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방법, 실마리는 찾았다
늙지 않는 방법, 실마리는 찾았다
  • 현규환
  • 승인 2016.09.08 12:50
  • 조회수 8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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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이 희미하게 사라져 가면

낮에는 볼 수 없는 별들로 하늘은 가득 찬다네

And as the evening twilight fades away,

The sky is filled with stars, invisible by day

헨리 워스워드 롱펠로우(Henry Wadsworth Longfellow) / 결코 늦지 않았다(Never Too late) 中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포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노화란 세포 분열의 한계로 인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체세포는 세포 분열 횟수의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한계를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해부학자인 레오날드 헤이플릭(Leonard Hyflick)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인간 세포는 평균적으로 40회에서 60회 정도 분열하며 그 이후 노화해 사멸합니다.

 

세포 분열 한계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텔로미어(telomere)입니다. DNA가 복제될 때 DNA 중합 효소는 DNA의 양 끝 부분을 제대로 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DNA 사슬은 복제를 거듭할수록 짧아지게 됩니다. 이 말단 복제 문제(The end replication problem)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유전체는 말단에 반복되는 보호 서열을 두는데요. 이게 바로 텔로미어(telomere)입니다. Eisenberg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체세포에는 이 텔로미어를 재생시키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발현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복제를 거듭하게 되면 유전체의 손실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분열을 계속할수록 감소하는 염색체의 말단 부분 텔로미어(telomere) 출처 : http://www.wholehealthinsider.com
분열을 계속할수록 감소하는 염색체의 말단 부분 텔로미어(telomere) 출처 : http://www.wholehealthinsider.com

세포에 축적되는 다양한 산화성 스트레스와 자유 라디칼 노폐물들도 노화를 촉진시킵니다. 산화성 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해로운 활성 산소종(ROS)이 발생합니다. 세포의 축적(accumulation)은 개체 수준의 노화(Organismal senescences)를 일으키고, 이는 전반적인 신체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쉽게 병에 걸리게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우리는 노화의 원인에 대해 많은 비밀을 밝혀 내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화라는 현상이 우리 세포 자체에 내재된 필연적인 현상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늙어야만 하는 동물일까요?

 

실망하긴 이릅니다. 세포생물학적으로 내재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신선처럼 전혀 늙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우리에게 영생에 대한 힌트를 줄 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사는 것처럼 보이는 생물들

 

대양백합조개와 거북이 http://hubpages.com/health/What-is-Negligible-Senescence
대양백합조개와 거북이 http://hubpages.com/health/What-is-Negligible-Senescence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그린란드 상어(Greenland shark)가 척추동물로서는 최장수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린란드 상어는 1년에 1cm씩 성장하므로, 대략적인 몸 길이로 이들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방사성 연대 측정법을 이용하여 정확한 나이를 분석한 결과 이 상어는 길게는 500살이 넘게 사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상어가 자라는 속도는 너무 느려서, 150살이 넘어야 성적으로 성숙하여 짝짓기가 가능해집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무려 한 세기를 기다려야 하는 셈입니다!

 

그린란드 상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 150년이 걸린다 출처 : http://www.sciencemag.org
그린란드 상어. 어른이 되기 위해서 150년이 걸린다 출처 : http://www.sciencemag.org

500살이 넘는 대양백합조개, 400년을 넘게 사는 거북이, 이 ‘신선 동물’ 들은 마치 노화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negligible senescence). 이 생물들은 어린 개체와 늙은 개체 사이에서 신체적 능력의 차이점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신체 능력의 퇴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노화를 겪는 동물은 나이가 들수록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수함수적 사망률 증가 양상을 보입니다. 나이가 들면 병에 들 확률도 높아지고, 체력도 감퇴하여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하지만 ‘신선 동물’ 들은 나이가 들어도 사망률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 동물들은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생물학적으로 영원히 살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생물학적 불멸성(Biologically immortality)라고 일컫습니다.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생물들의 유전자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합니다. DNA는 석판에 새겨진 비문처럼 정보를 영구히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 MIPT의 연구진인 Valeria Kogan 등의 연구자들은, 수학적인 모델 연구를 통해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의 안정성이 생물학적 불멸성의 비밀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전체 유전체의 관점에서, 텔로머라아제의 손실과 산화적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이 유전체의 변이와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는 전체적인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에 변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변이는 지수함수적으로 축적되고, 세포 기능을 저하시키고 노화를 가속화시킵니다.

 

대부분의 생물학적 불멸 동물들은 안정 지역에 있다 http://www.nature.com
대부분의 생물학적 불멸 동물들은 안정 지역에 있다 http://www.nature.com

하지만 생물학적 불멸성을 가지는 동물들은 나이가 들더라도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나 암에 걸릴 확률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이는 유전자 발현 양상이 일정하게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유전체와 단백질 발현은 지극히 안정적이고 보존적이어서 이른바 유전체가 이론적인 안정 지역(Stable zone)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런 동물들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매우 효율적인 유전체 복구 시스템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로, 실마리는 찾았다

 

생물학적 불멸성을 지닌 생물들에게서 실마리를 찾아, 인간에서도 생물학적 불멸성을 재현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영국 캠브릿지 대학의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박사가 추진하는 인공적 노화 무시 전략(SENS, Strategies for 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프로젝트입니다.

 

노화 방지의 핵심은 안정성입니다. SRF는 노화를 일으키는 ‘손상’을 총 7가지의 메인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다양한 연구소와 대학 연구팀들과 함께 이 일곱 가지 손상들을 역전시킬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SRF 재단은 이 일곱 가지 손상들을 제어함으로써 인간이 생물학적 불멸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나이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노화 관련 손상 발견 연도 재생 바이오테크놀로지
세포 손상, 조직 위축 19551 줄기 세포와 조직 공학: RepleniSENS
암세포 19592, 19823 텔로미어 증가 기작 제거: OncoSENS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19724 13 단백질들의 동종 발현: MitoSENS
세포사멸 저항성 세포 19655 타겟 절제: ApoptoSENS
세포외기질 비탄성화 19586, 19817 AGE-파괴 분자; 조직 공학: GlycoSENS
세포 외 응집 19078 면역 요법을 이용한 제거: AmyloSENS
세포 내 응집 19599 독창적인 리소좀 가수분해 효소: LysoSENS

<자료 출처 : http://www.sens.org/research/introduction-to-sens-research>

 

SENS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다양한 과학자들과 교류하여 그 외연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2003년 이래로 2년 주기로 2013년까지 노화에 관한 연구에 대해 토론하는 SENS 컨퍼런스가 개최되었으며, 2014년부터는 재생 생명공학 컨퍼런스(Rejuvenation Biotechnology Conference)가 캘리포니아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SENS 프로젝트를 제안한 Aubrey de Grey 박사는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노화는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일 뿐이고, 우리는 충분히 그 병을 고칠 수 있다"

 

과연 인류의 노화를 방지하는 안정성의 열쇠가 발견될 날이 올까요? 인간이 늙지 않는다는 건 또 다른 재앙일까요, 축복일까요. 많은 화두를 던지는 연구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학생 기자단 현규환(kinggury1@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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