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1) '도요샛', 생일 축하해!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1) '도요샛', 생일 축하해!
  • 이재진 박사
  • 승인 2024.05.25 00:31
  • 조회수 316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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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편대비행 하며 우주날씨를 관측하는 나노위성 ‘도요샛’이 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5월 25일 누리호 3차 발사에 실려 우주로 간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도 무사히 관측 수행 중이랍니다. 1주년을 기념해 도요샛을 탄생시킨 연구책임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도요샛, 생일을 축하해

2023년 5월 25일, 도요샛*이 우주에서 태어난 날이다. 작은 나노위성이기에 마음 조리며 보낸 1년, 무사히 여기까지 와 줘 고마워. 도요샛이 누리호를 타고 발사되던 그 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

* 도요샛: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근지구 우주환경 관측위성. 영어명은 SNIPE(Small scale magNetospheric and Ionospheric Plasma Experiment)로 ‘도요새’라는 의미가 있으며, 작지만 높이 나는 새라는 의미로 ‘도요샛’이라고 명명함.

도요샛 1주년 기념 케이크.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샛 1주년 기념 케이크.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그날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누리호 발사 장면을 시청하고 있었다. 1호기 사출 성공, 2호기 사출 성공, 그러나 3호기 사출에 대한 멘트가 방송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다. 뒤에서 ‘어떻게 된 거지’라는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도요샛 임무 운용실로 발길을 옮겼다. 제발 살아 있기를...

 

잠시 뒤 저녁 8시경 도요샛 1호기, 가람의 비콘 신호가 수신되었다. 비콘 신호는 위성의 상태 정보를 실어 보내는 규칙적인 신호다. 가람과의 짧은 만남 후 위성의 궤도는 한반도를 벗어나기에 내일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출된 위성들은 95분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다. 밤 12시 47분 인터넷에 도요샛 비콘 수신 신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동유럽 아마추어 무선사가 1호기, 2호기, 4호기 신호를 인터넷망에 올린 것이다. 다행히 위성 3기, 모두 건강해 보였다. 이어 서유럽과 북미에서 세계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도요샛 신호를 수신하여 속속 전송했다. 새삼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실력에 놀랐고, 그들의 노력에 감사하다. 

 

그리고 아직 어스름한 새벽, 도요샛은 대전 지상국과 다시 교신하였다. 이번에는 4호기에 간단한 명령을 전달하고 상태를 확인하였다. 아직 대전 지상국에서 2호기와 교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통해 위성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3호기, 다솔이의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대전 지상국에서의 짧은 만남이 끝날 즈음, 긴박하게 한 연구원이 외쳤다. 

 

“이것 좀 보십시오. 다솔이의 주파수로 추정되는 신호가 잡혔습니다.” 

 

4호기, 라온과의 교신이 끝난 뒤 약 10분 쯤 지난 시간에 다솔이의 주파수가 신호 분석기에 찍혀 있었다. 도플러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위성 신호가 분명하다. 위성이 지상국과 가까워지면 주파수가 높아지고, 멀어지면 낮아지는데,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아쉽게도 전파 신호 자체만 검출한 것이지 그 신호에 담긴 내용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신호가 진짜 다솔이 것인지는 알지 못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10분이나 지나서 신호가 잡힌 것이 미심쩍다. 

도요샛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도요샛 가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다솔이의 신호를 찾으려고 며칠을 더 노력했지만, 더 이상 비슷한 신호조차 수신하지 못했다. 다른 위성 신호를 우연히 수신한 것일까? 도대체 그 시간에, 그 위치에 동일한 주파수를 갖는 위성이 지나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희망은 점점 절망으로 변해갔다. 다솔이의 환영처럼 위성 신호가 아스라이 느껴진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홍보팀장님이 찾아왔다. 

“박사님, 다솔이가 사출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솔이 덕분에 도요샛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것으로 위안을 삼으십시오.” 

맞는 말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아직 새장에 갇혀있는 도요새 한 마리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애정하지 말 걸 그랬다. 

 

다음 이야기: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2)도요샛, 나의 님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3)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천문연 나노위성 '도요샛' 이야기. (4) 끝나지 않은 도전


필자 소개: 이재진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도요샛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중형과학로켓(1998), 우리별 3호(1999), 아리랑위성 1호(1999), 과학기술위성 1호(2003) 등 다수의 국내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우주날씨 관측 탑재체 개발. 한국천문연구원에 2007년 입사 후 우주날씨 관측 장비 개발과 모델을 개발하며 2017년부터 도요샛 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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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2024-06-07 13:00:14
도요샛 준비기간부터 발사하는 순간 1년이 되는 오늘까지 메일로 늘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1주년 축하드려요!!

재밌어요 2024-05-27 17:17:07
진짜 자식 같이 애정 주셨나봐요 위성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건강하길 바란다는게 생명이 있는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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