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피해' 크지만 '의미'도 있어
엘니뇨, '피해' 크지만 '의미'도 있어
  • 이승아
  • 승인 2017.05.05 09:15
  • 조회수 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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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주거지를 파괴한 홍수 출처 : Leo Ramirez/AFP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주거지를 파괴한 홍수 출처 : Leo Ramirez/AFP

 

이례적 규모의 엘니뇨

 

지난 2월과 3월 페루 북쪽 지역 사막에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고 113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40,000 가구가 파괴됐습니다.

 

사막에 폭우가 내린 건 ‘엘니뇨 현상’ 때문입니다. 엘니뇨는 페루, 칠레, 에콰도르 등의 해안에서 발생하는 해수 온난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백과를 보면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The child) 또는 아기예수를 의미합니다. 주로 9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나타나며 2∼7년마다 불규칙하게 발생합니다.

 

참고로 엘니뇨의 '아기예수' 어원은 재밌는 배경이 있는데요. 페루와 에콰도르의 국경에 있는 과야킬만에는 매년 12월경 북쪽에서 난류가 유입돼 연안의 해면 수온이 상승했습니다. 이 난류를 따라 평소 볼 수 없던 고기가 유입되곤 했죠.

 

이에 페루 어민들은 하늘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크리스마스와 결부지어 아기예수의 의미를 가진 엘니뇨(El Nino)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수년에 한 번 비정상적인 온도가 변하는 일도 함께 엘니뇨라 일컫게 됐습니다.

 

어쨌든 엘니뇨의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페루 북쪽지역에서 에콰도르 남쪽지역까지 비가 내렸으며 제작년 발생한 엘니뇨 때 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홍수를 기회삼아 이 지역의 생태계를 연구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나면 환경을 보존하거나 자연재해를 예방,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 거름'도 사라져

 

이번 홍수는 인명 피해와 건물 파괴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쓰레기, 금속물, 화학물 채광물 등이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는데요. 리마 남부 과학대학의 바다새 전문가 Carlos Zavalaga 박사는 이 사실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남아메리카 해안에는 엔초비가 풍부합니다. 젓갈처럼 담가 먹는 멸치 비슷한 생선이죠. 이는 '구아노'를 배설하는 새들의 주 먹이입니다. 엔초비를 먹은 새들의 배설물은 훌륭한 '자연 거름'이 됩니다. 그러나 따뜻해진 해수가 엔초비를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고, 구아노를 배설하는 바닷새들도 먹이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페루의 토양이 이전보다 덜 비옥해집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엘니뇨로 인해 페루 해변에서 서식하던 가마우지의 2/3가 둥지를 버리고 떠났다고 합니다.

농경지의 대부분도 물에 잠겼다 출처 : Digital Globe
농경지의 대부분도 물에 잠겼다 출처 : Digital Globe

피해 크지만 ‘학술적 의미’도 커

 

페루 리마에 위치한 라 몰리나 국립농업대학의 생물학자 후안 토레스 박사는 이번 홍수에 대해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기상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파괴된 도로가 다시 통행 가능해지면 토레스 박사는 현장에 찾아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토레스 박사는 1997년부터 1998년에 걸쳐 발생한 엘니뇨 현상을 연구했는데요. 당시 토레스 박사는 토마토, 고추, 감자의 ‘야생 종’이 현장에서 싹이 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홍수로 인해 토양이 비옥해져 새로운 작물이 자란 겁니다.

 

홍수가 났던 페루 북쪽 사막 일부에서는 산업화된 농업방식과 도시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스프롤 현상’ 등으로 숲이 메말라 갔습니다. 스프롤 현상은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도심이 주변 지역으로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현상이죠. 런던 큐 왕립식물원의 생물학자 Oliver Whaley 박사는 페루의 메마른 숲을 25년 간 연구해왔는데요. “이번 홍수가 지역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가져오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페루에서 중요한 나무 종 중 하나인 ‘우아랑고(huarango)’라는 종이 있는데요. 최근 진균과 해충으로 인해 급격하게 개체 수가 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홍수가 우아랑고의 목숨을 위협하던 해충을 쓸어버렸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Whaley 박사는 페루의 식물학자 Ana Juarez 박사와 홍수 지역을 조사합니다. Juarez 박사는 “홍수 이후 우아랑고 나무에서 아무런 곤충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홍수로 해충이 사라졌다는 것은 좋은 신호지만 Juarez 박사는 홍수로 나무들이 부식돼 숲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이 지역 강물의 흐름은 고요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수로 인해 토양이 강을 따라 쓸려 내려갔는데요. 툼베스강과 치라강이 홍수로 넘치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퇴적물을 농경지로 유입시켰습니다.

 

리마 공학기술대학의 토목 기사 Jorge Abad 박사는 “이것이 원래 강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하지만 이 지역 강에 제방을 설치하고 퇴적물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퇴적물을 건져올리는 등 관리가 부족했다”며 “더 세심한 방법으로 강을 관리해야 홍수를 억제할 수 있고 다가올 자연 재해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홍수로 인해 넘쳐흐른 강의 위성사진 출처 : Digital Globe
이번 홍수로 인해 넘쳐흐른 강의 위성사진 출처 : Digital Globe

 

엘니뇨 연구 더 필요

 

올해 홍수는 1997~98년에 발생한 엘니뇨에 견줄 만한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번 재난을 예측하진 못했습니다. 2015~16년에 발생한 엘니뇨는 예측했지만 말이죠.

 

엘니뇨현상 국제연구센터(the International Center for the Investigation of the El Nino Phenomenon)의 해양학자 Rodney Martinez 박사는 “이번처럼 엘니뇨 현상의 이례적인 케이스는 1920년대와 1970년대에도 발생했다”며 “엘니뇨에 대한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부족해 연구 진행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페루와 에콰도르의 과학자들이 설치했던 ‘해양관측 부표’는 1997~1998년 엘니뇨의 영향으로 파손된 이후 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태평양 열대 해양대기 측정장비’는 기술 도태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입니다.

 

Martinez 박사는 “여전히 위기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번처럼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생태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doi:10.1038/544405a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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