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박막 증착 과정, 실시간 본다
반도체 박막 증착 과정, 실시간 본다
  • 강지희
  • 승인 2019.09.17 23:15
  • 조회수 8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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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반도체 필수! 규소! 출처: 포토리아</em><br>
반도체 하나 만드는데에는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출처: fotolia

반도체 공정 중 박막 증착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Wafer) 위에 얇은 층 형태의 박막을 단계적으로 겹겹이 쌓아가는 핵심 공정입니다. 박막은 반도체 회로 간의 구분과 연결, 보호 역할을 담당합니다. 박막을 최대한 얇고 균일하게 형성할수록 반도체 품질이 향상되죠. 그런데 박막의 두께가 1㎛ 이하로 매우 얇아 이를 구현하는 공정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박막 형성 상태를 수시로 측정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박막이 제대로 증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장비에서 박막을 꺼낸 뒤 별도의 분석기기로 검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박막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나 수분과의 접촉으로 변질돼 분석결과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고 박막에 불량이 발생한 경우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생기원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허훈 박사 연구팀이 화학기상증착 장비 내부에서 웨이퍼 위에 박막이 형성되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측정·분석할 수 있는 '화학증착소재 실시간 증착막 측정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비결은 바로 '라만 분광'

개발된 화학증착소재 실시간 증착막 측정 시스템. 가운데 큰 원통 모양의 화학기상증착 장비에 오른쪽에 위치한 라만 광원 기반의 실시간 측정·분석 장치가 결합돼 있다. 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허훈 박사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 장비 내부에 박막 소재의 증착 과정을 측정·분석할 수 있는 In-situ 라만 분광(Raman spectroscopy) 장치를 설치해 기존의 분석기기에 발생하던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연구팀이 설치한 In-situ 라만 분광 장치는 '라만 효과'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인도 물리학자 라만이 1928년 발견한 라만 효과란 단색광을 기체 또는 투명한 액체·고체에 쬐면 산란광 속에 파장이 약간 다른 빛이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빛이 어떤 매질을 통과할 때 빛의 일부는 산란돼 진행 방향에서 이탈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데요. 이때 산란된 빛은 원래의 에너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원래 빛의 에너지보다 적거나 많은 에너지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산란된 빛 중 원래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란되는 과정은 '레일리 산란'이라 하고 에너지를 잃거나 얻으면서 산란되는 과정을 '라만 산란'이라고 구분합니다.

 

라만 분광법은 라만 효과를 이용해 분자의 화학적인 구성과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라만 산란이 발생했을 때 탄성 산란에 비해 시프트(shift)된 정도를 '라만 시프트(Raman shift)'라고 하는데요. 라만 시프트는 시프트된 정도를 스펙트라(spectra)로 표현해 매질의 특성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허훈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라만 효과로 발생하는 특수한 빛의 배열인 '라만 스펙트럼'을 활용하면 장비 내부에서 바로 박막 소재의 농도나 결정구조, 결정성 등 다양한 물성 정보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학 증착에 필요한 화합물 및 반응가스, 박막 성장 온도나 시간 등 여러 변수를 측정·분석해 공정도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박막 물성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유전율(Permittivity)을 유추할 수 있는 분석기법도 개발했습니다. 유전율이란 전기장을 가했을 때 전기적 성질을 띤 분자들이 정렬해 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이 발생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유전율 분석결과는 고집적화와 고속화 구현에 유리한 저유전율 특성을 지닌 반도체 물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되죠. 연구팀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저 유전율 반도체 물질을 증착시켜 그 과정과 처리조건에 따른 물성변화를 라만 스펙트럼으로 실시간 분석하는 데 성공하고 신규 박막 소재의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허훈 박사가 박막 소재가 증착된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번 연구를 주도한 허훈 박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기존 Ex-situ 박막 분석 방식의 한계를 국내 기술력으로 극복해낸 사례인 만큼 관련 소재·장비 국산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개발한 화학증착소재 실시간 증착막 측정 시스템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OLED 소재, 2차전지 또는 태양전지용 전극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노지현, and 이태권. "라만 분광법을 활용한 세균 검측 기술." 미생물학회지 53.2 (2017): 71-78.
  • 박종재 오칠환 and 정회일 <라만 분광학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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