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도해 개발한 레이더 기술로 남극에서 3,500미터 두께의 빙하 탐사에 성공했다고 극지연구소가 밝혔습니다.
과거 기후가 기록된 빙하는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자료이며, 두께가 3,000미터 이상인 빙하에는 최소 150만 년 전의 대기 정보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극지연구소 이주한 박사 연구팀은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와 함께 개발한 심부빙하투과 레이더로 지난해 말 남극 내륙 돔 C 지역을 탐사했습니다. 돔 C 지역은 남극에서 가장 두꺼운 빙하가 있다고 알려진 곳 중 하나로, 해안가에 있는 장보고과학기지와 약 1,300km 떨어져 있습니다.
경비행기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된 빙하 레이더는 헬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탐사반경이 6배 이상인 1,500km까지 늘어났습니다. 총 탐사 거리는 2,800km, 레이더로 확인한 빙하의 평균 두께는 3,000미터에 달했는데요.
연구팀은 2018년부터 4년간 연구 끝에 최대 4,000m 깊이까지 정밀 분석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탐사에서 기술력이 입증됐는데, 빙하층은 물론, 빙하 아래 남극 대륙의 구조, 빙저호의 유무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각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과 보완 과정을 거쳐, 앞으로 3년간 심부빙하시추 후보지역을 선별하기 위한 추가 탐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심부빙하는 최소 1,000미터 이상의 깊이에 존재하는 빙하로, 이 오래된 빙하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심부빙하시추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정확한 위치 선정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레이더 탐사는 시추 전 성공률을 높이는 필수작업입니다.
극지연구소는 장보고기지에서 레이더 탐사지까지를 포함해 약 2,200km의 육상루트 개척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주한 미래기술센터장은 “남극의 빙하는 지구에서 옛날 기후가 가장 촘촘하게 기록된 지구의 사료”라며, “이번 빙하 레이더 탐사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여정을 순조롭게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