분이 얼려버릴 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연료를 젤리처럼 만들어버리는데요. 또한 비행기의 부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유압유는 영하 58℃에서 젤 상태가 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극심한 날씨는 대략 2월 말부터 10월 하순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극점에 있는 기지는 10월말에서 2월 중순까지의 기간 사이에만 접근이 허용된다고 합니다.
남극 겨울철 구조 임무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변덕스러운 날씨와 바람 때문입니다. 남극은 춥고 어두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날씨도 변덕스럽기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영하 84℃까지 갑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겨울에 바람은 허리케인급 강풍으로 불어온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예보라고 하더라도 남극의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건 어렵다고 하는데요. 가령, 미국의 남극관측기지인 맥머도 기지(McMurdo Station)는 해발 3000m에 있는데 극도의 찬 공기기둥이 갑자기 가라앉으면서 지형을 덮으면 허리케인급 강풍이 불어 닥치는 것이죠.
또한 남극에서는 바람이 시속 30~50km의 돌풍으로 불면 시야가 흐려져 비행은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영하 40도가 되면 눈의 결정 구조는 마치 모래처럼 바뀐다고 합니다. 이때 눈은 매우 건조하고 가볍기 때문에 산들바람에 쉽게 공기 중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주변이 모두 하얗게 보이는 현상인 ‘화이트 아웃’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면 원근감과 공간감이 없어져 가까운 곳도 분간하기 어렵게 되죠. 24시간 어둡고 얼음으로 뒤덮인 활주로 역시 비행기의 이착륙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남극의 겨울철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위급한 상황에서만 특수 임무가 실행될 뿐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날에는 연구기지에 가기 전 철저한 건강검진을 한다고 하는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여전히 수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발견을 위해 남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머스트리드 북(2021)
- Dennis Hevesi, “Jerri FitzGerald, Who Treated Herself at South Pole, Dies at 57“,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