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폐암 전이를 막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 개발
KAIST, 폐암 전이를 막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리는 원천기술 개발
  • 함예솔
  • 승인 2023.01.31 20:19
  • 조회수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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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대표적 만성 난치성 질환입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등으로 인해 최근 암 발병률 및 이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있죠.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의생명과학자들의 집중적인 암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감소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암의 전이는 암의 치명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징 중 하나로 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요. 암세포의 전이 능력을 제거하거나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졌으나 오히려 중간상태의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가 되면서 더욱 악성을 보이게 되어 암 치료의 난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최근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폐암 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 암세포의 전이를 막고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폐암 세포의 전이능력이 없는 상피(epithelial, 세포 방향성이 있어 유동성 없이 표면조직을 이루는 상태)세포에서 전이가 가능한 중간엽(mesenchymal, 방향성없이 개별적인 이동성을 가진 상태)세포로 변화되는 천이 과정(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이하 EMT)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암세포 상태들을 나타낼 수 있는 세포의 분자 네트워크 수학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분자 세포실험을 통해 악성종양으로 증식하여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로 침입하거나 약물에 내성을 가진 중간엽세포 상태에서 전이가 되지 않은 상피세포 상태로 다시 바뀔수 있도록 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주는 핵심 조절인자들을 발굴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던 중간과정의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EMT 하이브리드 세포 상태)를 피하는 동시에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 치료가 잘 되는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암세포의 EMT 과정에서 불완전한 천이(변화과정)로 인해 발생하는 EMT 하이브리드 상태의 세포들은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높은 줄기세포능을 획득해 약물저항성 및 전이 잠재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EMT)는 매우 복잡하여 높은 전이 능력과 약물저항성을 가지는 EMT 하이브리드 세포 상태를 회피하면서 암세포를 전이 능력과 약물저항성이 제거된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줄기세포능: 줄기세포가 지속적 자가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세포내 신호전달체계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EMT를 지배하는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수학모델을 정립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및 복잡계 네트워크 제어기술을 적용해 중간엽세포 상태인 폐암 세포를 EMT 하이브리드 세포 상태를 회피하면서 전이 능력이 상실된 상피세포 상태로 역전시킬 수 있는 세 개의 핵심 분자 타깃인 ‘p53 (암 억제 단백질)’, ‘SMAD4 (EMT를 조절하는 대표적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중심물질로 SMAD 그룹에 포함된 단백질)’와 ‘ERK1/2 (세포의 성장 및 분화에 관여하는 조절인자)’를 발굴하고 이를 분자 세포실험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실제 인체 내 암 조직의 환경에서처럼 자극이 주어진 상황에서 중간엽세포 상태가 상피세포 상태로 역전될 수 있음을 증명해 그 의미가 큰데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EMT는 암세포의 이동과 침윤, 화학요법 치료에 대한 반응성 변화, 강화된 줄기세포능, 암의 전이 등 다양한 악성 형질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암세포의 전이 능력 획득은 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에 개발된 폐암 세포의 EMT 역전 기술은 암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 높은 가소성과 전이 능력을 제거하고 항암 화학치료의 반응성을 높이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입니다. 

연구결과 모식도. 출처 : KAIST
연구결과 모식도. 출처 : KAIST

조광현 교수는 "높은 전이 능력과 약물저항성을 획득한 폐암 세포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항암 화학요법치료에 민감한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의 예후를 증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ˮ라고 말했습니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가역 치료원리를 최초로 제시한 뒤 2020년 1월에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는 전이 능력을 획득한 폐암 세포 상태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약물 반응성이 증진된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화 기술 개발의 세 번째 성과입니다.

 

연구 결과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1월 30일 온라인판 논문으로 출판됐습니다.

논문명: A cell fate reprogramming strategy reverses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of lung cancer cells while avoiding hybrid states

 

 

#용어설명

 

시스템생물학 (systems biology)

복잡한 생명현상이 단일인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구성인자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파악하고 이를 IT의 수학모델링과 컴퓨터시뮬레이션, 그리고 BT의 분자세포생물학 실험을 융합하여 접근함으로써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메카니즘을 규명하고 생명현상을 체계적으로 제어는 21세기 바이오분야 4차 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바이오 융합연구 패러다임이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gene regulatory network)

세포가 각 조직에서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조직별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과 연관되어 있다. 약 2만 여개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각 조직의 세포들은 고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세포 특이적 유전자 발현 패턴은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통해 결정이 된다. 

 

끌개 (attractor)

세포의 반응은 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동역학 변화가 만들어내는 집합적 현상이다. 유전자와 같은 각 분자들의 활성도를 변수로 나타낸 네트워크의 상태 벡터(state vector)는 시간이 지나면 상태 공간(state space)내에서 천이(transition)를 거듭해 결국 평형상태인 끌개 상태에 수렴하게 된다. 각 끌개 상태와 그 상태로 수렴하기까지의 일련의 궤적을 통칭해 끌개지형(attractor landscape)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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