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사람의 위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것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이는 위암을 비롯한 위장질환 발생의 주원인 중 하나인데요. 위암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cagA* 유전자 수가 숙주**의 면역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습니다.
* cagA (cytotoxin-associated gene A, 세포독소 관련 유전자 A)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가장 중요한 독성인자 중 하나로, 위 상피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 숙주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이 기생할 수 있는 동물을 말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차정헌 교수(연세대학교) 연구팀이 유전자변이 쥐를 이용한 PMSS1 균주 감염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 면역상태에 반응하여 cagA 암유전자 수를 변화하는 병독성 조절기전을 가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는데요. PMSS1 균주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임상균주 중 마우스 감염 연구에 사용되는 대표적 야생 균주입니다. 이것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를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숙주 면역을 피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주사기 모양과 유사 구조물인 제4형 분비계*를 이용하여 위 상피세포 안으로 CagA** 단백질을 주입, 숙주의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를 교란하여 위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제4형 분비계(Type IV secretion system) : 세균 내부의 물질을 외부로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주사기 모양의 구조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이를 이용하여 CagA 단백질을 숙주세포 내로 주입한다.
** CagA (Cytotoxin-associated gene A)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cagA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CagA 단백질은 위 상피세포층을 파괴함으로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숙주 면역반응을 유발하여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동시에 가지는데요. 이에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 면역반응에 따라 CagA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접근했습니다.
그 결과, 면역반응이 약한 숙주에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cagA 유전자 수가 늘어나 병독성이 강해진 반면 면역반응이 강한 숙주에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cagA 유전자 수가 적어져 병독성이 약해졌습니다.

차정헌 교수는 “사람의 면역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병인 인자 유전형이 병독성이 강한 방향으로 변화되며, 이 변화 때문에 위암과 같은 심각한 위장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며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강한 독성인자 유전형을 가지게 된 이유를 밝히는데 중요한 기초연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거트 마이크로브(Gut Microbes)’에 3월 15일 온라인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Host immune response mediates changes in cagA copy number and virulence potential of Helicobacter pyl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