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캐릭터가 '뇌'에 미치는 영향
드라마 속 캐릭터가 '뇌'에 미치는 영향
  • 함예솔
  • 승인 2021.04.05 18:40
  • 조회수 128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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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속 캐릭터 중 자신과 동일시 했던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막장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악역, 혹은 히어로물의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해보신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소설 속 인물이 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사용해 그 캐릭터에 대해 생각한다는 사실이 연구돼 눈길을 끕니다. 이 연구는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심리학 박사 과정생인 Timothy Broom은 "그들이 좋아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생각할 때, 뇌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의 과정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왕좌의 게임 속 캐릭터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9개의 캐릭터를 이용했습니다. 브론, 캐틀린 스타크, 세르세이 라니스터, 다보스 시워스, 제이미 라니스터, 존 스노우, 피터 베일리쉬, 산도르 클리게인, 이그리트였는데요. 참고로 왕좌의 게임은 HBO의 인기 시리즈인데요. 상상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일곱 국가와 주위의 수 많은 위성 국가의 역사를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용이나 기사가 등장하고 마법도 사용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Timothy Broom은 "열혈 팬층을 가지고 있고 대규모 출현진들이, 대중들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 이상적이었다"고 말했는데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각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우선 브론은 칠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영주인 타이윈 라니스터의 막내아들인 티리온 라니스터의 오른팔이 되는 용병입니다. 캐틀린 스타크는 네드 스타크의 아내입니다. 세르세이 라니스터는 칠왕국의 여왕이자 세 명의 자녀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다보스 시워스는 밀수업자였으나 이후 철왕자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 중 하나인 스타니스의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제이미 라니스터는 세르세이 라니스터의 쌍둥이 동생이자, 전왕이었던 아에리스 타가리옌을 지키겠다 맹세하고 그를 살해한 왕시해자입니다. 존 스노우는 네드의 서자로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 드라마 안에서 가장 도덕적인 캐릭터입니다. 피터 베일리쉬는 재무대신이자 왕의 소협의회 위원으로 칠왕국의 수도인 킹스 랜딩의 눈과 귀입니다. 산도르 클리게인은 세르세이 라니스터의 자녀 중 한명인 조프리 왕자의 개인 경호원으로 얼굴 반쪽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큰 덩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그리트는 존 스노우가 장벽 너머를 이동하다 맞닥뜨린 야인 여성으로 자유로운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 극 중 존 스노우가 자주 언급하는
'왕좌의 게임' 극 중 존 스노우가 자주 언급하는 "윈터 이즈 커밍" 출처: 유튜브/ PersonalX

연구진들은 ‘왕좌의 게임’의 자칭 팬이라는 사람들 19명의 뇌를 스캔해 보았는데요. 실험 참가자들이 각각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중 어떤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고 가깝게 느끼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주된 연구 결과 중 하나는 소위 '특성 동일화(trait identification)'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에게서 나왔는데요. 그들은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설문지에서 "나는 정말로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와 같은 진술에 강하게 동의했습니다. 

 

Timothy Broom은 "특성 동일화(trait identification)가 높은 사람들은 이야기에 몰입할 뿐만 아니라 특정 캐릭터에게도 몰입한다"며 "그들은 캐릭터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을 기록하고,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그 캐릭터의 역할로 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뇌를 본인 자신과, 그들의 친구, ‘왕좌의 게임’ 캐릭터를 평가하는 동안 fMRI기계로 스캔했습니다. fMRI는 혈류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뇌의 다양한 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합니다. 연구진들은 복내측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 vMPFC)이라 불리는 뇌의 부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본인에 대해 생각할 때는 활동이 좀 더 증가했고 가까운 친구에 대해 생각할 때 보다 활동이 좀 더 감소했습니다. 

fMRI로 스캔한 뇌. 출처: Wikimedia Commons
fMRI로 스캔한 뇌.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진들은 fMRI에 있는 동안,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이름을 보여줬습니다. 그 목록에는 참가자 본인의 이름, 친구 9명 중 한명의 이름,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이름들을 보여줬습니다. 각각의 이름은 외롭고, 슬프고, 믿음직스럽고, 똑똑한 것과 같은 특징들 위에 나타났는데, 참가자들은 연구원들이 그들의 뇌의 vMPFC부분의 활동을 측정하는 동안, 그 특성이 그 사람을 묘사하는가에 대해 ‘예’ 혹은 ‘아니오’라고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예상대로 vMPFC는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 가장 활발했고, 친구를 평가할 때 활동이 좀 감소했으며, ‘왕좌의 게임’ 속 캐릭터를 평가할 때 활동량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런데 ‘특성 동일화(trait identification)’이 높은 사람들의 vMPFC는 이 점수가 낮은 참가자들보다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생각할 때 더 활동적이었습니다. 그 뇌의 영역은 특히 그들이 가장 가깝다고 느끼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평가할 때 활발했습니다.

SF 소설 읽고 창조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출처: AdobeStock
소설 속 허구인물과 나를 얼마나 동일시 하는가. 출처: AdobeStock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인 Dylan Wanger은 "이번 연구 결과는 소설이 어떻게 일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요. 이어 "어떤 사람들에게 소설은 새로운 정체성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의 눈과 그 경험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덧붙여 "이전 연구들이 밝혀낸 것은 사람들이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를 체험하면, 그 캐릭터와 연결성이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는 자아와 엮이게 된다는 것이었다"며 "우리 연구에서 그들의 뇌에서 그 증거를 보았다"고 전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우리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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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사 2021-04-07 14:05:56
흥미롭네요 제가 캐릭터의 인생관이나 철학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뇌과학적으로 연관이 있었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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