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있긴 있었다" 진실은?
"좀비가 있긴 있었다" 진실은?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6.08.17 16:45
  • 조회수 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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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인기 폭발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은 국내 메이저 영화로선 특이하게 ‘좀비’를 소재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좀비는 마냥 상상 속의 괴물인 건지, 과학적으로 실존할 수는 없는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참에 좀비의 과학적 실존 가능성을 한 번 따져보죠.

 

좀비가 정확히 뭐니?

 

좀비의 어원은 콩고 단어인 은잠비(콩고어: Nzambi, 신)와 숭배의 대상을 뜻하는 줌비(Zumbi)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두교'라는 종교에서는 ‘영혼을 뽑아낸 존재’를 좀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좀비란 ‘부활한 시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좀비가 출몰했다?!

 

1980년대 중남미 아이티에서 좀비가 목격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당시 목격된 나르시스(Clairvius Narcisse)는 좀비가 되었다가 의식을 되찾은 아이티 주민이었는데요. 그는 사망 이후의 상황까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이 사실을 확인하려고 나르시스가 노예로 생활했던 농장을 찾아가보니 넋이 나간 채 일하는 좀비 집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좀비 상태에서 깨어나 일상생활로 돌아온 Clairvius Narcisse, 출처 Getty images
좀비 상태에서 깨어나 일상생활로 돌아온 Clairvius Narcisse, 출처 Getty images

나르시스 이야기가 보도되자 영국 롤랜드 교수는 "호흡, 심장, 뇌기능이 멈춰 회복 불능 상태의 사람이 되살아날 수는 없다"면서 나르시스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런데 아이티 좀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하버드대 웨이드 데이비스 교수가 사건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티로 탐사를 떠나게 됩니다.

 

인간형 좀비, 진실은?

 

데이비스 교수는 아이티에서 출몰한 좀비가 사람이 실제로 죽었다 깨어나는 것이 아닌 가사 상태였다가 깨어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이비스 교수의 저서 <The Serpent and the Rainbow>를 보면 나르시스의 사건이 기술되어 있는데, 그는 사람을 가사 상태로 만드는 것을 ‘좀비화’라고 하며 실제로 좀비화 과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주술사가 두 종류의 약물을 이용해 정상인을 가사 상태로 만들어 좀비화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두교 주술사들이 사용했던 약물에는 공통적으로 복어 독과 자이언트 두꺼비의 침, 그리고 독말풀이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으로 가사 상태에 빠지게 한 뒤 두꺼비의 침과 독말풀 같은 환각 성분을 사람에게 투여합니다. 환각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주술사의 명령에 따랐다고 발표했습니다. 테트로도톡신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신경 전달이 이뤄지지 않게 되는데요. 이것은 테트로도톡신이 체내 Na+(Sodium) 채널을 막아 신경 전달을 막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 활동전위
신경 활동전위

<아래 단락은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읽고 싶은 분만 보시고 건너 뛰어도 됩니다>

 

신경 전달은 그림과 같이 Na+(Sodium)과 K+(Potassium)이 세포 내 혹은 외로 이동함으로써 일어납니다. 특별한 자극이 없을 때는 휴지막 상태라고 하여 -70 mV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정 자극이 주어지면 세포 외에 존재하는 Na+이 세포막 안으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전위가 높아지게 되어 활동 전위가 형성됩니다.

 

활동 전위가 형성 되어야 신호가 전달되어 각종 신경 전달 물질들이 방출되게 되는데요. 테트로도톡신같이 Na+채널을 막는 물질이 들어오게 되면 유입되는 Na+ 이온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서 활동 전위 값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전문적인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이어서 읽으시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신경 전달이 일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원인은 입이나 혀에 감각이 오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목이나 얼굴에 마비가 퍼지게끔 만듭니다. 또한 심장박동 수가 느려지면서 체온이 점점 내려가 죽은 사람처럼 보이게 되지요. 아이티 주민들은 이런 상태의 사람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던 사람이 실제로 살아 돌아다니니 좀비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겠지요.

 

영화 속 좀비 가능할까?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좀비의 모습은 어떤가요. 적개심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공격하며 다니는데요. 그들의 운동 능력은 올림픽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 속에서 우사인 볼트만큼 빠르게 이동하는 좀비들은 과학적으로 가능할까요?

 

단서1. 상한 피부

 

영화에서 흔히 보던 좀비의 모습을 상상해보죠. 그들의 모습은 이미 감염될 때부터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물어 뜯겨져서 상처 투성이며, 온 몸 곳곳 썩은 피부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그들의 몸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할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는 많은 균들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피부는 이러한 균들로부터 방어해주는 갑옷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만약에 상처가 나서 피부 층에 구멍이 났다면 외부 환경에 존재하던 균들이 체내에 침투하게 됩니다.

 

다시 좀비 모습을 상상하며 돌아가 볼까요. 그들의 썩은 피부는 이미 미생물의 감염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면역 시스템은 망가질대로 망가졌겠죠. 균열이 일어난 갑옷 사이로 균들이 침투하고 면역 시스템을 망쳐 놨으며 망가진 면역 시스템은 외부 균을 점점 이겨내지 못해 갑옷을 수리할 힘을 잃게 됩니다. 구멍난 갑옷을 수리하지 못한다면 점점 더 균들의 침투에 저항할 수 없게 됩니다.

 

단서2. 멍한 모습

 

구멍난 갑옷 사이로 균들이 들어와 온 몸 곳곳의 장기들을 감염시키기 시작하면 각종 장기 손상이 일어납니다. 식도, 위, 간, 폐 등의 장기가 손상되고 호흡 등에 문제가 일어나면서 장기에 공급되는 산소 농도도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저산소증은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을 망가뜨리는데요.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판단력과 운동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자극이 없을 때 멍하게 걸어다니거나 서 있는 영화 속 좀비의 이미지가 상상되지요. 아마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적어지면서 두뇌에 타격을 주고, 이 때문에 멍한 모습으로 서 있거나 걸어다녔을 수 있습니다.

 

간과 근육에도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합니다. 젖산이 체내에 축적돼 몸의 산성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 능력도 급격히 떨어집니다. 아마 근육통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가끔씩 강도가 센 운동을 한 뒤에 찾아오는 근육통이 다 젖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요.

 

종합해보면 저산소증 때문이라도 우사인 볼트처럼 엄청난 달리기 능력을 보여주었던 영화 속 좀비들은 사실상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번외: 인간 세계 말고, 곤충 세계에 좀비가 있다?

 

<BMC Ecology>에는 실존하는 좀비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는데요. (BMC Ecology2011 11:13) 이 논문에서는 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 에 감염된 좀비개미의 행동 양상과 증상에 대한 연구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좀비 개미, 출처 David Hughes
좀비 개미, 출처 David Hughes

우선 논문에서 설명하는 좀비 곰팡이의 생활 주기를 설명해드릴게요.

 

좀비 개미가 되는 과정, 출처 David Hughes
좀비 개미가 되는 과정, 출처 David Hughes

1.감염

 

곰팡이 포자가 개미의 숨구멍을 통해 개미 체내로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감염이 시작되면 곰팡이는 개미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들만 남겨 놓고 다른 연조직들(Soft tissues)을 먹으며 자라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죽기 직전까지만 갉아 먹는다는 거지요.

 

2.잎에 달라붙음

 

감염된 개미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잎 뒷쪽을 입으로 붙잡은 뒤 죽게 됩니다. 좀비 개미를 연구한 Sandra B. Andersen의 논문(The Life of a Dead Ant: The Expression of an Adaptive Extended Phenotype)에서는 감염된 개미들은 모두 북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땅에서 약 25 cm 떨어진 잎맥에 매달려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미가 향하고 있는 방향과 높이인데요. 특정한 방향과 높이에 매달려 있는 것을 기이하게 여겨 죽은 개미를 다른 곳으로 옮겨 봤더니 곰팡이들의 생장이나 포자형성율이 떨어지는 연구결과를 얻었다는 겁니다. 즉, 개미는 곰팡이들이 자라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지요.

 

죽기 직전까지만 살려두었다는 점과 개미들이 죽은 장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요. 왜냐하면 곰팡이가 개미를 죽이지 않고 뇌를 조종하여 자신들이 생장하기 적합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미를 조종하였다는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를 '좀비개미'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3.포자 생장

 

죽은 개미의 몸에서 포자를 만들 준비가 되면 균사가 개미 뇌로 침투하여 자라나게 되고, 자라난 과실체가 터지게 되면 포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지게 됩니다. 퍼진 포자는 새로운 개미를 감염시키는데요. 이 때 포자가 퍼진 뒤 다른 개미들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이 장소를 'Killing Zone' 이라고 부릅니다.

 

좀비 영화가 흥행하면서 좀비에 대한 이야기도 흔치 않게 들을 수 있던 요즘이었는데요. 최근 스마트폰만 쳐다보면서 길을 걷는 모습을 가리켜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스몸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던 아이티 좀비처럼 요즘 우리도 기기들의 지배를 받는 '신(新)좀비'가 되어가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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