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물체의 조작 능력 즉 '운동 솜씨'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은 철학 및 과학 등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습니다. 최근 뇌영상화 기법들이 발전됨에 따라 이를 뇌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는데요. 주로 동작 수행 전후 비교 연구가 대부분입니다. 동작 수행 과정 중에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해 그 이유를 밝히려는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요.
사람의 동작들은 뇌의 '대측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동작들은 신체의 좌측과 우측으로 구분돼 각각 반대편 뇌 영역의 통제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우뇌는 신체의 왼쪽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 동작들을 담당하고 통제하는데요. 이를 '대측성(Contralaterality)'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손을 이용해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인간만의 능력인 '손 조작 솜씨'를 대측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의문을 품었는데요. DGIST는 지능형로봇연구부 안진웅 책임연구원 이승현 연구원, 진상현 전임연구원 팀이 '손 조작 솜씨'를 설명할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습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연구팀은 뇌혈류역학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출해 인간의 운동 솜씨가 대뇌피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규명했습니다. 안진웅 책임연구원팀은 오른손을 주로 쓰는 정상인 15명을 대상으로 오른손과 왼손으로 복잡한 과제를 번갈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연구팀은 대뇌 피질의 혈류 상태를 보여주는 신호를 검출해 평소 주로 사용하는 손(오른손)과 아닌 손(왼손)을 각각 사용할 때 나타나는 대뇌 피질의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손 조작 솜씨'가 뇌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를 찾는데 집중했죠.
연구 결과 주로 사용하는 손(오른손)으로 복잡하고 섬세한 동작을 수행하면 이를 관장하는 좌뇌의 대뇌 피질 혈류만 활성화됐습니다. 하지만 위의 그림에서처럼 익숙하지 않은 손(왼손)의 경우 손의 반대편뇌인 우뇌의 대뇌 피질과 좌뇌의 대뇌 피질도 함께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즉, 연구팀은 왼손과 같이 평소 잘 쓰지 않는 손을 이용해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면 우리의 신체는 좌뇌와 우뇌를 함께 작동시킴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손재주를 뇌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 연구로 기존의 연구가 침팬지 같은 유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과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했단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연구는 향후 뇌질환 환자들의 재활, 치료 등 임상 연구에 적용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는 대측성을 갖고 있어 이를 근간으로 인간의 행동, 사고 등을 이해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인간만이 갖는 작업 솜씨가 대측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기존의 학설을 뛰어넘어 복잡한 동작(협응 동작, 세밀한 조작, 순서가 있는 동작 등을 포함)을 수행할 때 인간의 작업 솜씨가 발현되는데 이는 대측성이 아닌 솜씨와 직접 관련 있는 우세한 뇌영역이 대뇌 활동을 관장함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DGIST 지능로봇연구부 안진웅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가 뇌질환 환자들의 작업 재활, 운동 신경조절 치료 등 임상 과정에 활용이 가능하다"며 "최근 딥러닝 등 뇌의 시각 피질을 모방한 인공 지능을 넘어 뇌의 운동 피질을 모방한 인공 지능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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