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21.05.30 14:30
  • 조회수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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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행성방위학회(이하 PDC, Planetary Defense Conference)가 열렸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름의 이 학회는 IAA (International Academy of Astronautics)에서 주관하는 ‘실제 존재’하는 국제학술대회로 2009년 시작되어 격년 단위로 개최된다. 주로 소행성과 혜성 등 자연우주물체의 지구위협과 이에 대한 과학, 기술, 인문, 사회, 정치, 경제 등 다각적인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 제7회 PDC는 코로나-19 상황으로 2021년 4월 2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 PDC에서는 소행성 위협 대응 국제협력·정책, 새로운 소행성 발견·연구, 소행성 궤도 변경, 소행성 우주 임무, 소행성 충돌, 재난대응, 충돌 위험도 분석 등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고, 다음과 같은 9개의 주제로 구성된 학술발표 세션이 진행되었다. 주로 소행성 관측, 물리적 특성, 충돌 및 재난 대응에 주제로 연구결과 발표와 토의가 이루어졌다.

 

세션  1. Key International and Policy Developments (소행성 위협 대응 관련 국제협력과 정책)

세션  2. Advancements in Near Earth Object (NEO) Discovery (근지구천체 발견 및 특성분석)

세션  3. New NEO Characterization Results (새로운 근지구천체 특성 분석 결과)

세션  4. Deflection & Disruption Modeling and Testing (소행성 궤도변경 및 파괴)

세션  5. Mission & Campaign Design (우주임무 및 캠페인 디자인)

세션  6. Impact Management & Consequences (충돌 관리)

세션  7. Disaster Management & Response (재난 관리 및 대응)

세션  8. Public Education and Communication (대중교육 및 소통)

세션  9. The Decision to Act: Political, Legal, Social and Economic Aspects (정치, 법률,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의 행동 결정)

PDC에서는 전통적으로 학회 기간 동안 가상의 소행성의 지구 충돌(실제 추락 위치는 학회 장소 근방)을 실제 상황으로 가정하고 이에 대비해서 각 단계별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 훈련을 실시한다(A Killer Asteroid Is Coming, 글 참고). '2021 PDC'1)라고 이름을 붙인 가상의 소행성을 학회 일주일 전인 2021년 4월 19일에 발견한다는 시나리오로 시작했다2). 지구로부터 약 5,700만km 떨어진 겉보기 등급 약 21.5등급의 소행성을 미국 하와이에 있는 근지구소행성 탐사 프로젝트인 Pan-STARRS 1.8미터 망원경으로 발견한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처음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와 소행성의 평균적인 반사율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가상의 소행성은 크기 약 120미터 정도다. 이 소행성은 불과 6개월 후인 2021년 10월 20일에 지구와 충돌확률이 0.04%로 계산됐다. 아래 2개의 그림은 각각 소행성 2021 PDC의 발견 당시 초기 궤도와 충돌 시점에서의 궤도 에러 범위를 나타내며,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학회 기간 동안 업데이트 되었다.

그림 1. 소행성 2021 PDC의 발견 당시 초기 궤도. 출처: NASA/JPL
그림 1. 소행성 2021 PDC의 발견 당시 초기 궤도. 출처: NASA/JPL
그림 2. 소행성 2021 PDC의 충돌 시점에서의 궤도 에러 범위. 출처: NASA/JPL
그림 2. 소행성 2021 PDC의 충돌 시점에서의 궤도 에러 범위. 출처: NASA/JPL

(주의! 본 내용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담고 있습니다)

PDC 학회 첫째 날인 4월 26일에 설정한 가상의 시나리오는3) 다음과 같다. 2021년 4월 26일까지의 궤도 계산 결과 2021년 10월 20일 지구에 충돌 확률 5%까지 상승했고 아래 그림과 같이 예상 충돌 지역은 지구 표면의 2/3를 차지한다. 소행성의 표면 물질을 비롯한 어떠한 물리적 특성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반사율에 따라 예상 크기는 직경 35미터에서 700미터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IAWN(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4)에서는 소행성의 관측이 가능한 10월까지 지상 대형 망원경 및 활용 가능한 모든 우주망원경을 동원해서 정밀 궤도 및 물리적 특성 파악을 위한 관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림 3.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충돌 지점. 출처: NASA/JPL
그림 3.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충돌 지점. 출처: NASA/JPL

학회 둘째 날 발표된 시나리오는5) 시점(epoch)이 2021년 5월 2일로 이동한다. 7년 전인 2014년 촬영된 Pan-STARRS 관측 영상 데이터베이스에서 소행성의 이동 속도와 위치를 고려해서 영상을 이동하고 합치는 이른바 “shift+stacking” 방법을 통해 소행성 2021 PDC를 찾아내었다. 이에 따라 소행성 관측 기간(data arc)의 증가로 충돌확률은 100%로 확정되었다(주의! 이것은 가상의 시나리오다!). 예상 충돌 시각(UTC 기준)은 2021년 10월 20일 17:13(±82초)이고,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예상 충돌 위치는 유럽 전역과 북아프리카 일부다. 하지만 소행성의 크기나 형상에 관한 정보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UN SMPAG(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6)에서는 소행성 물리적 특성 파악과 궤도 변경을 위한 우주선 임무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그림 4.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점. 출처: NASA/JPL
그림 4.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점. 출처: NASA/JPL

학회 셋째 날 발표된 시나리오는7) 시점(epoch)이 2021년 6월 30일(소행성의 날, 글 참고)로 이동한다. 지난 2달 간 전 세계의 모든 대형 망원경을 동원하여 후속관측을 진행한 결과 궤도 정밀도가 향상되었다. 이에 따른 예상 충돌 위치는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인근(길이 1,400km, 너비 700km 지역)으로 좁혀졌다. 또한 NEOWISE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 소행성의 크기는 직경 160±80미터로 밝혀졌다. 한 가지 비극적인 소식은 UN SMPAG(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에서는 현재 기술로는 소행성의 궤도변경 혹은 파괴를 실현할 수 있는 우주임무 발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림 5.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역. 출처: NASA/JPL
그림 5.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역. 출처: NASA/JPL

학회 넷째 날 발표된 마지막 시나리오는8) 시점(epoch)이 충돌 6일 전인 2021년 10월 14일로 이동한다. 소행성이 지구에 630만km 거리까지 접근하여 Goldstone 레이다 관측 결과 소행성 2021 PDC의 정확한 크기는 약 105(±11)미터로 밝혀졌다. 예상 충돌 시각 역시 오차가 1초로 줄어든 UTC 기준 2021년 10월 20일 17:02:25(±1초)로 계산되었으며 예상 충돌 위치는 아래 그림과 같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3개 국의 접경 지역임이 밝혀졌다. 소행성의 지구 대기권 진입 예상 속도는 15.2km/s, 예상 충격 에너지는 TNT 규모 9~156메가톤, 평균 40메가톤 정도로 계산되었고, 이를 토대로 예상 피해 범위는 아래 그림과 같이 최대 300km, 평균 150km 범위로 추산되었다.

그림 6.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점과 예상 피해 규모. 출처: NASA/JPL
그림 6. 소행성 2021 PDC의 예상 추락 지점과 예상 피해 규모. 출처: NASA/JPL

가상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결정이 되고 난 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확한 예상 충돌 위치를 추정하고 해당 지역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자산, 유물(국보) 등을 대피시키는 것 뿐이었다. 이어진 대중 교육 & 소통(Public Education & Communication) 세션 시간에는 실제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최근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어떤 인류학자는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면 비관하거나 운명처럼 받아들이거나 혹은 낙관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번 2021년 PDC의 가상 소행성 충돌 훈련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현재 인류가 가진 기술의 우주임무를 활용하여 소행성의 궤도 변경이나 파괴 임무 등 능동적 대응을 하기에 6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만약 가상소행성의 2014년 지구 접근시 NEOSM9) 우주망원경이나 베라루빈 망원경 등 소행성 탐사전용 장비가 있었으면 사전에 발견했을 것이다. 그 만큼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지구 주변에 존재하는 지구위협소행성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조기 발견해서 가능한 많은 천체들에 대한 궤도, 물성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학회 첫째날 5%에 불과하던 지구 충돌확률이 둘째 날 100%로 증가하며 확정될 수 있었던 것은 2014년 이미 관측된 영상에서 소행성 2021 PDC를 찾아내서 소행성 관측 기간(data arc)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전 탐사 영상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통한 사전발견(Precovery) 자료는 소행성 궤도 및 예상 충돌 지역 정밀도 향상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또한 소행성의 크기와 물리적 특성 역시 충격 에너지와 예상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로서 적외선 우주망원경, 행성방위를 위한 레이다 장비, 사전 탐사 미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소행성의 임시번호는 발견년도 뒤에 발견월을 의미하는 영문자, 그 뒤에 영문자2개+숫자 조합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2021 PDC”처럼 년도뒤에 영문자 3글자가 연속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임시번호만 보더라도 가상의 소행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2021 PDC 훈련 상황 웹페이지

[3] 충돌 훈련 시나리오 Day 1 (Press Release: 2021.4.26)

[4] IAWN: International Asteroid Warning Network

[5] 충돌 훈련 시나리오 Day 2 (Press Release: 2021.5.2)

[6] SMPAG: Space Missions Planning and Advisory Group

[7] 충돌 훈련 시나리오 Day 3 (Press Release: 2021.6.30)

[8] 충돌 훈련 시나리오 Day 4 (Press Release: 2021.10.14)

[9] Near-Earth Object Surveillance Mission. 태양-지구 L1 지점에 위치하여 지구 근처로 접근하는 소행성을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으로 NASA/JPL에서 수년째 계획 중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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