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우주방위대 (上)
지구를 지키는 우주방위대 (上)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21.04.22 09:54
  • 조회수 357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주방위(Spaceguard)라는 용어는 지구주변의 우주물체 특히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近)지구천체들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의미다. 1998년 개봉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에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의 막중한 책임감을 대변하는 듯 엄청나게 무겁고도 멋진 느낌이다. 사실 이 용어는 SF소설의 거장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의 1973년 작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에 나오는 소행성 충돌 조기경보시스템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 인류는 언제쯤부터 이렇게 멋지고도 무거운 용어를 사용하며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왔을까?


지구 공전궤도 주변에 존재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일컫는 근지구천체는 2021년 4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25,700개가 넘는다(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上) 글 참고). 그 중에서 근지구소행성은 25,614개이고, 근지구혜성은 113개다1).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도의 상황은 어땠을까? NASA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통계에 따르면 197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그 때까지 발견된 근지구천체는 정확히 70개였다. 근지구소행성이 27개, 근지구혜성이 43개로 근지구소행성보다 근지구혜성이 더 많이 발견되었던 시기였다. 또한 발견된 근지구소행성 27개 중 24개가 1km보다 컸으며 대부분의 소행성은 우연히 찾은 것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지구 주변에 존재하는 소행성들의 충돌 위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특히 지름 1km보다 큰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피해는 지구 전체 규모가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근지구소행성의 궤도에 따른 분류.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근지구소행성의 궤도에 따른 분류.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1973년 미국 팔로마 천문대 46cm 슈미트 망원경으로 최초의 근지구소행성 탐사 프로그램 PCAS(Palomar Planet-Crossing Asteroid Survey)이 시작되었다. Planet-Crossing Asteroid이라는 용어는 지구의 공전궤도와 교차하는 소행성을 의미하며 위의 그림에서 아폴로족과 아텐족이 이에 해당한다. 엘리너 헬린(Eleanor Helin)과 유진 슈메이커(Eugene Shoemaker) 박사에 의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973년 7월 처음으로 근지구소행성 (5496) 1973 NA을 발견하였다. 이 소행성은 아폴로족(Apollos)2)으로 궤도경사각이 68도로 매우 큰데 이는 1999년까지 이심률이 가장 큰 소행성으로 기록되었다. 1976년에는 최초로 아텐족(Atens)3) 근지구소행성인 2062 아텐(Aten)을 발견하였고, 1978년까지 12개의 근지구소행성을 발견4)하는 등 1970-80년대 근지구천체 발견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5). 이후 1981년 미국 콜로라도 스노우매스(Snowmass)에서 열린 소행성과 혜성 충돌에 관한 워크숍을 시작으로 근지구천체의 위협과 대책 방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왼쪽은 엘리너 헬린(Eleanor Helin)과 팔로마 천문대 슈미트 망원경(1973년). 출처: 팔로마천문대
왼쪽은 엘리너 헬린(Eleanor Helin)과 팔로마 천문대 슈미트 망원경(1973년). 출처: 팔로마천문대/ 오른쪽은 슈메이커 부부(유진 슈메이커, 캐롤린 슈메이커)(1986년). 출처: 팔로마천문대

이후 1992년 미 의회는 'Spaceguard Survey Report6)'를 작성했으며 이는 NASA에게 10년 이내에 근지구소행성의 90%를 발견하도록 명령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 1994년 7월 발생한 슈메이터-레비9 혜성의 목성 충돌 사건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행성과 행성의 충돌이 실제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충돌에너지가 TNT 규모 6,000,000 메가톤 규모에 목성 표면에 12,000km가 넘는 흔적을 수개월 동안 남긴 모습은 두려움마저 안겨주었다. 이후 NASA에서는 미 의회의 결정에 따라 1998년부터 10년 간 1km 보다 큰 근지구소행성의 90%를 발견한다는 우주방위목표(Spaceguard Goal)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근지구소행성 조기 발견을 위한 탐사 관측에 들어갔다7).

슈메이커-레비9 혜성과 충돌한 목성의 모습. 출처: R Evans, J Trauger, H Hammel and the HST Comet Science Team/NASA
슈메이커-레비9 혜성과 충돌한 목성의 모습. 출처: R Evans, J Trauger, H Hammel and the HST Comet Science Team/NASA

NASA에서 주관하는 근지구천체 관측프로그램(NEOO: Near-Earth Object Observations Program)8)은 우주방위목표 달성의 핵심 전략으로 여기에는 NASA의 지원으로 근지구소행성 발견이 주요 목적인 여러 개의 탐사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미 공군과 MIT 링컨연구소의 리니어(LINEAR: Lincoln Near-Earth Asteroid Research), 미 공군과 제트추진연구소의 니트(NEAT: Near-Earth Asteroid Tracking),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카탈리나 전천탐사 프로그램(CSS: Catalina Sky Survey)과 스페이스와치(Spacewatch), 미 공군과 하와이대학의 팬-스타즈(Pans-STARRS: Panoramic Survey Telescope and Rapid Response System), 하와이대학의 아틀라스(ATLAS: 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 등이 있다. 


이러한 소행성 탐사 전용 망원경들의 활약과 CCD 카메라를 활용한 효율적인 소행성 검출 방법의 개선으로 소행성 발견개수는 아래 그래프와 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0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증가하여 2021년 4월 19일 기준 발견된 근지구소행성은 모두 25,678개다. 반면 그래프에서 붉은색으로 표현된 1km 이상 크기의 근지구소행성의 발견은 2010년 이후에는 작은 크기의 소행성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지구 공전궤도 주변에 존재하는 1km 보다 큰 소행성은 대부분 발견된 것을 의미한다9). 실제로 초기 NASA의 우주방위목표는 당초 계획보다 약 3년 늦은 2011년 달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도별 근지구소행성 누적 발견 개수. 출처: NASA/근지구천체연구센터
연도별 근지구소행성 누적 발견 개수. 출처: NASA/근지구천체연구센터

NASA에서는 이후 2020년까지 140미터 이상의 근지구천체의 90%를 발견하겠다는 확장된 우주방위 프로젝트를 착수하였다10). 하지만 이는 2021년 4월 현재까지 달성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래 NASA에서 발표한 자료와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근지구소행성 종족 모델에서 예측한 개수에 비해 절반도 되지 못하는 비율이다11).

근지구천체 크기별 발견 현황. 출처: NASA/PDCO
근지구천체 크기별 발견 현황. 출처: NASA/PDCO

 

 


##참고자료##

1) NASA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 통계 페이지
https://cneos.jpl.nasa.gov/stats/totals.html 

2)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 공전궤도 바깥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측하기 용이한 소행성 그룹

3) 궤도의 대부분이 지구 공전궤도 안쪽에 위치한 소행성 그룹

4) Helin & Shoemaker (1979), The Palomar planet-crossing asteroid survey, 1973–1978, Icarus, 40, 321

5) PCAS 탐사 프로그램은 1995년에 종료되었는데 모두 65개의 근지구소행성을 발견하였고 이는 그 때까지 발견된 전체 근지구소행성의 약 20%에 해당함.

https://sites.astro.caltech.edu/palomar/visitor/visitorcenter/helinCommemorative/https://sites.astro.caltech.edu/palomar/about/telescopes/decommissioned.html#p18

6) The Spaceguard Survey Report, 1992.

https://web.archive.org/web/20100108000136/http://impact.arc.nasa.gov/downloads/spacesurvey.pdf

7)근지구천체 실행 계획을 위한 의회 대응(Response to Congress for an NEO Action Plan), 1998

https://www.boulder.swri.edu/clark/actnea.html

8)https://www.nasa.gov/planetarydefense/neoo/

9)근지구소행성 종족 모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1km 보다 크기가 큰 근지구소행성은 현재까지 95~97% 가량 발견되었다.

10) Public Law 109–155–DEC.30, 2005

https://www.govinfo.gov/content/pkg/PLAW-109publ155/pdf/PLAW-109publ155.pdf

11)  Kelly Fast의 2019년 6월 SBAG(Small Bodies Assessment Group) 미팅 발표자료

https://www.lpi.usra.edu/sbag/meetings/jun2019/presentations/Fast.pdf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보경 2021-05-19 02:17:27
영화 승리호를 보면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정말 흥미롭게 봤는데, 우주 방위대라는 직업도 너무 신기하네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직업이 생각보다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