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욕망하라
우주를 욕망하라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22.07.23 00:05
  • 조회수 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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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C 3603의 모습. 출처: NASA, ESA, and Z. Levay (STScI)
NGC 3603의 모습. 출처: NASA, ESA, and Z. Levay (STScI)

‘안구정화’가 필요할 때, 저는 NGC 3603 성운 사진을 봅니다. 태양으로부터 2만 광년 떨어진 이 성운은 우리가 속한 은하에서 가장 많은 별이 탄생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유독 푸르게 반짝이는 별이 많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별들입니다. 세월의 더께가 제법 쌓인 별은 붉은 빛을 띱니다. 누군가는 보석 같다 하고 혹자는 알록한 그림에 비유합니다.

 

우주는 욕망의 대상

 

대기의 99%보다 높이 올라가는 풍선을 타거나, 민간 우주선에 탑승해 우주를 잠깐 즐기고 돌아오는 상품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눈에 담는 것을 넘어 소유하려는 움직임도 마찬가지입니다. ‘MARSONE’이란 회사는 화성으로 이주해 돌아오지 않겠다는 포부로 유명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화성으로 3천 명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달에는 ‘제2의 우주정거장’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탐구의 대상이었던 우주는 이미 욕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인간은 왜 우주를 욕망할까요. 어쩌면 인간이 애초에 우주와 하나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외향이든 취향이든, 인간은 자신과 닮은 대상에 본능적으로 더 끌립니다. 그런데 우주는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데 자신과 본질적인 근원까지 맞닿아 있습니다. 인간과 별은 구성 성분이 같습니다. 탄소나 산소, 질소처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별이 죽으며 흩뿌려질 때 같이 퍼졌다가 새로운 별이 탄생하면서 함께 왔습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그 주변의 탄소, 산소, 질소가 지구에 녹아들었습니다. 그 재활용된 물질들이 지금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겁니다. 인간이 우주를 자꾸 욕망하는 건 원초적 본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우주는 우주개발 사업가나 천체물리학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본능을 직시하고 우주를 욕망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순리입니다.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욕망에 충실해야 합니다. 인종, 국적, 성별, 계급 같은 구별짓기로 자신을 규명하기 보다는 ‘별의 후예’로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게 훨씬 근사하지 않은가요? 그래서 우주를 욕망하는 마음은 ‘욕망’이라는 그 은밀한 뉘앙스에 발목 잡히지 않습니다. 우주에 관한 관심은 그 본능에 눈을 뜨는 첫 걸음입니다.

 

우주를 누리자

용골자리 성운 (Carina Nebula). Image credit: NASA, ESA, CSA, and STScI
용골자리 성운 (Carina Nebula). Image credit: NASA, ESA, CSA, and STScI

이왕 우주를 욕망하고자 마음을 잡았다면 다양하게 향유하는 게 어떨까요. 가족 모두가 보도록 과학 잡지를 구독하거나 태양계를 모티브로 제작한 침구류를 자녀 방에 깔아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달에 골프장이 생기면 라운딩을 떠날 의향이 있으신지요. 1971년 아폴로 14호의 선장 엘런 셰퍼드(Alan Bartlett Ahepard)는 실제로 달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지구보다 티샷이 멀리 날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는 우리 삶의 면면과 씨줄과 날줄로 연결돼 있습니다. 당장 살갗에 와닿지 않더라도 우주와 관련된 예쁜 걸 찾아보세요. 휴대전화 케이스를 우주 프린팅으로 바꾸고, 하다못해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체 사진이라도 감상하면서 하루종일 미세먼지에 고통 받은 안구를 정화하는 겁니다. 우주를 욕망하는 방법은 도처에 가득합니다.

 

더구나 이제 허블은 가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로부터 약 150만 km 떨어진 L(라그랑주)2 포인트에서 제임스웹이 전송한 사진들을 공개 중입니다. 연일 전 세계 언론이 이 적외선 촬영으로 확보한 선명한 우주의 면면을 보며 감탄합니다.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NASA의 관측 사진 공개 행사에서 마지막 관측 자료였던 용골자리 성운 사진은 압권입니다. 태양보다 큰 별들이 막 탄생하는 장면을 고해상도로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GLASS-z13. 출처: Pascal Oesch/Cosmic Dawn Center Niels Bohr Institute/University of Copenhagen / AFP
GLASS-z13. 출처: Pascal Oesch/Cosmic Dawn Center Niels Bohr Institute/University of Copenhagen / AFP

마침내 우주 탄생의 근원을 되짚어 줄 중요한 관측이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천체 중 가장 오래된 은하계를 최초로 관측한 겁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센터의 로한 나이두 박사 연구팀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19일, 이번 관측을 국제천문학 학술지인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공개했습니다. 이 은하계는 135억년 전에 형성됐습니다. 빅뱅 이후 약 3억년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제 인간과 우주가 탄생한 그 근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관심을 갖고 나와 연결된 우주를 톺아보는 일은, 분명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다 다채롭게 확장해줄 겁니다.

우주를 욕망하세요.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하는 대상의 근원을 만나게 되는 순간, 우리 삶의 지평은 새롭게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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