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용재 교수(리더연구자사업 고압광물물리화학연구단) 연구팀이 초기지구에서 일어난 달 형성 대충돌(Moon-forming Impact)의 과정에서 마그마 바다에 포함된 물과 이산화탄소가 충돌체 핵의 주성분인 철과 반응해, 지구 생명의 기원 가설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유기물의 자연적 합성에 필수적인 환경인 환원성 대기를 일시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강흥식) 4세대 선형가속기(PAL-XFEL) 연구팀 및 독일 PETRA III 가속기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약 45억 년 전의 달 형성 대충돌은 전 지구를 일시적으로 마그마 바다의 상태로 만들고, 기존의 대기를 완전히 변화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한편 현재의 지구 대기는 과거 맨틀 상부에서 배출된 가스 성분의 영향을 받아 시생대 초기인 약 40억 년 전부터 산화된 상태로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환원성 대기의 존재는 초기지구 시기인 약 40억 년 이전 시점에서 그 형성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과학계에서는 달 형성 대충돌 이후 지구의 진화 양상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와 충돌한 미행성체의 철로 이루어진 핵이 지구에 유입돼 마그마 바다의 물질과 상당량 반응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에 이용재 교수 연구팀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X-선원으로 알려진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철에 수 메가줄(MJ)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가하는 새로운 실험 기법을 통해 대충돌에 의한 마그마 바다 환경을 모사하고 관찰했흡니다.
달 형성 대충돌에 의한 미행성체의 핵과 마그마 바다의 물, 이산화탄소 등 휘발성 물질 간의 반응을 실험적으로 모사하기 위해 소형 고압 발생 장치인 다이아몬드 앤빌셀(Diamond-anvil Cell)을 이용했습니다. 이를 활용해 철과 물 그리고 철과 이산화탄소의 혼합 시료에 대기압의 약 5만 ~ 10만 배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한 후, 4세대 선형가속기에서 생성된 짧은 펄스 형태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초고온-초고압 환경을 형성했습니다.
연속적인 X-선 빔을 통해 반응과 그 과정을 관찰한 결과 물을 구성하는 수소가 일시적으로 철의 구조 내부로 포획됐다가 온도-압력이 복원되면서 수소 기체(H2) 형태로 방출되고, 산화철(FeO)이 생성됨을 확인했습니다. 이때 초기 압력이 10GPa 이상인 경우(마그마 바다의 약 300 km 깊이), 철 구조 내에 포획된 수소는 온도-압력 복원 이후에도 철수화물(FeHx) 형태로 유지됐습니다.
철과 이산화탄소 사이의 반응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구성하는 산소와 철이 결합해 물과의 반응에서와 마찬가지로 산화철이 생성됐고, 일산화탄소(CO) 기체가 방출됐습니다.
이러한 반응 양상은 대충돌에 의해 방출된 수소와 일산화탄소에 의한 환원성 대기를 형성하고, 철은 산화철의 형태로 지구 맨틀 성분을 구성하며, 더 깊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철수화물은 중심으로 이동해 가벼운 성분이 포함된 핵을 형성했을 것을 시사하는데요.
연세대 이용재 교수는 “본 연구는 대충돌 환경에서 일어난 철과 휘발성 물질 간의 반응을 실험적으로 처음 관찰한 결과로써, 초기지구에서 생명체 탄생의 열쇠인 환원성 대기의 형성 과정을 실험실 환경에서 직접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X-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한 대충돌 모사 실험을 시작으로, 향후 동적 극한 환경 연구를 통해 지구와 행성 진화의 통시적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 연구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2월 15일(현지시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