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이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툰드라는 전 세계 토양 탄소의 절반가량이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육상의 ‘탄소 저장소’이죠.
극지연구소는 전 세계 툰드라 지역의 기온 상승과 탄소 배출량 증가 간 관계를 입증하고, 배출량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찾았다고 밝혔는데요.
극지연구소 정지영 박사 등이 포함된 국제 툰드라 실험(International Tundra Experiment, ITEX)팀은 28곳의 툰드라 지역에서 최장 25년간 관찰한 기온변화 데이터를 분석하고, 탄소 배출량 측정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툰드라 지역에서 기온이 1.4도 상승할 때, 토양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기온 상승 전보다 평균 30%, 최대 3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 탄소 배출량은 토양의 환경 특성에 따라 달라졌는데요. 토양의 질소 함유 비율이 낮거나, 질소에 비해 탄소 비율이 높은 ‘빈영양’ 상태에서, 기온 상승에 의한 탄소 배출량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툰드라는 러시아, 캐나다 북부, 일부 고산 지대 등에 위치한 수목한계선 이북 지역을 말합니다. 툰드라는 대부분 북극권에 포함돼 있는데, 북극권은 지구 평균보다 최대 4배 빠른 온난화로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ITEX는 1990년부터 기후변화에 의한 툰드라 지역의 변화 연구를 위해 시작된 국제 공동 연구 그룹으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16개국 76명의 과학자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극지연구소가 유일하게 참여했는데요. 2012년부터 캐나다 캠브리지베이 지역의 토양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맡았습니다.
정지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도 상승이 탄소 배출량 증가를 유발하고, 늘어난 탄소가 다시 기온 상승을 부르는 ‘되먹임 효과’가 우려된다”며, “온도변화에 민감한 영구동토층의 특성상 북극의 온난화가 크게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극지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로부터 지원받은 ‘기후변화에 의한 북극 동토 생태계 생지화학적 변화 이해‘ 과제의 일환으로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동참하여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Nature'에 5월 2일에 게재했습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30년 넘게 진행될 정도로 툰드라 지역의 탄소배출은 기후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이슈”라며, “세계 시민의 일원이자 극지 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