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은 김정훈, 김정애 박사 연구팀이 저산소 환경에서 세포가 안정성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저산소 환경에서 생명력이 강한 암세포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써 향후 혁신 항암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산소는 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죠. 일반 대기 중 산소 농도인 약 21%보다 낮은 저산소 환경에 노출된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분자 수준에서 리프로그래밍을 진행하며, 환경 적응에 실패한 세포는 사멸됩니다.
암세포는 조직 내에서 저산소 환경에 빈번히 노출되는 탓에 저산소 적응 리프로그래밍이 더 활발히 일어나 정상 세포보다 생존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암세포의 저산소 적응 메커니즘을 저해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이 새로운 항암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포는 세포 내에 있는 유전체가 물리적, 화학적으로 안정성에 훼손을 입으면 사멸하게 되는데, 유전체의 안전성에 관여하는 요소 중 하나가 세포의 핵 내부에서 DNA를 감싸는 역할을 하는 히스톤 단백질의 메틸화입니다. 단백질 메틸화란 히스톤 단백질에 특정 효소로 인해 단백질에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에서 히스톤 메틸화 효소인 SETDB1 단백질이 유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게 하며, 이를 제어하면 유전체의 안정성이 깨져 세포사멸이 유도됨을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SETDB1 단백질이 종양 억제 유전자인 본히펠린다우(Von Hippel-Lindau, 이하 VHL)와 결합하여 세포 내에서 분해되는 현상을 발견했는데요. 이를 통해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SETDB1 단백질과 VHL의 결합이 약해지며 SETDB1 단백질이 증가하는데, SETDB1 단백질의 증가를 억제하면 SETDB1 단백질에 의한 히스톤 메틸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상적인 유전자 발현이나 DNA 손상이 발생해 유전체가 불안정해지고 세포사멸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김정훈 박사와 김정애 박사는 “암과 같은 저산소 적응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분자 표적을 찾은 것”이라며, “향후 SETDB1을 억제하는 혁신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11월 10일 발간된 생명과학 분야 저널인 'Nucleic Acids Research' 최신 호에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Hypoxia stabilizes SETDB1 to maintain genome stability
#용어설명
1. 저산소 환경 (Hypoxia)
신체의 특정 부위나 세포 전반이 적절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는 환경 또는 증상
2. 후성 유전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 없이 나타나는 유전자 기능의 변화가 후대에 유전되는 것
DNA 염기 서열 변화 없이 DNA와 4종의 히스톤 단백질로 이루어진 크로마틴의 다양한 촉매화 반응에 의해 유전적 조절이 이루어진다.
3. 트랜스포존 (Transposable element)
원핵생물과 진핵생물 모두에서 발견되는 DNA 절편 중 유전체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것
4. 전사(Transcription)
DNA에 적혀있는 유전정보를 mRNA로 옮기는 과정
5. 전사체(Transcriptome)
세포나 조직에서 한 순간 발현되는 전체 RNA의 모음
6. 유전체 불안정성(Genome instability)
인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 염기 서열은 끊임없는 환경적 인자에 의한 손상과 세포 분열기의 복제과정에서 손상이 일어날 위험에 놓이지만 이를 복구하는데, 이런 작용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
7. 세포 사멸
세포 자체에 내재된 프로그램에 의해 바람직하지 않은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생리학적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