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진화하면 세상 장악하나요?"
"문어가 진화하면 세상 장악하나요?"
  • 함예솔
  • 승인 2021.04.05 19:25
  • 조회수 1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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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versation’에 흥미로운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14살 마이클(Michael)이란 학생은 “만약 더 이상 인류는 진화하지 않고,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 동물들이 계속 진화한다면 두족류가 지구를 점령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남겼는데요. 

 

마이클에 따르면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 동물들이 계속해서 더 똑똑해진다면, 특히 문어는 거의 모든 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지구의 정복자로서 훨씬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요.  두족류는 우리가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구멍에도 들어갈 수 있고 위장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잃어버린 팔다리도 재생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인류가 절멸하면 문어는 우주여행에도 더 적합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궤도에서 그들은 훨씬 쉽게 움직일 수 있고 더 작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학생의 말대로, 문어가 두뇌를 더 똑똑하게 진화시키기 시작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왜 소수의 생명체만이 지능을 가지도록 진화한 걸까요? 이에 대해 매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척추동물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Culum Brown교수가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족류의 초능력

 

마이클이 지적한 바와 같이, 문어는 손상된 팔다리를 다시 재생시키는 것에서부터 피부 색과 질감을 변화시켜 위장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외계인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문어는 심지어 위장술을 위해 색을 바꿀 때, 다른 문어들과 이상한 시각언어로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요. 


문어는 연체동물(Mollusca)에 속합니다. 연체동물에 속하는 대표주자는 달팽이인데요. 브라운 교수는 “문어는 껍데기를 잃고 다소 큰 두뇌로 능력치를 높인 달팽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문어의 가장 멋짐 점으로는 우리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한 그들의 지능을 꼽습니다. 두족류는 우리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고, 항상 그렇진 않지만, 아이들이 열 수 없게 만든 용기를 열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최근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문어의 사촌이자 두족류에 속하는 갑오징어가 영유아용 의지력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갑오징어가 자제력이 발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무척추동물에서 이러한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라고 연구진은 설명하는데요.

문어 사촌 갑오징어, 엄청난 자제력 가지고 있다. 출처: AdobeStock
문어 사촌 갑오징어, 엄청난 자제력 가지고 있다. 출처: AdobeStock

참고로 자제력을 발휘하는 능력은 종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예를들어 쥐, 닭, 비둘기는 먹이에 대해 참는 것을 어려워하며 단 몇 초 동안만 만족감을 지연시킬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영장류나 머리가 좋은 새들은 더 좋은 품질이나 양의 먹이를 얻기 위해 몇 분 간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갑오징어의 자제력을 시험하는데 사용된 테스트는 그 유명한 스탠포드의 마시멜로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아이들은 단 하나의 마시멜로로 즉각적인 보상을 받거나, 혹은 참고 기다렸을 때 두 개의 마시멜로를 보상받거나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3세에서 5세 사이의 인간인 경우 반은 즉각적인 보상을, 나머지 반은 기다렸다가 두 개의 마시멜로를 보상받았습니다. 

연구진은 비슷한 딜레마를 오징어에게 제공했고 자제력을 실험했습니다. 각각 별도의 챔버 안에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두 개 주어졌습니다. 한 쪽에는 즉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왕새우 조각의 미끼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새우를 먹지 않고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는 더 맛있는 살아있는 홍다리 얼룩새우 미끼가 달려있었습니다. 

 

연구진은 10초부터 시작해 10초씩 지연을 증가시키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6마리의 갑오징어는 더 맛있는 살아있는 새우를 기다렸고 130초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침팬지, 까마귀, 앵무새와 같은 오래 사는 사회적인 종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맞먹는 결과입니다. 수명이 긴 사회적인 종은 자제력을 통해 분명한 이익을 얻습니다. 충돌을 부정하는 것을 통해 더 길고,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혹을 물리치고 미래에 보답하는 호의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오징어에게는 이러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갑오징어는 사교적이지도 않고 수명도 짧습니다. 오징어의 평균수명은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갑오징어는 왜 자제력을 발휘해 분별력을 가진 사냥꾼이 된 걸까요? 이에 대해 연구진은 갑오징어의 식습관 때문일 것이라고 하는데요. 갑오징어는 포식자로부터 감지되는 걸 피하기 위해 오랫동안 위장 상태를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습니다. 더 좋은 질의 먹이를 기다리면 포식자에 대한 노출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더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먹이 사냥 방식이 오징어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분명, 인간은 이 불가사의한 생명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서도 마이클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어는 언젠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까요? 

 

두뇌는 크지만 수명이 짧다

 

브라운 교수는 두족류의 신경계를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문어는 뭄의 크기에 비해 큰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척추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개구리와 같은 많은 척추동물에게서 발견되는 뇌의 크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양동물과 육지동물 사이의 뇌 크기를 비교하는 건 어렵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물리학의 법칙에서 물과 공기가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은 물에서는 무중력 상태이지만 육지에서는 중력에 의해 몸의 형태와 크기가 제한된다고 합니다. 

 

문어의 뇌는 약 5억개의 뇌세포로 이뤄져있습니다. 이는 쥐보다 7배 더 많고 마모셋원숭이(marmoset monkey)와 거의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참고로 인간은 8609억 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문어의 지능을 테스트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동물들은 종종 과학자들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과학자들은 미로를 통과하는 문어를 보기 위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문어들은 종종 먹이에 대한 보상에 도달하기 위해 기어나오거나 꼭대기를 기어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수명이 5년이나 되는 태평양 문어. 출처: AdobeStock
그나마 수명이 5년이나 되는 태평양 문어. 출처: AdobeStock

하지만 문어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거대한 태평양 문어(Pacific octopus)는 5년까진 살 수 있지만 대부분의 문어는 단지 1년 혹은 6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한 문어는 완전히 형성돼 갈 준비가 됐을 때 알에서 부화합니다. 그래서 문어들은 결코 그들의 어미를 보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 모든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문어의 머리는 크고 이상합니다. 

 

문어의 진화는 느리다 

 

다른 종들과 비교했을 때 문어는 정말로 느리게 진화한다고 합니다. 최소 3억년 간 존재해온 문어가 약 300종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오늘날 인류는 겨우 20만 년 동안 존재해왔고, 그 기간 동안 지구를 점령했습니다. 

 

진화는 DNA 코드가 오랜 시간에 걸쳐 작은 단계로 점진적으로 변화할 때 발생합니다. 하지만 문어는 RNA 분자를 능동적으로 편집하는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RNA는 DNA로부터 보내진 메시지이며 유전자에게 무엇을 언제 해야하는지 말해줍니다. RNA를 편집할 수 있는 문어의 능력은 새로운 문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생물들이 따르는 표준 진화 과정인 DNA에서 장기간의 변화가 일어날 필요성을 우회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규칙 파괴적인 접근법이 문어가 느리게 진화하는 이유이며 바다에서 가장 영리한 동물들 중 하나가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조수 웅덩이나 산호초에서 발견되는 독성이 강한 종. 파란고리 문어. 출처: AdobeStock
조수 웅덩이나 산호초에서 발견되는 독성이 강한 종. 파란고리 문어. 출처: AdobeStock

하지만 문어의 짧은 수명은 많은 제약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문어가 지구를 점령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더 오래 사는 것일 겁니다. 또한 인간처럼 축적된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문어가 다른 문어들을 보며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문어가 그들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인간과 견줄만한 지능을 보이는 생물은 극히 드물고, 그 이유를 이해하는 건 오래된 과학적 질문일 겁니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뇌세포가 계속 점화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측면에서 뇌 조직은 유지비가 매우 많이 든다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그 비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큰 이점이 존재해야 합니다. 

문어는 왜 머리가 클까?! 출처: AdobeStock
문어는 왜 머리가 클까?! 출처: AdobeStock

과학자들은 두뇌가 큰 것의 한가지 이점은 인간이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따르고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동물에게 그럭저럭 살아가기 위해 충분한 지능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고 그 이상을 주진 않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문어가 우주에선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요. 문어가 육지를 지배하기 위해 진화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부리를 제외하고는 단단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지에서 움직이고 중력에 맞서 그들을 지탱할 뼈가 없기 때문에 육지에선 힘들 겁니다. 또한 문어는 아가미를 가지고 물을 통과시켜 숨을 쉬는데요. 특이하게도 문어는 피부를 이용해 호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숨을 쉴 때 약 40%의 산소는 아가미보다는 그들의 피부를 지나는 물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작용은 피부가 젖어있을 때에만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어는 물 속에 살고 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만약 문어가 우주에 물을 가지고 갈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문어는 바다에서 매우 영리한 생물 중 하나이지만 짧은 수명과 육지에서의 취약성은 지구를 점령하는데 있어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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