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넘겼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과학계에 큰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과학 시설의 정부 지원자금은 예상과 달리 '유지' 혹은 '증가' 추세라고 합니다.
트럼프가 제안한 2018 예산안에서는 대부분의 과학 관련 시설의 예산이 삭감됐는데요. 미 의회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 30일 수정한 2017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회계연도가 매년 10월 1일에 시작해 다음 해 9월 30일까지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확정된 2017년 예산은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적용됩니다.
트럼프가 예산 삭감을 추진한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3월에 초안이 공개되었으며 의회가 수정한 후 최종결정이 내려집니다. 일단 올해에는 과학자들이 트럼프의 잔인한 ‘예산 난도질’을 피하는데 성공했습니다. 5월 들어 미 하원에 이어 상원도 1조 천억 달러, 우리돈 1,244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트럼프의 공약 예산은 대거 제외됐죠.
발표된 예산안을 보면 미국국립보건원이 시쳇말로 '개이득'이었습니다. 예산이 2016년에 비해 총 20억 달러, 우리 돈 2조 2,610억 원 증가해 38조 4,37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미국국립과학재단은 총 75억달러, 한화 8조 4,787억 원으로 지난 해와 동일했습니다. NASA는 전년 대비 2%가 상승했습니다.
트럼프가 ‘가장 난도질하고 싶어했던’ 미국환경보건국은 81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 삭감됐지만 트럼프가 애초 예산을 31% 삭감하려 했기 때문에 환경보건국 내에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단 고비 넘겨
그럼에도 '이 정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3월 발표된 트럼프의 예산 제안서를 보면 트럼프는 국립보건원의 예산은 18%, 국가에너지부서의 예산은 5.6%까지 줄이려고 했습니다. 트럼프는 국립보건원과 해양대기관리처 등이 참여한 ‘미국 에너지혁신 프로그램’도 중단하고 싶어했습니다. NASA는 진행 중인 임무 몇 개를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죠. 트럼프가 정권을 잡고있는 한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학진흥회의 연구예산ㆍ정책 부서의 Matthew Hourihan 부서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예산은 트럼프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의회의 힘이 발휘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네. 트럼프가 수정된 예산안을 보면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내년, 내후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요?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계획에 대해 과학계가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과학 관련 연구개발과 환경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저항하는 행진을 벌인 건데요. 지구의 날이었던 4월 22일에 '과학 행진(March for Science)'이 열렸습니다. 미국 각지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앞으로 과학계와 미 정부·의회가 매년 지난한 싸움을 벌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찔합니다.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