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뇌 분석
2014년 6월 8일 일본 NHK가 두 사람의 뇌를 팠습니다. 방송은 다큐멘터리 ‘미라클바디'를 방영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겁니다. 당시 스페인은 짧은 패스 위주의 일명 ‘티키타카' 전술로 유로 2008과 2012, 2010년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은 특히 선수들의 뇌기능에 주목했습니다. ‘티키타카'의 정점에 서있는 두 선수, 뇌기능 역시 그 전술에 특화되어 있었습니다.
뇌과학으로 푼 사비의 ‘직관’
흔히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 인간의 가장 강한 무기는 ‘직관'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기계가 인간의 직관을 넘어설 수 있느냐’였죠.
이는 축구 게임에도 적용됩니다. 최근 축구 게임은 대부분의 팀이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에서 도저히 구현해 낼 수 없는 팀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한 게임 회사의 기획자가 스페인 팀의 ‘티키타카'는 도저히 게임 상에서 구현해 낼 수 없었다고 인터뷰 합니다. 일정 패턴을 넘어서서 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직관'을 통해 움직인다는 거죠. 그 중심에는 ‘사비’가 있습니다.
사비의 뇌 활동 ?실험은 이 ‘직관'과 관련 있었습니다. MRI촬영중 경기 영상을 보여주다가 어느 장면에서 화면을 멈춘 뒤 어떤 동료에게 패스를 줄 지 선택하는 실험을 진행했죠. 실제 경기 상황과 비슷하도록 선택 시간은 0.5초로 제한했습니다. 같은 실험을 240회 진행했습니다. 촬영된 MRI 사진은 17,000여장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실험을 진행한 일본 선수의 경우 ‘전두전야'부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전두전야는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릴 때 활성화되는 부위 입니다. 반면 사비는 ‘대뇌기저핵'부분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반복적으로 행한 기억이나 지식이 장기저장되는 곳이죠. 타 선수가 ‘생각을 하며'축구를 한다면 사비는 수 없이 반복된 훈련으로 저장된 패턴을 통해 ‘직관적'으로 축구를 하는 겁니다. 그의 머리속엔 마치 바둑을 두듯이 수 많은 ‘기보’가 저장되어있고, 무의식중에 가장 적합한 수를 선택하는 ‘직관'을 발휘하는 거죠.
사비는 어떤 능력이 발달되었을까
이 외에도 방송에서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사비를 분석했습니다. 먼저 동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특수 안경을 장착한 뒤 경기를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실험을 수행한 다른 선수(사비와 같은 리그 소속)와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니 사비는 경기장 위의 동료와 상대방들의 움직임을, 다른 선수는 공의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따라갔습니다. 사비는 경기장 위 선수들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그들의 다음 행동까지 파악하는 반면 다른 선수는 눈 앞의 공의 이동에 집중한 거죠.
이어지는 실험 결과는 공간지각능력 실험입니다. 경기를 촬영한 영상을 틀어준 후 화면을 정지하고 그 상황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얼마나 정확히 기억해 내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실험에서 사비는 20명 중 16명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냈습니다. 반면 같은 실험에 참여한 다른 선수 3명은 평균적으로 6명의 위치만 기억해냈습니다. 사비가 10명 정도의 위치를 더 많이 기억한 겁니다.
실험후 인터뷰에서 사비는 ‘나는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다'고 인터뷰 했습니다. MRI촬영 결과를 보면 사비의 뇌에서 공간을 지각하는 부분이 특히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세계 최고의 패스들이 나오는 겁니다.
창의력 대장 이니에스타!
‘티키타카'를 수행하기 위해 사비의 공간 지각 능력과 패스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비의 패스를 이해할 수 있고 패스 받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센스를 겸비한 동료가 필요하죠. 사비의 오랜 동료 ‘이니에스타'가 그러합니다.
방송에서는 이니에스타의 능력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했습니다. 5개의 점을 겹치지 않고 얼마나 다양한 패턴으로 이을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이니에스타는 무려 49개의 패턴을 만들어 냈습니다. 같은 실험을 한 다른 선수들의 평균이 39개 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이니에스타의 ‘창조성’은 상위 1%에 해당했습니다. 이니에스타의 뇌 능력을 여러 실험으로 검증한 결과는 순간적인 창조성이 특히 뛰어난 ‘예술가형'으로 나타났습니다. 실험을 진행한 스웨덴 노벨상 심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분석가형’ 사비와 ‘예술가형' 이니에스타는 뇌과학적으로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실제 축구 경기에서도 이니에스타가 번뜩이는 창의력으로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고 사비는 그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여 알맞게 공을 배급합니다.
또한 사비가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곳으로 패스를 밀어주면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이니에스타가 공을 받아 경기를 풀어갑니다. 두 선수는 환상의 짝꿍입니다. 단지 오랜 호흡으로 만들어진 궁합이 아니라 선수들의 능력과 뇌구조 역시 잘 어울렸던 겁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과학계의 노력은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또한 이러한 노력이 인간 능력의 한계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