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10여 명의 신생아들에게 털이 수북하게 자라는 '늑대인간 증후군' 증상이 발견됐다는 소식입니다. 이와 같은 증상은 스페인 칸타브리아에서 10명, 안달루시아에서 4명, 발렌시아에서 3명 총 17명의 신생아들에게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스페인 보건당국이 조사한 결과 신생아들은 잘못된 성분이 들어간 위장질환약을 먹은 탓에 이런 증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늑대인간 증후군? 다모증!
늑대인간 증후군은 정상보다 털이 길거나 수북할 정도로 많아지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다모증'이라고도 부르죠. 다모증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로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이 없는 부위에도 모발이 과도하게 성장하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털은 부위마다 관여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대개 얼굴과 몸통 부분은 고농도의 안드로겐이 관여하며 음모와 겨드랑이 부분은 저농도의 안드로겐이 관여합니다. 팔다리 등의 털은 유전적인 요소가 관여합니다.
다모증은 선천적이기도, 후천적이기도 합니다. 선천적 다모증은 태어날 때부터 발생한 다모증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많습니다. 부모 중 한 명이 다모증이라면 자식은 다모증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죠. 드물지만 임신 중 항경련제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할 때 아니면 술과 같은 알코올을 마셨을 경우 다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천적인 다모증은 태어날 때부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성장한 후 내부 또는 외부의 자극으로 생긴 다모증입니다. 후천적인 다모증은 당뇨병이나 다른 대사 질환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나 고혈압 치료제와 같은 항생제 및 약물 복용 후에도 발생할 수 있죠. 여성의 경우에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리면 다모증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요. 후천적인 다모증이 발생했다면 다른 내과적 질환과 연관되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수입니다.
원인은?
스페인 보건당국은 신생아들이 복용한 약을 조사했습니다. 신생아들이 대부분 복용한 약은 오메프라졸이 함유된 위장 질환 시럽약이었습니다. 오메프라졸은 위벽에서 위산의 분비에 관여하는 수소이온 펌프를 억제해 위산을 빠르고 강하게 억제하는 위장약입니다. 위와 십이지장의 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에 사용되며 항생제와 함께 헬리코박터 및 파이로리균을 제거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스페인 보건당국이 신생아들의 약을 조사한 결과 해당 약에 다량의 미녹시딜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녹시딜은 경구용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현재 탈모증의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경구용 미녹시딜의 부작용으로는 피부의 건조증과 국소 다모증 등이 있습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미녹시딜이 담긴 문제의 약을 판매한 제약회사는 인도의 일반 의약품 공급업체로부터 미녹시딜 한 묶음을 구매했습니다. 약품을 만들 때 실수로 오메프라졸이 아닌 미녹시딜을 사용해 약을 유통했다고 합니다. 스페인 보건 당국은 즉시 해당 약에 대한 유통을 금지했으며 약을 회수 및 폐기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녹시딜 복용을 중단하면 다모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피해 신생아들의 부모는 염려를 금치 못했습니다. 한 어머니는 "내 아들의 이마와 몸, 팔다리, 그리고 손이 털로 뒤덮혀 있다. 너무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어머니는 "딸이랑 밖으로 놀러나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내 딸을 보고 '불쌍한 것', '원숭이 같이 생겼다'고 말했다"며 스페인의 검찰에 사건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참고자료##
- 안건영 <미운털 뿌리뽑기>
- 임하성, 전수일, and 이민걸. "미녹시딜 도포후 전신에 발생한 다모증 1 례." (2001): 1420-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