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혈구세포가 산소를 전달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 곤충의 호흡작용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설로 자리 잡고 있던 곤충의 산소전달 방법이 뒤집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은 심지원 교수(한양대학교) 연구팀이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산소전달을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곤충의 산소호흡은 외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숨관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곤충의 골수성 혈구세포는 호흡작용과 무관하다고 생각되었죠.
연구팀은 초파리 유전학 및 이미징 기법을 사용하여 초파리 혈구세포 중 크리스탈세포(Crystal cell)의 호흡조절 분자기전을 규명했습니다. 크리스탈세포란 초파리의 세 가지 골수성 혈구세포 중 흑색화 작용에 관여하는 혈구세포입니다.
연구팀은 산소분압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혈구세포들의 움직임을 실측영상으로 촬영한 결과, 혈구세포들이 숨관과 혈장 사이에서 방향성 있게 이동함을 발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탈세포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고 합니다. 특히, 크리스탈세포의 이동은 산소농도에 따라 세포 내 단백질 상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페놀 산화효소(PPO)*에 의해 조절됨을 확인했습니다.
*프로페놀 산화효소(Prophenoloxidase): 페놀 산화효소의 전구체로 흑색화 작용에 관여하는 효소이며 헤모시아닌의 공통 조상 단백질
추가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크리스탈세포가 없거나 프로페놀 산화효소가 제거된 초파리 유충이 산소가 부족한 것과 같은 표현형을 보임을 발견했는데요. 그리고, 실험을 통해 초파리 유충이 특히 먹이 속에 파묻혀 발생할 때 크리스탈세포의 산소 전달 기능이 필수적인 기전으로 작용함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심지원 교수는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체내 산소분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최초로 규명한 본 연구는 생물학 교과서를 바꿀 내용”이라며, “본 연구가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의 호흡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Nature)’에 6월 26일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Drosophila immune cells transport oxygen via PPO2 protein phase trans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