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현상, 거시세계에서도 발견 가능 할까?
양자 현상, 거시세계에서도 발견 가능 할까?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23.01.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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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 연구위원과 쯔비 틀러스티 연구진이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 입자들이 쌍을 이루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었는데요. 이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여러 가지 특이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서도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물리학은 양자역학의 등장 이후 고전물리학와 양자물리학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고전물리학이 눈에 보이는 물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 거시세계를 다룬다면, 양자물리학은 물질을 이루는 최소 기본입자인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다루죠. 

 

예를 들어, 고체나 액체와 같은 물질은 구성 입자 간의 거리가 가까워 상호작용이 강한데,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는 구성 입자들이 뭉쳐지는 독특한 집단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를 준입자(quasiparticle)라 합니다. 이로써 상호작용이 강한 입자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상호작용 없이 행동하는 준입자들로 간단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되는데요.

준입자에는 쿠퍼쌍(전자 2개가 쌍을 이루는 현상), 엑시톤(전자와 정공의 결합체), 포논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 특이한 성질을 보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 액체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그래핀의 성질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학자들은 거시세계에서는 전자와 같은 구성 입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준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준입자는 양자물리학에서만 관측되거나 이용되는 개념이었죠.

얇은 미세유체 채널에서 흐르는 콜로이드 입자계의 실험 측정.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으로 같은 속도(화살표)로 움직이는 안정된 입자쌍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자쌍들을 준입자라 한다. 출처 : IBS
얇은 미세유체 채널에서 흐르는 콜로이드 입자계의 실험 측정.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으로 같은 속도(화살표)로 움직이는 안정된 입자쌍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자쌍들을 준입자라 한다. 출처 : IBS

그러나, IBS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놀라운 현상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아주 얇은 두께의 미세유체 채널(2개의 얇은 판 사이로 액체가 흐르는 것)에서 콜로이드 입자들로 이루어진 입자계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채널의 두께가 입자의 크기와 비슷한 2차원 입자계에서 액체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자가 가까이 위치한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쳐 입자들이 짝을 짓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일으키는 액체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이 한 입자가 다른 입자의 움직임에 의한 유체역학적 힘을 받기 때문입니다.

 

교신저자 박혁규 연구위원은 입자들이 짝을 짓는 이유가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에 의한 두 입자 간의 힘이 뉴턴 제3법칙(작용 반작용의 법칙: 상호작용하는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을 깨기 때문”이라며, “두 입자가 받는 유체역학적 힘의 크기와 방향이 같아 쌍을 지어 한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입자가 쌍을 이루어 움직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유체역학적 포논도 존재하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열에 의해서 흔들릴 때 ‘포논’이라는 양자화된 준입자가 열에너지를 결정 전체에 전파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유체역학적 힘은 거시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에서 입자들을 진동하게 해서 유체역학적 포논을 발생시킵니다. 유체역학적 힘으로 생성된 포논을 분석한 결과, 그래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한 에너지띠 구조가 나타나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유체역학적 포논 준입자. 유체역학적 결정에서 관측된 포논은 준입자들의 존재를 상징하는 디랙원뿔을 보인다. 디랙원뿔은 그래핀의 특이한 에너지띠의 구조로 두 개의 원뿔이 대칭을 이루면 한 점에서 만나는 구조이다. 확대한 부분은 디랙 이중원뿔 한 개다. 출처 : IBS
유체역학적 포논 준입자. 유체역학적 결정에서 관측된 포논은 준입자들의 존재를 상징하는 디랙원뿔을 보인다. 디랙원뿔은 그래핀의 특이한 에너지띠의 구조로 두 개의 원뿔이 대칭을 이루면 한 점에서 만나는 구조이다. 확대한 부분은 디랙 이중원뿔 한 개다. 출처 : IBS

나아가,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입자 결정에서 양자물질에서만 관측되던 플랫밴드도 발견했습니다.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벌집 모양의 2차원 결정구조를 가지는 그래핀 두 장을 특정 각도로 겹칠 때, 플랫밴드에 의해 저항이 없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합니다. IBS 연구진은 육안으로 보이는 입자 결정구조를 육각형으로 만들었을 때 준입자와 플랫밴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준입자, 플랫밴드와 같은 양자물질의 중요한 현상이 거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첫 번째 사례인데요. 박혁규 연구위원은 “이 연구 결과는 양자역학으로만 설명되는 여러 가지 현상이 고체뿐만 아니라 생명 물질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물질에서도 준입자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과학기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1월 27일 온라인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Quasiparticles, Flat Bands, and the Melting of Hydrodynamic Matter

 

#용어설명

1. 포논

탄성체의 진동을 입자의 집합소로 간주했을 때의 입자. 결정을 이루는 원자들의 열적 진동을 준입자로 설명한 것으로 음향양자라고도 한다. 포논은 소리(pho-)라는 접두어에 입자(-non)라는 접미어를 붙여 만든 단어로, 실제로 포논이 고체 안에서 소리를 전달한다.

2. 콜로이드

한 불용성 물질이 다른 물질이나 용액에 분산된 혼합물. 우유는 물속에 지방으로 이루어진 콜로이드 입자가 분산된 것이다.

3. 디랙원뿔

그래핀의 특이한 에너지띠의 구조로 두 개의 원뿔이 대칭을 이루면서 한 점에서 만나는 구조이다.

4. 플랫밴드

전자들이 국소적으로 밀집되어 매우 무거운 질량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준입자에 의한 에너지띠의 특정구조로 디랙원뿔과 달리 에너지띠가 평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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