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태양 KSTAR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한 장치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로운 환경에서 실험을 시작합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하 핵융합(연))은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핵심 장치 중 하나인 디버터를 텅스텐 소재로 신규 개발하여 설치를 완료하였으며, 이를 활용한 KSTAR의 첫 번째 플라즈마 실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디버터란 핵융합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플라즈마의 강한 열속이 집중되는 진공용기 하단에 위치한 플라즈마 대면장치입니다. 디버터는 플라즈마 열속*이 직접 진공용기에 닿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하여 진공용기를 보호하는 동시에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순물을 배출하는 통로가 되어 고성능의 플라즈마가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열속(heat flux) : 단위면적 및 단위시간당 들어오는 열에너지의 양
이에, 장시간 초고온 플라즈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의 운전 시간과 비례하여 증가하는 열에너지를 잘 견딜 수 있는 우수한 내열 성능을 갖춘 디버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 KSTAR에는 탄소 소재의 디버터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가열 장치의 성능향상 및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시간 증가 등으로 탄소 디버터의 열속 한계치를 넘어서게 됐습니다. 이에 기존의 탄소 디버터를 열속 한계치가 높은 텅스텐 소재의 디버터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18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텅스텐은 금속임에도 충격에 쉽게 깨지는 성질이 있어, 복잡한 형상의 KSTAR 장치에 맞는 디버터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 특히 텅스텐과 냉각수가 흐르는 구리소재의 냉각관의 접합이 난관으로 여겨졌으나, 핵융합(연)은 국내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고온·고압을 이용하여 두 가지 재료를 접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디버터 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1년 첫 번째 시제품 제작에 성공하였으며, ’22년 9월부터 약 1년간 기존 디버터의 해체와 새로 개발한 텅스텐 디버터의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새롭게 설치된 디버터는 텅스텐 소재의 모노 블록으로 만들어진 총 64개의 카세트가 모여 KSTAR 내부의 진공용기 하단부를 360도 두르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텅스텐은 높은 녹는 점과 저항성, 낮은 방사화 등의 특성을 지닌 소재로 기존 탄소 디버터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불순물 생성 및 냉각의 어려움 등을 보완할 수 있는데요. 또한, 열속 한계치도 10MW/m2로 탄소 디버터와 비교하여 성능이 약 2배 이상 향상됐습니다.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KSTAR의 첫 플라즈마 실험은 오는 21일(목)에 시작하여 ’24년 2월 말까지 진행됩니다. 주요 목표는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서 정상적인 장치 운전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KSTAR가 달성한 1억도 이상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역량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KSTAR 연구진은 달라진 디버터 구조에 맞추어 플라즈마 형상의 최적화 방안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디버터 환경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응하여 최적의 성능을 구현한다는 계획입니다.
핵융합(연) 유석재 원장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가장 유사한 장치로 손꼽히는 KSTAR 장치가 ITER와 동일한 텅스텐 소재의 디버터 환경을 갖추게 된 만큼, 향후 ITER의 플라즈마 실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KSTAR의 이번 플라즈마 실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KSTAR의 선도적 연구를 통해 ITER 및 향후 핵융합 실증로 운전을 위한 기술 확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KSTAR는 이온온도 1억도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 30초 운전에 성공하여 세계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300초 운전 달성에 도전하게 됩니다.
#용어설명
1. 핵융합에너지 :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만들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
2. 플라즈마 :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우주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원자핵이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장치 내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연속적으로 운전하는 것은 핵융합 기술 개발의 핵심 과제임.
3.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 ’95년부터 ’07년까지 12년에 걸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리나라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였음. 주요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장치와 동일한 초전도 재료로 제작된 세계 최초의 장치로 국제 핵융합 공동 연구장치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매년 핵융합 기술 개발을 위한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하고 있음.
4.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 핵융합 선진 7개국(한국, 미국, EU,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이 초대형 국제협력 R&D 프로젝트를 통하여 공동으로 개발·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생산(핵융합 반응에 의한 500MW급의 열출력 발생)의 가능성을 실증하는 것을 목표로 함.
4. 디버터(Diverter) : 핵융합로에서 초고온 플라즈마를 운전할 시에 발생하는 강한 열속으로부터 진공용기를 보호하기 위해 장치 하단부에 설치된 핵심 장치. 핵융합로 내부에서 플라즈마와 유일하게 맞닿는 장치로 플라즈마의 형상 조절 및 플라즈마 연소로 발생한 내부 불순물을 외부로 배출시키는 통로 역할도 담당함.
5. 텅스텐 : 원소기호 W, 원자번호 74번의 금속 원소. 녹는점이 3,422℃로 모든 원소 중에서 가장 높음. 텅스텐은 고온에 대한 저항성, 경도, 밀도, 화학적 안정성 등이 높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고온에서 작동하는 기계, 장치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음. KSTAR 이전에도 유럽 공동핵융합실험장치인 JET, 독일의 ASDEX-U, 중국의 EAST 장치 등이 디버터 소재로 텅스텐을 적용한 바 있으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텅스텐 소재를 적용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