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영감 준 ‘실제 충격 실험’
프랑켄슈타인 영감 준 ‘실제 충격 실험’
  • 함예솔
  • 승인 2021.10.12 00:00
  • 조회수 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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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생명체. 250센티미터의 큰 키에 엄청난 힘을 지닌 괴물. 출처: AdobeStock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생명체. 250센티미터의 큰 키에 엄청난 힘을 지닌 괴물. 출처: AdobeStock

죽은 자의 인체 조각을 모아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이야기 <프랑켄슈타인>. 출판된 지 200여년이 흘렀지만 영화, 뮤지컬로도 각색돼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쓴 영국 작가 메리 셸리는 훗날 이 소설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었는지 언급했습니다. 자신이 목격한 실험을 하나 꼽았는데요.

 

처형된 범죄자들의 신체를 전기로 자극해 근육을 씰룩거리게 만들어 마치 살아있는 인간을 흉낸 충격적 실험이었습니다.

 

사형수 시체에 '전기충격'

 

1803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아내와 아이를 수로에 빠뜨려 죽인 혐의를 받던 조지 포스터는 살인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그의 시신은 영국왕립의과대학으로 옮겨져 공개 해부될 예정이었는데요. 단순 해부가 아닌, 사체에 전기를 가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전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알디니의 실험. 출처: Wikimedia commons
전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알디니의 실험. 출처: Wikimedia commons

사체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하자 포스터의 왼쪽 눈이 떠지고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당시 <타임스(Times)>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른손이 번쩍 들어올려져 주먹을 꽉 쥐었으며 다리와 넓적다리가 움직였다. 무지한 목격자들에게는 이 비참한 남자가 금방이라도 다시 생명을 되찾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 같은 실험은 유럽 전역에서 이뤄졌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의료계 종사자들조차 경악할 정도였습니다. 배터리에서 흘러나오는 직류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움직임처럼 괴이하고 조직화된 행동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실험은 사람에게만 행해진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진행했던 실험에 대해 파리국립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보고했습니다.

 

개의 잘린 머리에 강력한 배터리를 작동시키자 가장 끔찍한 경련이 일었다. 머리가 잘린 개는 입을 벌렸고 이를 갈았으며 눈알은 궤도를 그리며 데굴데굴 굴렀다. 이성과 성찰이 상상력을 제한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를 목격한 이들은 아마도 이 동물이 되살아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이 실험은 일종의 오락거리로 자리 잡으며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뇌가 작동할 때 전기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개념도 보편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신경과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한 이 같은 발견의 중요성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827년 판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 역시 이러한 전기 실험에 매료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시체를 전기의 힘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소재를 소설 속에 넣은 배경입니다.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출판됐을 때 오히려 독자들은 이 같은 소설 속 장치가 큰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뇌와 마음, 그리고 전기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러한 개념에 익숙했습니다.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은 상상의 산물 정도로 치부되지만 저자와 당시 독자들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실현 가능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전기충격 실험 왜 했을까?

'뇌 과학의 모든 역사'
'뇌 과학의 모든 역사'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에 따르면 18세기 전반에 걸쳐 ‘전기’에 관한 관심이 지대했다고 하는데요. 뇌의 작동 원리 이해하지 못하던 때 많은 과학자들은 뇌 속의 신경 내 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기’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습니다.

지오바니 알디니(giovanni aldini). 출처: Wikimedia Commons
갈바니의 조카이자 공동연구자였던 지오바니 알디니(Giovanni Aldini). 출처: Wikimedia Commons

사형수 조지 포스터의 시신을 대상으로 전기를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던 사람은 개구리의 다리를 이용해 ‘동물 전기’의 존재를 발견한 볼로냐 출신의 의사 루이지 갈바니의 조카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지오바니 알디니였습니다. 그가 이 같은 실험을 수행한 배경에는 알레산드로 볼타와 같은 상대의 공격에 맞서 삼촌의 이론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갈바니는 철판 위의 개구리 근육 속 신경이 은이나 금속에 닿을 때 수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외부적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근수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동물의 몸 대부분에 내재돼 있지만 근육과 신경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동물 전기의 존재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갈바니의 개구리 다리 실험. 좌측의 인물이 양털을 문질러 정전하를 발생시키고 있다. 출처: 책 ''뇌과학의 역사'
갈바니의 개구리 다리 실험. 좌측의 인물이 양털을 문질러 정전하를 발생시키고 있다. 출처: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

하지만 동물의 체내에서 전기가 발생한다는 갈바니의 주장은 알렉산더 홈볼트와 같은 반대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학교 소속의 알레산드로 볼타는 동물 전기는 신체 조직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금속의 접촉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는데요. 갈바니가 실험에서 관찰한 근수축은 그저 두 가지 금속에 닿아 발생한 전기자극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며, 갈바니가 주장한 동물들의 체내에서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즉시 반박했습니다.

 

볼타의 비판에 기분이 상했던 갈바니는 자신의 조카 지오바니 알디니와 함께 실험을 통해 금속의 접촉이 일절 없이 겉으로 노출된 근육에 신경이 닿게 하기만 해도 근수축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는데요. 그럼에도 볼타는 이 경우에도 조직 외부의 액체 등 외부 요소가 근수축을 일으키는데 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볼타는 육체가 철저히 수동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사실 볼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요. 갈바니가 맨 처음 두 개의 금속을 가지고 진행했던 실험의 결과는 두 가지 종류의 금속이 지닌 각기 다른 전자친화도가 전류를 발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이후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진행했던 실험은 손상된 조직이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음전하를 띠게 되면서 전류가 흐르게 돼 손상 전류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갈바니가 동물의 체내에 일종의 전기가 있다고 한 주장은 옳았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깊이 있고 명확한 설명은 150년이 뒤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체내의 전하가 화학적 원리에 기반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신경은 전기화학적으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

잔인했지만, 이러한 실험 결과들 덕분에 뇌가 기능하는데 있어 전기가 핵심 역학을 한다는 개념이 보편화 됐습니다. 이처럼 책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뇌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어떤 통찰이 필요한지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과거의 사상가들이 뇌의 기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이해하는 것 또한 우리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반드시 해야 하는 기초 작업이다. 현재의 무지를 과거에 겪었던 패배의 흔적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또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도전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책 <뇌 과학의 모든역사> 中

 


##참고자료##

  • 푸른숲, 매튜 코브(Matthew cobb), 뇌 과학의 모든역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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