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들어 남극이 잇따라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극의 여름이 더워지는 원인을 국내 연구팀이 찾아냈는데요. 극지연구소는 남극 극소용돌이의 이른 붕괴가 여름철 온난화 발생을 부추긴다고 밝혔습니다.
극소용돌이는 남극 하늘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대기의 흐름입니다. 남극의 찬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남극 밖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죠. 극소용돌이는 남극의 겨울(6~7월)에 생성돼 여름(12~1월)에 약해지다 사라지는데요.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 연구팀은 부경대학교 김백민 교수, 서울대학교 권하택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1979년부터 2022년까지 남극 극소용돌이의 붕괴 시기와 남극 온난화 발생 강도를 분석해, 상관관계를 찾아냈습니다.
극소용돌이 붕괴 시점은 1999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앞당겨지는 추세로, 이 기간 남극의 여름철 기온은 평균적으로 매년 0.03oC도씩 높아졌으며, 2019년에는 분석기간 중 가장 빠른 붕괴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극소용돌이가 평년보다 빠르게 무너지면서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서남극 로스해, 아문젠해로 더 많이 유입되는데, 그 영향으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해빙이 줄어듭니다. 햇빛을 반사하는 해빙의 감소는 남극 온난화 현상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아문젠해'는 남극에서도 온난화로 인한 빙하 붕괴가 빠르고 해수면 상승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종말의 날 (Doom’s day)’ 빙하라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도 아문젠해에 있죠.
연구팀은 남극 극소용돌이 붕괴 시기가 빨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후변화 영향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극소용돌이의 붕괴는 남극의 온난화를 가속하는 것을 넘어, 남극만의 혹독하고 독특한 기후와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벽이 무너지는 일”이라며, “남극의 ‘지금’을 지키기 위해 과학자로서, 과학연구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지난달 (1월)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