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휘어지는 차세대 '투명전극'
잘 휘어지는 차세대 '투명전극'
  • 강지희
  • 승인 2019.10.22 16:10
  • 조회수 6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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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새로운 투명전극을 만들겠어...! 출처: pixabay
반드시 새로운 투명전극을 만들겠어...! 출처: pixabay

 

스마트폰 터치 패널이나 각종 IT기기의 디스플레이에는 투명전극이 들어가는데요. 투명전극은 빛은 그대로 투과시키면서 전기를 잘 통하게 합니다. 이 투명 전극의 소재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물질은 인듐 주석 산화물(Indium Tin Oxide, ITO)인데요. 인듐 주석 산화물(ITO)은 전기 전도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휘거나 굽혔을 때 쉽게 깨지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최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깨지기 쉬운 인듐 주석 산화물(ITO) 전극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투명전극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차세대 투명전극 소재로는 '전도성 고분자'가 각광받습니다. 전도성 고분자는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인데요. 형태 변화가 자유롭습니다. 덕분에 압력을 가해도 깨지지 않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인듐 주석 산화물(ITO)과 비교해 전기 전도도가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도성 고분자를 활용한 투명전극 소재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돼 왔죠. 전기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기 용매, 계면 활성제 등의 화학 첨가제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그러면 친환경 공정 개발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플렉시블 투명전극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조사해 인듐 주석 산화물(ITO) 전극 수준만큼 전기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는 <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됐습니다.

 

'레이저' 쏘아보다 발견

고분자와 적외선 레이저로 제작한 투명 터치패널 시제품. 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나노·광융합기술그룹 윤창훈 박사 연구팀은 대표적 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 투명전극에 1,064㎚ 파장대의 적외선 레이저를 조사했는데요. 전기 전도도가 약 1,000배가량 높아지는 물리적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공정에 적용했습니다. 참고로 PEDOT:PSS 투명전극은 전도성이 있는 PEDOT을 PSS(Polystrene Sulfonate)가 전선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실뭉치 형태의 고분자 박막입니다. 

 

PEDOT:PSS의 전도도를 높이려면 PSS를 최대한 녹여 PEDOT끼리 서로 연결해야 하는데요. PEDOT:PSS 용액에 1,064㎚ 파장대의 레이저를 쏠 경우 PEDOT이 열을 먼저 흡수해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때 PEDOT를 둘러싸고 있는 PSS가 전선 피복이 녹듯이 녹아 내리면서 PEDOT이 다량 노출됩니다. 이 덕분에 전도도는 높아집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화학적 방식에서 벗어나 레이저를 활용한 물리적 처리 방식으로 인듐 주석 산화물(ITO) 박막 수준의 전도도를 구현해낸 최초의 사례입니다. 특히 이미 상용화돼 있는 PEDOT:PSS 용액과 1,064㎚ 파장대의 레이저 장비를 활용하는 후처리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구현이 간편하고 전극 제작비용도 저렴하죠.

 

아울러 PEDOT:PSS 용액은 국내 조달이 가능한 만큼 대일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인듐 주석 산화물(ITO) 소재를 대체할 수 있어 투명전극 분야의 소재 자립화가 기대됩니다. 또한 전도성 고분자 용액을 기판에 바른 후 레이저를 조사할 때 패터닝(Patterning) 작업까지 동시에 가능한데요. 덕분에 투명전극에 원하는 패턴을 새기면서도 쉽고 빠르게 제작이 가능합니다.

나노·광융합기술그룹 윤창훈 박사가 투명전극 제작에 사용되는 PEDOT:PSS 용액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윤창훈 박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레이저를 쏘면 발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연구하던 중 유사 물질인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조사했더니 예상과 달리 전기 저항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고 밝히며 "개발한 공정기술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 폴더블 태양광 패널 제작 등에도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Yun, Changhun, et al. "Generating semi-metallic conductivity in polymers by laser-driven nanostructural reorganization." Materials Horizon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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