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 연구진이 밀라노에서 어린 남성의 유골을 포함해 56개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은 중세 시대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 남성은 역사상 가장 무서운 방식 중 하나로 처형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고문 수레바퀴(Breaking Wheel, Catharine Wheel)'입니다.
고문 수레바퀴
폭군, 내게 가할 교묘한 고문이 있소?
고문바퀴? 고문 틀? 부젓가락? 생살 저미기? 끓는 납? 끓는 기름?
구식 고문, 신식 고문, 무얼 내게 쓰려우?
내 말 마디마디 악질 고문 감인데.
- 윌리엄 셰익스피어 <겨울이야기> 중에서 -
역사를 돌아보면 수 많은 처형과 고문이 존재했음을 목도합니다. 중세 유럽에서도 범죄자의 죄질, 성별, 연령, 사회적 지위에 따라 처형 또는 고문 방식을 다르게 시행했습니다. 그나마 가장 명예를 잃지 않는 처형은 검으로 단칼에 내리는 처형입니다. 고통이 한 순간이기 때문이죠. 가장 힘든 처형은 네 토막내기였습니다. 고통이 장시간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고문 수레바퀴는 죄인을 아주 천천히 죽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죄인은 먼저 썰매에 태워진 채 형장으로 운반됩니다. 형장에서는 죄인을 나체로 땅바닥에 내팽개친 후 쐐기로 죄인의 손과 발을 수레바퀴에 고정합니다. 이어서 키의 반 정도되는 크고 무거운 수레바퀴가 등장합니다. 이 바퀴의 한 쪽에는 철로 된 뾰족한 돌기가 달려있는데요. 형은 집행하는 사람은 죄인의 몸을 향해 이 돌기를 떨굽니다.
죄의 무게에 따라 어느 부위에 떨어뜨릴지 순서가 정해집니다.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사람은 심장이나 목덜미 위에 일격을 가해 바로 숨통을 끊습니다. 죄가 무거운 사람은 정강이, 손, 발의 관절을 차례로 부러뜨리고 맨 마지막으로 심장을 가격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죄인의 사체(숨이 붙은 경우도 있습니다)는 수레바퀴에 단단히 묶인 후 관중들이 볼 수 있도록 아무렇게나 방치됩니다. 수레바퀴에 묶인 사체는 비바람을 맞으며 새의 먹이로 전락합니다.
남성 뼈에서 특이한 패턴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의 생명의학과 교수 Cristina Cattaneo의 연구진은 남성의 골격을 분석했는데요. 연구진은 "남성은 연령이 17~20세이며 13세기 사람일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연구진은 남성의 뼈대에 있는 상처에 주목했습니다. 처음 연구진은 남성이 전투 도중에 사망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남성의 뼈대를 관찰한 결과 남성의 뼈에 있는 상처가 이례적인 패턴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팔뚝과 다리의 긴 뼈는 수직 방향으로 산산조각이 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남성의 뼈대에 있는 부상이 매우 체계적임을 발견했습니다. 남성의 척골, 요골, 정강이뼈, 비골이 왼쪽과 오른쪽 대칭으로 골절됐습니다. 남성의 후두골에서는 참수형을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남성이 고문 수레바퀴로 처형당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어린 남성은 왜 처형당한 걸까요? 이 남성이 살았던 시기는 흑사병이 발생한 시점과 어느 정도 겹쳤는데요. 연구진은 "남성은 흑사병을 퍼뜨린 사람 중 하나로 의심받고 분노한 군중들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아 고문 수레바퀴형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외모 때문에 처형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습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남성은 부정교합이었습니다. 당시의 또래 남성들보다 키도 4인치(약 10.16cm) 이상 작았다고 하는데요. 연구진은 "외모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Mazzarelli, Debora, et al. "First signs of torture in Italy: A probable case of execution by the wheel on a skeleton from 13th century Milano."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109 (2019): 104990.
- 역사의수수께끼를 탐험하는모임 <위험한 세계사>. 매일경제신문사(2008).
- 하마모토 다카시 <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달과소(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