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우주항공국(NASA)과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공동으로 태양 관측용 망원경 '코로나그래프'를 개발해왔습니다. 연구진은 코로나그래프를 통해 태양 코로나 관측을 시도할 예정인데요. 2021년 코로나그래프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일식과 코로나
지구와 달이 움직이는 동안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의 한가운데로 지나가 세 천체가 가지런히 일직선으로 배열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조그만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의 극히 좁은 부분을 가립니다. 이 부분에는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지 않죠. 일식입니다.
태양 전체가 가려지면 '개기일식', 태양의 일부분이 가려지면 '부분일식'이라고 부릅니다. 태양의 지름은 달의 지름보다 약 400배 크지만 달보다 약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 달과 태양의 겉보기 시직경이 비슷하게 보이고 개기일식이 나타게 됩니다.
일식은 적어도 1년에 2회 일어납니다. 하지만 일식을 눈으로 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일식이 보이는 지점은 매우 좁습니다. 볼 수 있는 지역도 한정적입니다. 부분일식은 70년에 한 번, 개기일식은 200~300년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개기일식 현상을 관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는 태양 대기의 바깥층을 구성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지구에서 태양의 바깥층을 관측하려면 개기일식이 일어나 달이 태양의 안쪽을 가려줘야 하는데요. 때문에 태양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없었던 시기에 사람들은 코로나가 달의 대기인 줄로 오해하기도 했죠. 1842년 7월 8일 진행된 개기일식에서 사람들은 태양의 코로나와 홍염이 태양 바깥층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932년과 1940년 개기일식 때 관측한 분광관측 자료를 통해 코로나의 온도가 태양 표면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도 파악합니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6,000도 정도지만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500만도입니다.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 하는데요. 하지만 태양 대기인 코로나 전자의 온도가 광구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에 와서 개기일식의 과학적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들은 지구 주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위성의 의존도가 높은 현대 사회에서는 태양활동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강력한 태양 활동은 지구자기장을 교란시키고 지표면의 흐르는 지자기에 요동을 일으켜 전력망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859년 9월 유럽과 북미지역의 전신시스템 장애나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주의 대정전 사태를 꼽습니다. 그 외에도 강한 양성자 입자가 인공위성에 피해를 주는 일도 발생합니다.
코로나그래프
태양물리학자들은 코로나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코로나의 섬세한 성질은 태양 아래층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으로 인해 가려집니다. 그래서 이전 연구에는 달이 코로나를 제외한 태양의 모든 부분을 가려주는 개기일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죠. 하지만 오늘날 현대 우주망원경에는 인공적으로 일식을 일으키도록 태양을 가리는 원반장치인 '코로나그래프'가 장착돼 있습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언제든지 코로나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그래프는 가시광선만 감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코로나그래프는 감도가 높아서 자외선과 X선을 포함해 전자기 스펙트럼의 다른 광선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한 관측은 '코로나 홀'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코로나 홀은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지 않는 태양의 극지방이 어둡게 보이는 현상인데요. 코로나 홀은 한 번에 수개월 지속될 수 있으며 고속 태양풍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코로나그래프는 NASA와 유럽우주국(ESA)가 공동 개발한 태양관측 위성 SOHO(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에 탐재한 LASCO(Large Angle and Spectrometric Coronagraph)입니다. 하지만 이 위성은 이미 20년 이상 운영됐습니다. 그 기능이 코로나의 형태학적 관측에 한정됐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그래프는?
천문연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 그래프에는 4가지 필터가 장착됐습니다. 각 필터는 여러 파장에서 측정한 코로나 밝기 비율을 이용해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계산합니다. 천문연은 코로나의 밀도만 측정할 수 있던 기존 코로나그래프보다 더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017년 8월 21일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일어났을 때 천문연과 NASA 연구진은 와이오밍주에서 코로나를 관측해 필터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천문연은 필터와 편광 카메라, 운영 소프트웨어 등 코로나 그래프 주요 구성 요소들을 제작해 올해 1월 NASA로 보냈습니다. NASA는 천문연이 보낸 요소들을 합쳐서 천문연과 함께 지난 5월에 시험용 코로나그래프 조립을 완성했습니다. 완성한 코로나그래프는 구경 약 10㎝, 길이 1m 남짓한 크기가 된다고 합니다.
최근 NASA와 KASI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하기 위해 '대형 벌룬(풍선)'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요. 우리 시각으로 지난 8월 29일 밤에 미국 NASA 콜롬비아 과학기구 발사장에서 대형 벌룬을 띄우려고 했으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연기 중입니다.
천문연 관계자는 <이웃집과학자>와의 통화에서 이 프로젝트는 망원경의 완성도와 운용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범 관측의 성격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해당 관계자는 "공동 연구진은 현재 기후를 확인하며 코로나그래프를 시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차세대 코로나그래프의 개발을 담당하는 최성환 박사는 "우리가 개발 중인 코로나그래프가 완성되면 기존 장비가 가능했던 코로나의 형태학적 관측 외에서도 태양풍의 속도 등 여러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지구 주변의 우주환경 예보 적중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 아서 셧클리프 <청소년을 위한 케임브리지 과학사>
- 콜린 스튜어트 <심심할 때 우주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