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 성격장애?
현대사회에서 '자기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유지시키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 성격 특성으로서의 자기애와 달리 병리적 성격 특성으로서의 '자기애 성격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애 성격장애는 인격장애의 유형 중 하나입니다. 자기에 대한 과장된 욕구와 함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인격장애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Narcississm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신의 미모를 너무 사랑해 호수에 몸을 던져 죽은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했죠.
자기애 성격장애의 주요 특성으로는 과도한 자기에 대한 몰두, 비현실적인 웅대한 자기상, 타인에 대한 공감 결여에 따른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 등이 있습니다. 자기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아도취에 푹 빠집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오직 자기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죠.
자기애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모든 면에서 특별하다고 느낍니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강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분노하죠. 또한 과시성과 시기심이 강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자기애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아무 죄책감 없이 타인을 이용합니다.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잦은 갈등을 일으킵니다.
자기애 성격장애는 병리적 측면에서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나눕니다. 외현적 자기애는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지각을 과장되게 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찬사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거만한 특성을 보이죠.
내현적 자기애는 자기 중심성이 높고 자기에 대한 환상을 과장한다는 점은 외현적 자기애와 다를바 없는 특징을 갖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자기 확신과 주도권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자기상에 대한 상처를 받기 쉽죠. 그래서 겉으로는 소심하고 우울한 특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진은 자기애 성격장애의 직관적 사고를 알기 위해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 성격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Thinking & Reasoning>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자기애 성격장애 환자들은 유형에 관계없이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지적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틀렸을 때도 자신의 답과 직감을 고집한다고 합니다.
실험 방법
연구진은 세 번의 연구를 걸쳐 100명의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시는 다음과 같은데요. 이웃님들도 맞혀볼까요?
방망이와 공이 합쳐서 1.10달러였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쌌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일까?
(※100센트 = 1달러)
10센트라고 답한 분들 있나요? 정답은 5센트입니다. 방망이의 가격은 1.05달러, 공의 가격은 5센트, 합쳐서 1.10달러가 되기 때문이죠. 자기애 성격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오답을 낼 시 정답을 듣고 인정하거나 정답의 이유를 알기 위해 스스로 찾아다니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한 자기애 성격장애 환자들은 오답을 내도 피드백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직감에 자신만만해했는데요. 환자들은 유형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자신의 답과 직감이 옳다고 주장했으며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진 중 한 명이자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심리학자 Jonathan Fugelsang는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며 "외현적 자기애 성격장애와 내현적 자기애 성격장애 모두 특정한 유형의 중요한 반성적 사고 과정과 부정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애 성격장애, 왜 발생할까
자기애 성격장애는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발생하는데요. 심리적 요인으로 말해보겠습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은 어린 아이를 예로 듭니다. 어린 아이는 양육과정에서 정상적인 자기애를 경험합니다. 배가 고파 울면 엄마가 젖을 먹여주는데요. 이 때 아이는 '나'와 '타인'의 구분이 없어 자신이 전지전능해서 스스로 배고픔을 채운다고 착각합니다. '내가 울어도 이렇게 젖을 주니 나는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동생이 생기거나 유치원에 들어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는 예전보다 못한 관심을 받습니다. 이런 좌절 경험은 아이에게 '나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시켜주죠. 좌절 경험은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입니다. 하지만 좌절 경험이 없거나 너무 충격적인 경우 자기애 성격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좌절 경험이 없으면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유아적 자기애를 교정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애 성격장애를 갖기 쉽죠. 반대로 좌절 경험이 충격적이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에 더 집착하고 자기애 성격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Littrell, Shane, Jonathan Fugelsang, and Evan F. Risko. "Overconfidently underthinking: narcissism negatively predicts cognitive reflection." Thinking & Reasoning (2019): 1-29.
- 심상홍, and 이장한. "자기애 성격장애 척도의 요인 구조: 외현적 자기애 및 내현적자기애와의 관련성 검증."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6.2 (2012): 87-100.
- 이승욱 외 <공공상담소 마음의 증상을 말하다> 예담(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