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남극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펭귄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극지연구소 (소장 강성호)는 얼음이 사라진 남극 바다에서 아델리펭귄이 사냥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는데요.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 연구팀은 2018년 12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인익스프레시블 섬 (Inexpressible Island)에서 번식하는 아델리펭귄 27 마리를 추적해, 5 마리가 기존 사냥터를 떠나 난센 (Nansen) 빙붕이 붕괴하면서 노출된 바다로 향하는 모습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빙붕 (ice shelf)은 바다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로, 남극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지난 2016년 인익스프레시블 섬 펭귄 번식지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난센 빙붕의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약 214㎢ 면적의 바다가 새로 나타났습니다.
아델리펭귄이 사냥터를 바꾼 것은 빙붕 붕괴로 인해 취식이 가능한 해역이 더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요. 빙붕이 사라진 바다에는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면서 펭귄의 먹이인 크릴 등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됩니다.
5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22 마리는 이전에 먹이를 사냥했던 동쪽 바다로 갔는데, 신규 사냥터 정보가 모든 개체에 퍼지지 않아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펭귄들이 개체 간에 소리를 내며 모이는 행동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연구팀은 GPS와 수심기록계, 비디오카메라 등을 활용해 아델리펭귄의 이동경로와 사냥 습성을 파악했다. 신규 사냥터로 향한 펭귄들은 수심 100미터 이하의 얕은 바다에서 주로 먹이를 사냥했습니다.
인익스프레시블 섬은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인 남극 로스해에 위치하며, 최근 우리나라의 주도로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물범, 남극어류 등 해양동물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곳으로, 이번 관찰결과는 남극 생태계 변화 연구에 기초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남극해 해양보호구역의 생태계 구조 및 기능 연구”와 환경부 “남극특별보호구역 모니터링 및 남극기지 환경관리에 관한 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Environmental Research (환경 연구) 온라인 판에 6월 게재됐습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펭귄 일부가 변화에 적응하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는 급격한 변화로 위기에 처해있다”며,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가져올 위기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만큼, 펭귄이 겪고 있는 상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