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전염병 발생 예측한다
우주에서 전염병 발생 예측한다
  • 함예솔
  • 승인 2021.02.17 13:15
  • 조회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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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의 재앙.. 출처: AdobeStock
아이티의 재앙.. 출처: AdobeStock

2010년 1월, 아이티에는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50회 이상 여진이 이어졌고 이 사건으로 20만 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다쳤습니다. 또 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는데 그나마도 부족했던 위생 시설과 물 여과 시설은 크게 파괴됐습니다. 하지만 아이티에 재앙은 계속됐습니다.

 

그 해 여름, 아이티에는 5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에 신음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허리케인 토머스가 반세기 만에 최악의 폭우를 몰고 왔는데요. 대규모 홍수까지 악재가 계속됐습니다. 잇따른 재앙으로 난민들은 임시수용시설에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물이나 위생 시설은 없었죠. 이는 콜레라 전염병이 창궐하기 알맞은 조건이 됐고, 80만 명 이상이 콜레라에 걸렸고 1만 명 가까운 사람들은 콜레라로 사망하게 됐습니다. 

 

최악의 참사가 닥치기 전에 전염병을 막을 순 없었을까요?

 

다행히 오랫동안 콜레라 전염병을 예측하는 방법을 고민해온 미생물학자가 있습니다.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최초의 여성 총재에 올랐던 리타 콜웰(Rita Colwell) 박사인데요. 그녀는 치명적인 콜레라 발병을 일으키는 환경 조건을 이해하고 미래에 콜레라 창궐을 예측할 수 있는 ‘콜레라 예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NASA가 우주로 쏘아올린 위성을 이용해서 말이죠. 

리타콜웰. 출처: AGU
리타 콜웰. 출처: AGU

콜레라, 어떤 환경일 때 창궐하나 

 

콜레라는 단세포 생물인 콜레라균(Vibrio cholera)에 의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병입니다. 콜레라균에 오염된 물을 한 찻숟가락만 먹어도 콜레라에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물 한 찻숟가락에는 100만 마리가 넘는 콜레라균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콜레라균으로 오염된 물을 마셔 콜레라균을 고농도로 섭취하면 콜레라균은 장 내벽에 달라붙어 강력한 독소를 만들어 장이 수분과 무기질을 매우 빠르게 배출하도록 만드는데요. 이에 구토, 발열, 과도한 설사 등을 유발해 치명적인 탈수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 위생 상태가 좋아지며 선진국에서는 콜레라가 사라졌지만 물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티,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콜레라로 고통 받고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500만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10~12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NASA의 랜드셋 위성.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NASA의 랜드셋 위성(Landsat satellite).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리타 콜웰은 전염병이 어떻게 전파되고 날씨 패턴과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염병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냈는데요. NASA에서 천연자원이나 환경 관측을 목적으로 발사한 위성 랜드셋을 이용하면 엽록소의 색소와 해수면의 온도, 높이 등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날씨와 지하수 조건을 발병 패턴과 비교하기 위해 40년 간의 콜레라 연구를 수집했는데요. 

 

콜웰 박사는 ‘극도로 더운 날씨’와 ‘폭우’가 박테리아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한 지역에 일조 시간이 늘어나면 지표수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러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러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구성하는 요각류와 다른 미세동물들도 증식합니다. 요각류는 콜레라의 주요한 매개체인데요. 요각류 한마리가 콜레라균 세포 5만개를 운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따뜻해진 바닷물은 플랑크톤 개체군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콜레라 균의 개체수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에 콜웰 박사는 세계의 기후가 변화하고 바다가 따뜻해짐에 따라 콜레라 예보 시스템의 필요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말합니다. 

 

콜레라 예측을 위해 기온만큼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 바로 강의 수위였는데요. 건조한 환경일 때에는 강의 수위가 낮아지고 박테리아가 위험할 정도로 높은 농도로 축적되게 됩니다. 그런데  폭우가 내리고 홍수가 발생하면 급류가 흐르며 세균이 풍부한 강바닥의 침전물을 뒤섞게 되고 이전에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에도 박테리아를 퍼트려 전염병을 급속도로 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드디어 지난 2014년, 리타콜웰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서 2~4개월 전에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콜레라 발생을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첫번째 예측은 미국의 체서피크만, 짐바브웨, 모잠비크, 세네갈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후 점점 더 정교해지며 정확도가 92%까지 높아졌는데 2018년 3월 예멘에서 장마를 한달 앞두고 작동된 콜레라 예보 시스템은 유니세프와 여러 구호단체가 구호활동에 가장 필요한 곳을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말라리아도 위성으로 예측한다 

 

위성을 통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건 콜레라뿐만이 아닌데요. NASA는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말라리아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NASA의 위성 데이터는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습한 지역이 모기의 서식지입니다. 인공위성은 전 세계에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온도, 토양의 습도, 강수량의 변화 등을 모니터링 합니다.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밖에도 인구 자료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증상은 모기에 물린 지 몇 주가 지나서 나타날 수 있는데요. 누군가 말라리아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병에 걸린 장소가 그곳이라는 것을 단정할 수 없는 것이죠. 

NASA 연구원들은 실제로 페루 정부와 협력해 질병이 발생할 곳을 예측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계획했는데요. 사람과 모기의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모기장과 모기 퇴치 스프레이 같은 예방조치를 취하는 등 말라리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최적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발병 전 인구 이동과 강수량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통계 모델을 제공하면서 말이죠. 이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의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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