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짚신벌레는 다리가 없어도 움직일 수 있는데요. 세포 표면에 돋아난 미세털인 섬모의 존재 덕분입니다. 이러한 섬모를 원하는 형태로 쉽게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습니다.
UNIST 기계학과 정훈의 교수팀은 나노미터 크기 자성 입자를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섬모 구조를 가늘고 길게 합성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인공 섬모를 구동 장치(액츄에이터)로 쓰는 나노로봇 등의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인데요.
섬모는 액체 속에도 움직임이 자유롭습니다. 또한, 작은 외부 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죠. 코나 폐의 섬모가 하늘하늘 흔들려 액체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불순물 밀어내거나 짚신벌레가 섬모를 노 젓듯 움직여 이동하는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섬모를 모방해 미세 기계의 구동장치로 쓰려는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섬모 구조는 액상 원료를 틀에 넣어 찍는 등의 기존 방식으로 나노 미터 수준으로 작게 만들기 어렵습니. 특히 폭은 좁고 세로로 긴 형태는 더 까다롭습니다.
연구팀은 자기력을 이용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했습니다. 먼저 섬모 가닥을 돋아나게 하고 싶은 위치에 니켈 금속 조각을 배열한 뒤, 위에서 자성 나노입자를 흩뿌려 차곡차곡 쌓는 방식입니다. 니켈 주변에 형성된 강력한 자기력이 자성 나노입자를 잡아당기는 원리입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자기력 덕분에 나노 입자가 알아서 원하는 형태로 조립됩니다.
이 합성법은 수직 방향으로만 자성 나노입자가 쌓일 수 있도록 나노입자를 에어로졸 상태로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했는데요. 액체 방울(에어로졸)에 자성 나노입자를 가둬 미리 설계된 자기력 외에 다른 외부 힘을 차단하는 기술입니다. 액체는 날라 가면서 증발됩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실제 지름이 373nm(나노미터, 10-9m)인 입자를 최대 54개 까지 쌓았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인 종횡비가 50 이상으로, 이제껏 합성된 인공 섬모 중 가장 높다고 하네요. 완성된 인공 섬모는 자성 나노입자 표면에 코팅된 올레산 덕분에 베어링 없이도 매끄럽게 미끄러지면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몸 안에 투입 가능한 나노 로봇,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초미세 구동 장치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지난 6월 16일자로 출판됐습니다.
논문명: Self-Assembled Artificial Nanocilia Actua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