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빛을 선물하고 잠을 빼앗은 사람은?
정답은 바로 발명가 겸 사업가 '토마스 앨바 에디슨'입니다. 에디슨은 전기와 전구를 실생활에 적용시킨 위인으로 유명하죠. 에디슨은 1879년 백열전구 발명 특허를 청구했고 다음 해 특허권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에디슨은 극단적인 일 중독자답게 잠을 매우 짧게 잤다는 일화로도 유명한데요. 에디슨은 하루에 4시간만 잤으며 잠을 오래 자는 것을 '시간 낭비', '사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느 침대 광고에 따르면 에디슨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죠.
인간이 잠을 자는 데에는 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숙면을 취할 때 말이죠.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에디슨의 말처럼 8시간보다 적게 자도 숙면을 취하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이 사람들의 비결은 바로 '유전자'입니다. <Cell Report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잠을 적게 잔다고 합니다.
4시간 수면의 비결 '돌연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신경과학 USCF 웨일 연구소 교수 Ying-Hui Fu의 연구진은 이 연구 이전에 수면 시간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았습니다. 'DEC2'라는 유전자 돌연변이인데요.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6.25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가족을 찾았습니다. 이 가족은 3대 연속으로 평균 4.5시간 잠을 잤습니다. 이 가족 역시 DEC2에 돌연변이가 있었고 적게 잤음에도 건강에 문제는 없었죠. 연구진이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가족은 ADRB1이라는 유전자에도 돌연변이가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ADRB1의 아미노산 서열 187번에서 아미노산 알라닌(Alanine)이 발린(Valine)으로 변했다는군요.
연구진은 ADRB1이 아드레날린 수용체인 베타-1-아드레날린 수용체(β-adrenergic receptor)의 유전자임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ADRB1의 돌연변이가 잠을 줄이는 원리를 알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연구진은 ADRB1의 돌연변이가 발생한 쥐를 사육했는데요. 이 쥐는 하루 수면시간이 다른 쥐들보다 55분 짧았습니다. 돌연변이 쥐의 몸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수면 제어에 관여하는 뇌간의 배측 뇌교(Dorsal pons)에 ADRB1의 유전자 발현 빈도가 유난히 높음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광유전학적 기법으로 빛을 이용해 돌연변이 쥐들의 ADRB1의 유전자가 있는 뉴런을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켰습니다. 그러자 비렘 수면에 있던 쥐들이 즉시 깨어났습니다. 비렘 수면(Non-REM) 상태는 잠을 잘 때 뉴런들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연구로 연구진은 ADRB1의 돌연변이가 짧은 수면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쩌면 에디슨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잠을 적게 잤음에도 과업을 성취했던 게 아닐까요.
건강에는 문제 없어
Fu는 "이 돌연변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로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들은 오히려 수면의 질과 효율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았다는군요. Fu는 "연구를 계속한다면 돌연변이의 영향을 모방해 우리에게 필요한 '수면량을 줄이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돌연변이를 연구함으로써 숙면을 취하는 이유를 배우고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더 나은 수면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Shi, Guangsen, et al. "A Rare Mutation of β1-Adrenergic Receptor Affects Sleep/Wake Behaviors." Neuron (2019).
- He, Ying, et al. "The transcriptional repressor DEC2 regulates sleep length in mammals." Science 325.5942 (2009): 866-870.
- 강석기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