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 환자에게는 오후 항암치료가 더 좋을 수도?
여성 암 환자에게는 오후 항암치료가 더 좋을 수도?
  • 함예솔
  • 승인 2022.12.15 23:40
  • 조회수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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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출처: The truth about cancer
암세포. 출처: The truth about cancer

여성 암 환자의 경우 오전보다 오후에 받는 항암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오후에 치료할 시 예후가 더 좋아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는데요.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DLBCL‧Diffuse large B-cell lymphoma)은 림프조직 세포들이 악성 전환되어 생기는 혈액암의 한 종류입니다.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악성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30~40% 정도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세포 증식과 분화를 포함한 인간의 생리학적 현상은 뇌에 위치한 생체 시계(Circadian clock)에 의해 24시간 주기로 조절됩니다.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의 효능과 부작용 역시 생체 시계로 인해 투약 시간에 따라 달라진는데요. 이 때문에 약리효과가 가장 좋은 특정 시간에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시간항암요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적 치료 시간을 찾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이 없어 아직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널리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와 함께 수면장애 치료 신약의 효과를 수학 모형을 통해 분석해, 하루 중 최적의 투약 시간을 찾는 ‘조정시간요법(Adaptive chronotherapy)’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투약 시간에 따라 약물의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고영일 교수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연구에서는 암 환자를 위한 시간항암요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에서 광범위 B형 대세포 림프종 치료를 진행 중인 환자들이 오전 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 중 시간을 선택해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측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약 3주 간격으로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결합한 암 치료(R-CHOP)를 4~6회 받았는데요.

 

관측 결과, 남성 환자의 경우 시간에 따른 치료 효율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여성 환자는 오후 치료를 주로 받을 시 60개월 이후 사망률이 12.5배 감소하고, 무진행 생존 기간이 2.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오전 치료를 주로 받은 여성 환자들에게서 백혈구 감소증과 같은 항암치료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무진행 생존 기간: 암 같은 질병을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 환자가 질병을 지닌 채 살고 있지만, 질병이 악화되지 않는 기간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여성은 오전에 백혈구 수가 적고, 오후에는 늘어나는 식으로 일주기 리듬을 가진다. 이 일주기 리듬을 고려하여 항암치료를 오후에 진행하면 사망확률은 낮추고, 무진행 생존 기간은 늘리는 등 치료에서 좋은 예후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IBS
일주기 리듬을 고려한 시간항암요법. 여성은 오전에 백혈구 수가 적고, 오후에는 늘어나는 식으로 일주기 리듬을 가진다. 이 일주기 리듬을 고려하여 항암치료를 오후에 진행하면 사망확률은 낮추고, 무진행 생존 기간은 늘리는 등 치료에서 좋은 예후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IBS

 

이어 연구진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수집된 1만4000여 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상 여성은 백혈구 수가 오전에 감소하고, 오후에 늘어난다는 사실을 찾아냈는데요. 여성의 골수 기능이 24시간을 주기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가 골수 기능이 활발한 오전에 림프종 치료를 받으면, 항암 부작용으로 골수 기능이 억제되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남성은 하루 중 백혈구 수 및 골수세포 확산 속도 변화가 크지 않아 오전과 오후의 치료 효과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데요.

 

고영일 교수는 “혼재변수를 완벽히 통재한 대규모 후속연구로 이번 연구의 결론을 재차 검증하고, 다른 암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연구가 시간항암요법의 국내 의료 현장 도입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결과는 12월 13일(한국시간)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 인사이트(JCI Insight)’에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Chemotherapy delivery time affects treatment outcomes of female patients with diffuse large B-cell lymph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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