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철(Fe) 쌓이는 뇌, 신경세포의 대응법 찾다!
늙으면 철(Fe) 쌓이는 뇌, 신경세포의 대응법 찾다!
  • 함예솔
  • 승인 2022.09.03 16:27
  • 조회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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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같은 중금속은 우리 몸에서 축적되면 활성산소 발생, DNA 손상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에는 세포 사멸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에 여러 부분에서 이러한 중금속이 쌓이는 현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공명영상법 및 사후 뇌 분석을 통해 뇌의 특정 부분에서 철이 쌓이는 것이 노화 및 노화 관련 질병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됐습니다. 한 예로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의 원인 중 하나로도 노화 과정에서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 SN)1)에 철이 쌓이는 것이 꼽히고 있죠.

 

하지만 나이에 따라 철이 침착됨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퇴행성 신경질환을 갖지는 않습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철에 의한 독성으로부터 흑질을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연구에서 쥐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량을 조절하면 나이에 따른 철의 침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으나, 노화에 의해 쌓인 철에 대응하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유전자에 관한 연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흑질에 쌓이는 철의 양과 그에 따른 영향 요약(위) 나이가 듦에 따라 흑질 영역에 쌓이는 철을 분석한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네모 점선으로 표시한 영역이 흑질이며 붉은색이 진해질수록 철이 많이 쌓인 것을 의미한다.(왼쪽 아래) 흑질 내 철이 적은 어린 나이에는 철에 의한 단백질 이상 접힘이 적고 이에 따른 소포체 독성도 낮은 수준을 유지해 신경세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 흑질 내 철이 쌓인 노화 상태에는 철에 의한 단백질 이상 접힘이 증가해 소포체 독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신경세포에 대한 사멸이 유도된다. 하지만 CLU와 HERPUD1이 소포체 독성을 줄이는 데 관여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한다.출처 : UNIST
나이에 따라 흑질에 쌓이는 철의 양과 그에 따른 영향 요약(위) 나이가 듦에 따라 흑질 영역에 쌓이는 철을 분석한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네모 점선으로 표시한 영역이 흑질이며 붉은색이 진해질수록 철이 많이 쌓인 것을 의미한다.(왼쪽 아래) 흑질 내 철이 적은 어린 나이에는 철에 의한 단백질 이상 접힘이 적고 이에 따른 소포체 독성도 낮은 수준을 유지해 신경세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른쪽 아래) 흑질 내 철이 쌓인 노화 상태에는 철에 의한 단백질 이상 접힘이 증가해 소포체 독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신경세포에 대한 사멸이 유도된다. 하지만 CLU와 HERPUD1이 소포체 독성을 줄이는 데 관여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한다.출처 : UNIST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권태준, 조형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나이를 먹을수록 뇌에 쌓이는 철에 대한 신경세포의 대응 방법’을 규명했습니다. 노화 동물 모델과 세포주 검증 실험을 통해 단백질 접힘 이상 관련 유전자인 ‘씨엘유(CLU)’와 ‘에이치이알피유디1(HERPUD1)’이 철 독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인데요.

 

철과 같은 중금속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독성을 가지는 활성산소를 발생시키고 DNA 손상이나 세포 사멸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우리 뇌의 특정 부분에도 철이 쌓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은 노화 과정에서 ‘뇌의 흑질’에 철이 쌓여 생기는 세포 사멸이 영향을 준다고 짐작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흑질에 철이 침착돼도 모든 사람이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지는 않습니다. 축적된 철에 의한 독성에서 뇌세포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인데요. 권태준-조형준 교수팀은 이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늙은 쥐와 어린 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하고, 관련 유전자를 찾아 세포주 검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늙은 쥐와 어린 쥐의 흑질 부분을 MRI로 촬영한 결과, 나이에 따라 흑질 부분에 철이 쌓인다는 게 정량적으로 확인했습다. 연구진은 해당 영역을 직접 채취해 유전자 발현 분석을 진행하고, 흑질에서 노화에 따라 발현량이 증가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했습니다. 

 

쥐의 뇌 조직을 이용한 유전자 분석에서는 ‘철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반응하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발달 및 노화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가 함께 확인됐는데요. 연구진은 세포주 검증 실험을 통해 단백질 접힘 이상과 관련된 두 유전자(CLU, HERPUD1)가 철 농도가 높아지면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세포주에서 이들 유전자의 발현을 줄이자 철의 침착에 따른 세포 사멸이 늘어났습니다. 두 유전자의 발현이 노화에 따른 철의 침착에서 뇌세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조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철을 측정할 수 있는 자기공명기술(MRI)과 철에 대한 세포의 대응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능 유전체 기술을 접목해 ‘노화에 따른 철의 침착과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권태준 교수, 조화평 연구원, 권구진 연구원, 조형준 교수. 연구에 쓰인 MRI 장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 UNIST
이번 연구를 진행한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권태준 교수, 조화평 연구원, 권구진 연구원, 조형준 교수. 연구에 쓰인 MRI 장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출처 : UNIST

권태준 교수는 “지금까지 퇴행성 신경질환 관련 연구와 비교하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뇌 조직에 축적되는 철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이번에 발견한 유전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과 철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연구결과는 와일리(Wiley)에서 출판하는 ‘에이징 셀(Aging Cell)’에 출판될 예정이며, 현재 온라인에 선공개됐습니다. 

논문명: Adaptive cellular response of the substantia nigra dopaminergic neuronsupon age-dependent iron accumulation

#용어설명

1. 흑질(Substantia nigra, SN)

기저핵 일부분으로 중뇌에 존재하며 근처의 다른 부위와 다르게 검은색을 띠고 있다. 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존재해 사람의 자율운동을 통제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에 따라 철이 쌓이는 대표적인 뇌의 부위로 알려져 있으며, 이 부분의 신경세포가 소실되면 도파민의 양이 줄어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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