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꼭 식후 30분에 먹어야하나요?

황약사 : 혹시 약국에서 약사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닥터정 : 글쎄요... ‘뭘 도와드릴까요?’ 아닌가요?

황약사 : 하하, 아니요. ‘식 후 30분에 드세요.’ 에요. 식 후 30분 복용 처방이 정말 많거든요.

닥터정: 오, 맞네요. 저도 그렇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식 후 30분 복용 처방이 많다 보니 환자분들이 모든 약을 꼭 식 후에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식 전에 복용하거나, 식사와 전혀 관계없이 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황약사 : 식 후에 복용을 해야 위장장애가 덜 생기고 부작용이 덜 하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심지어는 평소에 안 드시던 아침식사를 약을 먹기 위해 챙겨드시기도 하죠. 그럴 땐 꼭 밥으로 챙겨드실 필요까지는 없고 간단하게 해결하셔도 좋아요.

닥터정 : 동네 병원에서 제일 많이 보는 감기 환자들의 경우에 진통 해열제가 처방으로 나가는 일이 많은데, 모든 진통 해열제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위장을 자극하는 약들이 있어요. 또 세균성 질환에 처방하는 항생제들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녀석들을 보통 식 후로 처방을 하죠. 그런데 보통 약 처방이라는 것이 1가지 약만 처방하기보다는 증상에 따라 여러 약들을 함께 처방하는데요. 함께 처방되는 약들이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해도 괜찮다 하더라도 진통 해열제 한가지 때문에 전체 약이 식 후 복용으로 처방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모든 약이 식 후 복용이라고 인지되는 것 같아요.

황약사 : 사실 위장장애가 생길까 봐 식후 처방을 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약의 작용 시간을 고려했을 때 하루 3번 먹는 식사와 연관 지어서 약을 복용하게 하면 챙겨 먹기가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식사를 하는 김에 약을 먹으면 빠뜨리지 않고 잘 챙길 수 있으니까요. 간혹 환자분들 중에 30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알람이 울리면 약을 복용하는 분도 있는데, 30분을 정확히 재야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닥터정 : 맞아요. 30분을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어요. 식사 직 후에 위에 음식물도 많이 있고 위산 분비도 활발할 때라 약이 들어가면 음식물과 위산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1시간이 넘게 지나면 위에서는 대부분의 음식물이 빠져나간 상태라 공복이나 다름없고요. 그래서 30분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황약사 : 식 후 30분 외에도 약의 복용 시간에 대해서는 다양한 처방이 있죠. 공복에 복용, 자기 전에 복용, 식사와 식사 사이에 복용, 식사와 관계없이 8시간 간격으로 복용 등등 말이죠. 각각의 처방은 약의 성분과 효과, 부작용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에요.

닥터정 : 맞아요. 처방전 한 장에 여러 약들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복용하라고 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환자분들이 ‘챙겨 먹기 귀찮은데 한 번에 먹으면 안되나요?’라며 물으시곤 해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엔 그럴 수 있다고 답해드리지만 절대 그러면 안 되는 약들도 있기 때문에 설명을 충분히 해드려야 해요.

황약사 : 공복에 먹어야만 하는 약도 있고, 다른 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도 있어요. 식사 전에 먹어야만 효과 있는 약도 있죠. 진료를 받을 때 복용법에 대한 설명을 잘 듣지 못했다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약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으셔야 해요. 이거 두 가지는 같이 먹어도 되느냐, 식전 약을 깜빡했다면 식후에라도 먹어도 되느냐, 점심 약을 깜빡했다면 저녁에라도 먹어야 하는 거냐 등등 자세한 상황에 대해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오늘의 메시지

- 모든 약을 식후 30분에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