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왜 푸르고 달은 왜 저럴까
지구는 왜 푸르고 달은 왜 저럴까
  • 이민환
  • 승인 2022.09.11 16:30
  • 조회수 1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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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바라본 지구. 출처: NASA, Adobe stock
달에서 바라본 지구. 출처: NASA, Adobe stock

'창백한 푸른 점'으로도 불리는 지구는 말 그대로 푸른 빛을 띱니다. 반면 달의 색깔은 회색 내지 잿빛입니다. 위 사진은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서 찍은 사진을 Adobe 측에서 한 차례 더 가공한 장면입니다. 잿빛 땅은 달이고, 푸른 행성은 지구입니다. 둘의 색깔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대기의 유무를 들 수 있겠습니다. 대기를 잡아둘 정도의 중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달의 질량은 지구의 1/80 수준입니다. 중력은 질량에 비례합니다. 달에 대기가 아예 0%라고는 할 수 없으나 대기라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대기가 없는 달에 왜 먼지바람이 부는가에 대한 이유도 밝혀졌는데요. NASA 달과학연구소 수 왕 박사에 따르면 태양풍으로 인해 정전기를 띠게 된 입자들이 서로 밀쳐내는 힘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정전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 이태형 연구소장은 "이 입자들이 10cm 정도까지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정전기 현상으로 인해 떠오른 먼지 입자가 햇빛을 반사시켜 달 지평선의 잔광을 만들기도 합니다.

 

빛의 산란이 뭔데?

지구의 푸른 빛이 대기 때문이라면 어떤 원리에 따라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흔히 '빛의 산란 때문이야'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씀을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빛의 산란이 뭐고, 그게 왜 지구의 색깔을 푸르게 보이도록 한다는 건지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막상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 어렵습니다.

맞습니다. 빛의 산란 때문에 푸르게 보입니다. 빛의 산란은 단어가 일본식 한자어라 어려워서 그런데, 풀어서 설명하자면 '흩뿌려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무기로 물을 사방팔방에 쫙 뿌리듯이, 혹은 불꽃놀이의 폭죽이 전방위로 터지면서 흩뿌려지듯이 퍼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태양에서 지구로 도달한 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지구 표면을 따라 대기 중에 쫙 흩뿌려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무엇 때문에? 바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기체 분자들이나 에어로졸에 빛이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빛이 흩뿌려진다는 건 빛의 파장이 함께 퍼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빛은 입자이자 파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대기중의 입자가 빛의 파장보다 크거나 작을 때 각기 다른 산란이 일어납니다.

  • 입자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작으면 레일리(Rayleigh) 산란이 발생합니다.
  • 입자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크거나 같으면 미(Mie) 산란이 일어납니다.

흩뿌려지는 빛의 세기가 클수록 눈에 더 잘 보이겠죠? 이걸 산란광의 강도라고 하는데, 이건 파장의 사승 분의 1과 반비례합니다. 쉽게 풀면 긴 파장인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산란광의 강도는 작아집니다. 반면 파장이 짧은 푸른, 보라색에 가까울수록 산란광의 강도는 커집니다.

햇빛이 지구 대기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산란되는 건 '빨주노초파남보' 중 푸른 계열의 색깔입니다. 제일 빠르게 산란되는 건 보라색부터죠. 하지만 대기에 당도하자마자 산란돼 맨눈으로 포착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파장이 짧은 파란색, 남색 정도가 보라색 다음으로 산란광의 강도가 셉니다. 흩뿌려지는 빛의 세기가 강해 눈에 더 잘 보이는 거죠.

 

지구인의 눈에 비친 달

지구에서 촬영한 달의 여러 색깔. 출처: Marcella Giulia Pace
지구에서 촬영한 달의 여러 색깔. 출처: Marcella Giulia Pace

반면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이렇게 빛이 흩뿌려지는 현상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색깔은 각양각색입니다. 달에 부딪혀 반사된 태양광이 지구에서 달을 바라보는 우리 눈에 도달하기 전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며 역시 산란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라구사의 초등학교 교사 Marcella Giulia Pace는 10년 넘게 달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위 사진은 그녀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작품이 워낙 환상적이어서 NASA와도 다양한 교류와 작업을 함께했을 정도입니다. 보시면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색은 각양각색입니다. 지구에서 달을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에 반사돼 지구로 날아오는 빛의 파장, 거리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산란되는 빛의 강도 또한 강해지거나 약해집니다. 지구에서 아침에 바라본 달의 색깔과 추석 보름 밤에 구경하는 달의 색깔이 각기 다른 이유입니다.

 

달의 먼지를 이용해 벽돌로? 출처: ESA
달의 먼지를 이용해 벽돌로? 출처: ESA

달의 표면은 레골리스(regolith)라는 미세한 먼지로 덮여 있습니다. 달의 토양은 규산염으로 구성된 현무암질인데, 이는 화산이 있는 행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달과 지구는 지질학적으로 공통적인 역사를 공유하죠? 따라서 지구의 용암이 흐른 곳에 남겨진 물질들은 달 표면의 물질과 유사한 특질을 지닙니다.

2018년 8월 20일, 유럽우주국 ESA는 달의 레골리스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달을 우주 개발의 전초기지로 삼는 아르테미스 작전의 일환으로 50년 만의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개되는 현 시점에서, 달의 무표정한 회색빛이 우리의 시각에 따라 붉게도 푸르게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지난 5월 21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달. 출처: NASA, 2022
지난 5월 21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달. 출처: NASA,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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