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없던 새로운 물질상, 왜 생기지?
지구에 없던 새로운 물질상, 왜 생기지?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24.05.21 23:06
  • 조회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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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우주항공청 개청을 앞두고 신(新) 우주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주 환경에 활용되는 신소재를 찾는 노력도 그중 하나인데요. 연구자들은 ‘물질의 결정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떤 물질의 결정화 과정을 정확히 관찰하고 파악하면, 입자의 배열을 조정하여 성능을 높이거나 형성 과정을 제어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초과포화 환경에서 물질의 결정화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관측하고, 분자 구조의 대칭성 변화가 새로운 물질상 형성의 원인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1890년대, 독일의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는 과포화 상태의 수용액에서 물질이 결정화될 때 안정된 물질상(相)이 아닌 준안정 상태의 새로운 물질상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었는데, 수용액 내 용질의 분자 구조 변화가 주된 요인이라는 가설이 유력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결정화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관측해야 했습니다. 수용액의 포화도가 높아질수록 순도 높은 결정이 생기고 잡음 없이 결정화 과정을 측정할 수 있지만, 기존 기술로는 포화 농도의 200%[1] 수준만 구현 가능해 정밀한 관측이 어려웠습니다.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은 독자 개발한 정전기 공중부양장치[2]로 수용액을 공중에 띄운 후 400% 이상의 초과포화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그 결과, 용질의 분자 구조 대칭성이 변하면서 물질의 결정화 경로가 바뀌고 새로운 물질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습니다.

초과포화 환경에서 분자 구조 대칭성 변화에 따른 결정화 모식도. 출처: KRISS
초과포화 환경에서 분자 구조 대칭성 변화에 따른 결정화 모식도. 출처: KRISS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 조용찬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새로운 물질상이 생기는 핵심 요인을 규명해 우리가 원하는 물질상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우주 등 극한 환경에 활용되는 신소재 개발과 바이오·의료 분야 신물질 형성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통해 4,000 K(3,726 °C) 이상의 초고온 환경을 구현하고 내열 소재인 텅스텐(W), 레늄(Re), 오스뮴(Os), 탄탈럼(Ta)의 열물성을 정밀 측정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우주 발사체, 항공기 엔진, 핵융합로에 사용되는 초고온 내열 소재의 정확한 열물성 값을 제공해 설계의 안전성·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KRISS 연구진이 초과포화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정전기 공중부양장치. 장치 가운데에 공중에 뜬 수용액이 보인다. 출처: KRISS
KRISS 연구진이 초과포화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정전기 공중부양장치. 장치 가운데에 공중에 뜬 수용액이 보인다. 출처: 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이용하면 우주와 유사한 무중력 환경을 구현해 소재의 물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다”라며 “현재 선진 항공우주국에서는 위 장치로 우주에서 진행될 다양한 실험을 지상에서 사전 수행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연구진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기반으로  초고온·초과포화·초고압의 극한 환경에서 소재의 물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극한소재 통합 측정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련 연구 성과는 'Nature communications'와 'APL materials'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Impact of molecular symmetry on crystallization pathways in highly supersaturated KH₂PO₄ solutions 

논문명: Precise density measurements of refractory metals over 3000 K: Revisiting UV imaging technique at ultrahigh temperatures 

 

#용어설명

[1] 상온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을 수 있는 소금 결정의 포화도가 100%이다.

[2] 정전기 공중부양장치: 두 전극 사이에 중력을 극복할 만큼의 강한 전압을 걸어 물체를 부양시키는 장치다. 물질을 공중에 띄우면 접촉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물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위 장치로 분자 구조 측정에 방해되는 물 분자 수를 용질 분자당 한 개 또는 두 개까지 줄여 정밀하게 결정화 과정을 관측했다.

[3] 결정화(crystallization):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물에 녹아있던 소금이 결정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액체 또는 기체 상태에 있는 무질서한 입자들이 일정한 배열을 가지는 고체로 변하는 현상.

[4] 수용액(水溶液): 물이 ‘용매’인 용액이다. ‘용질’은 용액에 녹아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소금물에서는 소금이 용질, 물이 용매이다.

[5] 정전기 공중부양장치: 정전기력으로 대상 물질을 공중에 부양시킨 후 물성을 측정하는 장치로서, 시료의 오염과 반응을 피할 수 있어 극한 소재 물성 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미국(NASA), 일본(JAXA), 독일(DLR), 중국(CSA) 등의 선진 항공우주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장비로 KRISS는 2010년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6] K(켈빈): 온도의 단위. 4,000 K은 약 3,726 °C에 해당한다. 통상 제철소의 용광로 온도는 약 1,773 K, 태양의 표면 온도는 약 6,000 K다.

[7] 열물성(thermal property): 물체별로 가지는 고유한 열적 성질의 총칭으로 녹는점, 밀도, 열전도율, 열확산율, 비열, 열팽창률, 점성 계수 등등이 있다.

[8] 내열금속(refractory metals): 철의 녹는점인 1,539 캜보다 높은 녹는점을 갖는 금속의 총칭으로 난융금속이라고도 한다. 초고온 강도와 내식성이 요구되는 핵융합·항공·우주·국방 등 극한 응용 분야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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