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1위는 '암'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데요. 현재 폐암 진단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X선 검사나 CT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고 비용이 높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폐암 진단 및 예방법이 시급한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호흡(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의료용 '전자 코'를 개발했습니다. <Sensors and Actuators B>저널에 게재됐는데요. 연구팀은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날숨을 통해 감지하는 센서와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진짜 '사람 코'에서 착안
연구진은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다는 사실에 착안했습니다.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마치 사람의 코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꿨는데요. 이러한 원리를 통해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고 검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기술명을 '전자 코'라 명명했는데요. ETRI가 개발한 '전자 코'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입니다. 이 시스템은 크게 날숨 샘플링부, 금속산화물 화학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로 구성됩니다.
폐암 검사, 호흡으로 간단하게
연구진의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의 호흡만으로 간단하게 폐암 검사가 가능합니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습니다. 날숨이 찬 비닐에 탄소막대기를 넣으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게 됩니다. 그럼 다시 이 막대기를 '전자 코' 시스템에 집어 넣습니다. 이후 시스템을 작동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막대기에 붙은 가스의 정도에 따라서 전기 저항이 달라집니다. 그럼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며 폐암 유무를 판별합니다.
연구진은 분당 서울대병원의 도움으로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 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진의 전자코는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같은 병원 흉부외과 연구팀의 임상적 유의성도 확인했는데요. 폐암환자 진단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된 ETRI의 기술은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편의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추가로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판별 정확도를 높이고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의 조기 진단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죠.
한편 연구진은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과 같이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이로써 환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응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연구책임자인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본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진단 관련 의료기기 시장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먀 "정부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도 "ETRI와의 연구 성과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의 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정확도 개선과 빅데이터 적용 등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 Chang, Ji-Eun, et al. "Analysis of volatile organic compounds in exhaled breath for lung cancer diagnosis using a sensor system."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255 (2018): 8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